Gira mundial
제 8화


제 8화.

그는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응." 이라고.


김여주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해?

나도 조심스럽게 말을 놓았다. 내 말은 그의 얼굴에 미소가 퍼지게 했다.


강다니엘
오빠?

오빠라니. 그건 너무 오글거리는데.


강다니엘
싫으면.. 다니엘이라고 불러도 좋아.

다니엘. 오히려 그게 편하겠다.


김여주
다니엘.


강다니엘
좋네. 편하고.


그는 다니엘이라고 불리는 게 좋은지 날 보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약간 옆으로 째진 듯하면서 가늘게 뜬 눈. 환하게 웃음 지으며 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보이는 가지런한 이. 낯익었다.


강다니엘
나는 너 뭐라고 부를까?

갑자기 물어온 그의 질문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냥 이름 부르지.


김여주
여주.

짧고 명확한 대답. 어머니 말투였다. 점점 갈수록 어머니를 닮아가는 듯 했다. 안 돼. 어머니와는 반대되는 사람에 되기 위해 내가 노력한 세월이 장장 10년이다.


강다니엘
그래. 여주.

그가 내 이름을 작지만 선명한 투로 불러주었다. 남이 내 이름을 이렇게 불러준 게 오랜만이지 싶었다. 그 때 이후로.

"야. 김여주."


김여주
..

"대답 안해?"

중학교 때 나는 왕따를 당했었다.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무서웠다. 학교가 아버지와 이별하고 조금씩이나마 찾아오고 있는 행복들을 모두 가져가는 블랙홀 같았다.

왕따는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욱 세게 나를 끌어당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옥상으로 불려가 맞고 내려와 수업 내내 엎드려 아픔을 달래고는 했다.

어느 날은 복도를 걸어가던 3학년 선배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맞아 얼굴에는 피멍이 들었고, 손가락은 단지 높아만 보였던 선배의 구두굽에 밟혀 세 개의 손가락의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다쳤다.

정말 호되게 혼나고 터덜터덜 반으로 향하다 넘어져 선배를 치는 바람에 다시 옥상으로 끌려갔었다.

다시 끌려 올라갔을 땐 더욱 심하게 맞았던 것 같다. 피멍은 온몸으로 번졌고, 어릴 때 수술했던 이마는 터진지 오래였다. 일진 선배에게 꺾였던 팔은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고, 발로 밟혔던 배는 근육 파열까지 왔었다.

맞으면서도 정말 아프다 느꼈는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선배들은 내 얼굴을 보더니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었다.

"우는 소리 내기만 해봐. 그 땐 진짜 끝장이야. 알겠냐? ㅋㅋ"

그 말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던 나는 조용히 눈물만 계속 흘리며 고통을 느꼈다. 계속 그 고통을 참아내자 선배 중 한 명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칼이었다.

그 반짝이던 물체를 보더니 옆에 있던 선배들은 크고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기둥에 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눈물만 계속 흘렸다.

칼을 든 선배는 나에게 와서 칼을 배에 들이댔다.

"야. 너도 살아야 하니까 내가 복부는 봐준다. 팔."

그 말에 옆에 있던 선배가 내 팔을 들었다. 마치 대놓고 찌르라는 듯이.

칼을 든 선배는 내 눈을 살벌하게 바라보며 칼로 내 팔을 세게 찔렀다.

콰직.


김여주
으윽...

정말 그 고통은 참을 수 없었다. 칼날이 팔을 관통하는 느낌이 온몸으로 번졌다. 차라리 죽었으면 했다.

내 신음소리를 듣더니 그 선배는 재밌는지 크게 웃으며 어깨, 팔, 무릎, 다리를 계속 찔렀다. 마른 체형이었던 나는 결국 풀썩 쓰러졌던 것 같다.

다시 깨어나니 선배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뜨자 다시 칼을 들고 나에게로 와 살벌하게 말을 건넸다.

"이 년 끈질기네."

그러더니 이 번엔 내 복부를 찔렀다. 계속. 찔린 상처들에서 나온 피는 교복을 시뻘건 색으로 물들였다. 복부를 찌르는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참다참다 약간의 피를 토해냈다.


김여주
크헉..

내가 피를 토하자 그제서야 나를 기둥에서 풀어주었다. 묶여있던 곳에서 풀려난 나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온몸을 모두 칼로 찔린 터라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각막까지 파열 됐는지 앞도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그런 나를 옥상에 버리고 선배들은 피를 씻으러 아래로 모두 내려갔다. 차디찼던 옥상 바닥에 홀로 남겨진 나는 싸늘히 식어갔다.

그 이후의 일은 친구에게서 들어 알고 있는 것 뿐이다.

내가 종이 쳐도 내려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선생님이 반 아이에게 나를 찾으라 한 것이었다. 그 아이도 별로 내키지는 않았겠지만 이곳 저곳을 다니며 나를 찾았다고 한다. 마지막에 온 곳이 옥상이었는데,

옥상에는 내가 처참한 꼴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걸 발견한 친구가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나를 옮겼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심정지가 올 뻔도 했다고.

그 이후로 나는 모든 치료를 끝내고 나서도 자폐증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홈스쿨링으로 고졸까지는 성공했으니 학력은 대충 마련한 셈이다.

그 때 이후로 정말 내 이름을 누군가가 이렇게 불러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김여주
고마워, 다니엘.


강다니엘
뭘.

그새 내 앞에는 코피 루왁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원두만 갈아져 들어간 건 아니겠지. 나와, 그의 사연도 조금은 첨가된, 의미 있는 커피 한 잔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