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받아쳐낼 힘도 남아있지 않다. 가까스로 버텨온 나에겐 자기혐오와 무기력만 남을 뿐이였다. 참담하다. 나는 무얼 위해 그리 싸우고, 끙끙 앓아왔는가. 왜 나는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깨닫지 못하였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내 자신마저 물어버려 너덜해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그치만 도움을 청해봤자 돌아오는 건, 없다.
"자유? 대한민국 사회에서 뭘 바래."
"......알아, 나도 아는데."
바래볼 순 있는 거잖아.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 속 깊이 못 박아놓은 생각이였다. 이 답답한 사회에서 숨쉴 틈 조금 찾아보겠다는 게 이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였다. 숨 막힌다. 이 갑갑한 나라에서 30년이나 산 것이 내 스스로 기특했지만, 한 편으로는 앞으로 더 오랜 세월을 이리 보내야한다는 것에 허무함이 밀려오는 것은 차마 막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행복'이라는 단어는 잊어버린 듯 했다. 얼마나 인생에 행복이 없으면 '소확행' 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만들어내었을까. 다들 조금이나마 버텨내기 위해, 어렸을 때 막연히 상상했던 큰 행복을 쫒기보다는 그 동안의 당연시 되었던 일들을 행복으로 전환하였다. 물론, 긍정적으로 사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살다간 100년 뒤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큰 행복은 바라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다들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내는 걸까. 내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 수록, 점점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행복하지 못한 걸까? 내 인생만 이렇게 구질구질한가? 내가 뭐가 문제라서 행복하지 못한 걸까. 결국 화살은 돌고돌아 나를 맞추게 된다.
"마지막으로 휴가 갔던 게 언제였더라..."
나는 여행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나름의 취미도 있던 사람이였다. 어렸을 적 나는 커서 돈 많이 벌어서 맨날 여행하고 다닐 거라는 환상에 젖어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30살이 된 지금. 여행은 커녕 여유도 찾을 수 없다.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 게, 내 노력 탓이라면 내가 못 견딜 것 같아 이 세상을 탓하기로 했다. 실제로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니까.
나의 불행의 모든 원인을 이 세상으로 돌리고 나니, 보잘 것 없는 나지만 이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 같은 마음이니까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치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답변들 뿐이였다. 다들 그 순리에 무릎을 꿇은 것이였다. 그들을 세우기에는 그들의 무릎은 이미 닳아버린 후였다.
"...참 좆같아. 이 세상도, 나도."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 안 하는 건가. 나만 이런 거야? 이런 생각들에 잠길 때면 나는 어쩌면 이상한 건 내가 아닐까. 잘 짜여진 틀에 나만 삐져나온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세상을 아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 그치만 사람들이 원을 보고 사각형이라 할 때, 나는 원인 걸 알면서도 사람들에 맞춰 사각형이라 우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언젠가 그건 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터이니.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걸 언젠가 깨달을 거니까.
그동안은 이 세상을 미워하기로 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