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 𝐟𝐨𝐫 당신
01. 당신은 당신의 X를 잊으셨습니까?
2014년, 바람이 슬슬 불어오기 시작하던 초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나와 그는 광화문 앞에서 만나 데이트를 약속했고, 난 빌어먹을 인턴 업무 덕분에 이미 약속 시간에 이미 30분 정도를 늦은 상황이었다.

“기사님, 정말 죄송한데 조금만 더 빨리 가주세요..”
평소엔 워낙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켰던 터라 내심 불안하고 걱정되긴 했지만 ‘봐주겠지 뭐’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근래 들어 인턴 업무가 무척이나 바빴고, 그걸 아는 그였기에 더더욱 날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의 난, 그게 쌓이고 쌓여 결국 우리의 이별을 초래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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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왔어..? 영화 시간 다 됐는데”
“아… 미안해.. 서팀장님이,”
“넌 왜 내가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해. 얼른 들어가자. 시간 늦었다.”
처음엔 그가 단순히 나에게 삐진 줄만 알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한 번에서 두 번, 두 번에서 세 번, 세 번에서 네 번.. 점차 빈도수가 늘어났고, 더이상 나를 봐줄 마음도 사라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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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늦어라 좀”
“…정말 미안해.. 요즘 연말 프로젝트 때문,”
“이게 대체 몇 번짼데? 늦을 거면 미리 나한테 말을 먼저 해주던가. 그러면 내가 알아서 늦게 나오기라도 할 거 아니야? 니네 회사는 그렇게 인턴을 노예로 부려먹냐?! 아주 그냥 노동청에 신고해야겠네”
“..야 김석진. 너 말이 좀 심하다.”
“심해? 이게 심해?! 난 네가 수 백 번도 더 늦은 거 참았고, 오늘 너한테 처음 말하는 거야.”
“그러는 넌 뭐 여태 참은 줄 아나 본데, 너 내가 조금씩 늦을 때마다 나한테 눈치 주고, 짜증내고. 그건 알아?!”
“그 정도도 못해?! 난 이 추운 겨울에 밖에서…!!! 고작 옷 몇 장 걸치고 너 계속 기다렸는데 그 정도도 못 해?!”
“너도 똑같아!!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내 연락 안 보고 씹고, 전화도 안 하고.”
•••
“우리… 헤어지자. 그냥 끝내자”
—
우리는 마치 대단한 인연으로 만난 것만 같았고, 우리의 만남은 특별한 줄 알았다. 세상에서 우리만이 그런 운명이고 인연인 것 마냥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운명과 인연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는 남들과는 달리 특별하다 생각했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연인들과 비슷한 이유로 끝이 났다.
결국, 우리의 연애도 특별할 것 없는 남들과 똑같은
그저 그런 연애였다.
*
그리고 2021년인 지금,
난 또 다른 평범한 연애를 마무리 지었다.
“야 한팀장, 헤어졌냐? 이제 회사에서 어떻게 보려고..”
“어차피 부서 다르고, 맡는 프로젝트도 다 달라. 김팀장 걔 곧 이직도 하구.”
“남준 씨 이직해? 와… 그래 뭐 그럴 만 하긴 하다. 다시 실리콘밸리로 간대?”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MIT 졸업하고 미국에서 3년 동안 실리콘밸리 개발자로 일하던 사람인데, 미국이 그립긴 하겠,
📱- 띠리링 띠리링
한팀장, 너 전화”
“아 진짜 김이사 이 새키는 낙하산 주제에 일 오지게 시키네.. 나이도 나보다 3살이나 어린 놈이.. 나 간다”
**

“대표님, 안 됩니다.”
“석진 씨, 잘 생각 해봐. 얼굴 공개하면 석진 씨 돈도 더 많이 벌거야. 여태껏 앨범 내면서 벌었던 돈 2배는 더 벌 수 있을 걸?”
“그래도 안 합니다. 저 이미 돈 많아요. 대표님도 주머니 빵빵하시잖아요. 아니, 이미 차고 넘치시죠.”
“에이-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봐. 네가 안 한다고 계속 밀어 붙이면 내가 하게 만드는 수가 있다?”
“알아서 하십시오. 전 안 하겠다는 의사 충분히 밝혔습니다. 그럼 이만.”
“..석진씨!! 석진씨..!!”
대표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그대로 대표실을 나가 버리는 석진을 다급하게 불렀고, 대표는 고심에 빠지게 되었다. 대표가 머리를 오지게 굴리는 와중 석진은 그런 대표의 속도 모른 채 민피디의 병원에 도착했다.
—
“왔어? 왜 이제 왔냐. 심심해 죽는 줄 알았잖아”
“온 게 어디야”
“너…. 계약은 잘 마무리 했냐?”
“…아니.”
“왜..?”
순간 민피디의 동공은 초당 천 번은 흔들렸고, 석진은 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그를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 보며 물었다.
“뭔데? 빨리 말해 봐.”
“…이팀장, 넥스트에서도 똑같은 다큐 찍자고 연락 왔어. 근데 이안이 제시했던 금액 3배.. 정도.”
“이팀장? 설마.. 내가 아는 그 넥스트 독종 팀장 이지안?”
“그래.. 떠오르던 IT 주역 다 제치고 업계 2위 만들어서 팀장으로 승진한 그 여자.”
“그리고- 네 전 여자친구기도 하지.”
*
2021년 1월 1일
찬바람이 불던 날
“야 민윤기. 너 진짜 이제 그만 좀 해라. 나 진짜 너 지긋지긋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또 네 그 한결같은 자존심 박살내기라도 했어?!”
“어, 널 만난다는 거 자체가 이젠 자존심이 상해.”
“우리 헤어져.”
“그래. 넌 나 말고도 만날 수 있는 남자 많으니까.”
“그런데..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난 너밖에 없어.”
“..그런 말 따위로 나 잡으려고 하지 마.”
“갈게.”
*
“내 전 여자친구…”
“…지도 지 전 여친 못 잊고 있으면서 나한테 그러기야?”
“난 걔 어디서 뭐하고 사는 지도 몰라. 근데 넌, 다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잊었다에 더 가깝지 않냐”

“야, 넌 아직도 한여주 걜 못 잊어서 맹장수술 하고 나온 사람한테 문안 와서 그런 말을 하냐”
“야? 너 나보다 어린 게 어디서 자꾸”
“나 빠른년생이잖아.”
“근데, 대표랑 얘기는 해봤냐?”
“몰라, 어떡하냐. 내가 행동 조심해야지. 그 인간 어떻게든 내 약점 잡아서 얼굴 공개 시키려고 들거다..”
“그냥 얼굴 공개해. 그러면 한여주가 너 어디서 뭐하는 지 정도는 알게 되겠지.”
둘은 그들 나름의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었고, 대화 와중 병실의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키는 한 160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병실 안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어 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예고>
- 배신 때린 건 내가 아니라 너야.
- 그거 말이야.. 그리움 아니고, 사랑이야.
-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지 말고, 당장 내 앞에서 꺼져.
손팅은 예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