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죽기 10분 전. 넌 아무렇지 않았다[단편]

너가 죽기 10분 전. 넌 아무렇지 않았다

뚜루루루_



뚜루루루_





통화벨 소리가 2번 정도가 울리고
여주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높은 하이톤으로 전화를 받는 여주

그러자 태형 또한 반가운 듯이 낮은 중저음으로 여주

에게 쉴 새 없이 얘기를 한다

학교는 그렇고 선생님은 어떻고

소꿉친구였던 둘이지만

여주가 이사를 간 뒤로 못 본 지 꽤 된둘이 였기에 전화

만으로도 서로를 너무 반가워했다

"아아,맞다 태형아!"

"응 왜???"

"너희 학교도 국어 시 써오기 숙제 있냐?"

"없는데??왜?"

"아니 우리 쌤이 써오라잖아!"

여주는 어리광을 부리며 칭얼대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 시 좀 평가해봐!"

"너 이상하다고 하면 욕할 거잖아"


"아오 친구 교체할때가 오나 왜이렇게 나에 대해 잘알아....피...."

"푸흡-이게 17년 친구의 위력이다,쨔샤"

"아이 됐어 안 들려줄레....피....

삐진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 여주였다
그에 태형이는 귀엽다는 듯이 소리 내어 웃었고 
애기 달래듯 여주를 달래며 이야기 하라고 했다

"....이상하다고 놀리면 안돼....."

"안놀려"

"이거 가지고 웃지도 마...."

"안웃어"

"크큼....이야기 한다?"

"해봐"








구름아 ,구름아

내 감정을 비로 알리지 말아다오

새들아 ,새들아

내 아픔을 남들에게 지져 귀지 말아라

세상아 ,세상아



나를 죽음으로 몰아내지 마랴

너 마저도 나를 버리면 어찌하랴

나 만큼은 나를 버려도

너만은 나를 버리려 하지 마랴


달님,달님

이제 이 고통속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오쇼











"........"

"ㅇ....어때....?"


"여주야"

"응 왜?"
"너는 내가 없어지면 어떨거 같아?"

"너는 이런 말 많이 하더라 당연히 슬프지 바보야"

"난 있지 죽을거면 예쁜곳에서 죽고 싶다....풀밭에서 별을 보면서...."

"야,그게 무슨 소리야...야 김태형 야!!!!너 딱 기다려 어디야??야 왜 말을 안해?....무섭게 왜 그러는데....그러지마.."






"예쁜 곳에서 죽으면 예쁘게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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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잘지내"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비명소리 빼고는





하늘아,하늘아


내가 가면 나를 반겨주리 오라 

이제 너의 곁으로 가리오나
나는 이 한가지 말하지

나는 인생을 포기한적 없다오


내가 나 자신을 포기한거죠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아오쇼


나는 이 밤에 별빛처럼 내리려고 한다












태형의 마지막 전화
그 전화는 태형의 손으로 꺼질수 없는 전화가 되었다








삐-








김태형이 죽었다
그것도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다가







"여주야..."
태형의 엄마는 거의 반시체가 된듯 여주을 바라보며 애틋하게 불렀다

"네.....아주머니..."
평소같으면 서로의 안부를 물었겠지
그렇지만 지금 상태에서 안부를 묻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가서 이야기 좀 할까?"

"네..."



여주와 태형의 엄마는 알코올 냄새가 풍기는 병원에서 나와 카페로 향하였다
그렇지만 카페에 와서도 별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알코올 냄새가 아닌 커피 원두 냄새가 나는 거 빼고는 다른 건 하나 없었다




"그래.....여주가...태형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전화했다고 했지...?"


"네...."


"그래....많이 힘들었겠다.....전화 하던 중간에....."

눈물을 참는듯 고개를 숙이는 태형 엄마였지만 눈물은 눈치도 없이 나오고 있었다



"ㅌ...태형이 한테 들은 말은 없고....?"

"네..."

그러게 이상한 일이었다 죽기 10분도 안된 시간에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했다는게.....


"그래....여주야....집에 가보렴.....힘들었을텐데...."

태형 엄마는 여주의 손을 만지며 이야기를 했다
마치 태형의 손을 만지듯이.......따뜻하게....




딸랑_


여주는 모든 걸 놓은듯한 얼굴로 커피숍에서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여주는
방 한가운데에 앉아 읊조렸다




"이제 봄이 오나.....해가 길어지네......이때쯤 태형가 가장 좋아했었는데.....봄이 오는 향기가 좋다고.....벚꽃 구경을 가자며...애처럼  투정도 부렸겠지.....푸흡-그때 내가 가기 싫다고 엄청 그랬지.......계집애같이 왜 그러냐고....하면서...그때는....."


조금씩 눈시울이 붉어지는 여주였다
그리고는 창문을 보며 다시 누구랑 하는지 모르겠는 말을 이어갔다
아마 태형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겠지



"그때는 당연했는데 있을때는 몰랐는데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지....우린 다 안다고 생각했으니깐...근데....나는 네가 죽기 10분 전에도 아무것도 몰랐어 그냥 즐거웠어....나만....너는...너는.....떨어질 순간을 생각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그런데도 웃으면서 학교얘기나 하고....다 있는데....너만 없잖아.....차라리....옆에 있으면 화라도 내지....진짜 좆같은 상황에서 가장 좆같은게 뭔지는 아냐? 존× 짜증나는데 아무것도 할수 없는 지금 상황이야ㅋ...."



말을 끝내고 눈물을 닦는 여주였지만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나올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지나갔다
시험이 뭐냐
친구가 죽었는데
밥이 뭐냐
소꿉친구가 죽었는데
삶이 뭐냐
지금 나같은 상황이 삶이냐 살아도 산거 같지 않는데
그냥 너가 없으니깐 아무것도 할수 없잖아












왜 그런걸까 왜 아무렇지도 않았던걸까
힘들면 힘들다고 하지
아프면 짜증내고 화 내지
다 들어줄수 있는데
기색이라도 냈으면 바로 달려가서 안아주었을텐데 같이 이겨내자고 했을텐데
아무 말도 없이 간 너에게 하루는 화가 나기도 했다가
하루는 그 사소한 감정하나를 못알아챈 나 자신에게 화도 났다가
너에게 가고 싶기도 하다가
자해도 해봤다가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나....하겠지.....
그런데 17년간 의지하고



ㅈ..좋아하기도 한 남자가 죽었는데.....
어떡게 멀쩡하겠어
거의 나한텐 남친이었는데





슬프다
너랑 같이 가고 싶다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
너가 없음 나도 없는데
그만큼 너를 원했고
너도....
너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죽기10분전 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띵동



그때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나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너였으면 좋겠었다
너가 아닌걸 알면서도 
너가 없는걸 알면서도
그냥,너였으면 좋겠다




이 문 뒤에 너가 있기를









아,아니지 넌 죽었지
왜 난 아직도 너를 그리고 있지
이미 현실을 아는데
아직도 꿈에 있는 기분
잠에서 깨도 깨지 않은 기분
이런 기분을 느껴볼 줄이야
드라마 에나 존재하는 일인줄 알았어

그런데 한순간이었어

너를 잡을 수도 없이 이미 넌 멀리 있었어
아니 잡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멀리 있어 넌




그런데

기적 처럼 너에게 편지가 왔다

"ㅇ....이게 뭐예요...."

"아마....태형이가 너한테 쓴거 같아....읽기 좀 그래서.....바로 너한테 달려왔어"

어느날 태형이의 엄마가 와서 나에게 편지를 주고 가셨다. 책상 서랍에 있었다고 한다
 



이걸 보니 더 확실해졌다






예전부터 태형이는 "죽기로"마음 먹었다는 것을






하늘에서 편지가 올리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태형이의 편지가 아닐 리는 더더욱 아니다 태형이의 엄마가 가져다 주셨고 편지지가 태형이의 편지지기에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을 뒤로 한채 나는 편지를 뜯어보았다

그리고 익숙한 글씨체의 첫 문장


첫문장,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

평소에 들으면 그냥 그렇구나....할말....

그러나 지금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기는 봄이니?'


태형은 죽을 날짜까지 정해놨었던 거다

봄이 오기전에 죽으려고 한거겠지

태형이는 봄을 좋아하니깐

그 전에 죽으려고


'내가 없는 거기는 어때'



죽을거 같아.....너가 없는 여기는....






'아직도 세상은 더러워...?'


아,이 문장을 보고 확실해졌다

태형은 한번도 이 세상을 좋게 느낀적 없단걸

나에게는 가면을 쓰며 그냥 그렇다며 빙긋 웃었지만

그 웃음은 거짓이었단 걸 





'미안해,먼저 떠나서.....그런데'









'난 그딴 세상에서 

가면 쓰며 하루를 보내긴 싫어'

















태형은 죽기 10분전
아니 그 전부터 쭈욱
행복했던적이 없었다
내가 본건
그의
모순이었을뿐이지















그리고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다시 태형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내려 갔다




태형아
누구나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솔직히
양심에 말하자면
한번쯤은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게 되 
물론 나도
그게 어떤 이유든 간에.
그러면
아무도 나의
아픔
상처
슬픔
모든게 가려져
나의 "모순"된 모습만 보여

그런데
아픔
상처
슬픔
숨기는 이유가
더 이상 슬프고 아프고 싶지 않아서 잖아
그런데
가면이라는 것을 써서
자신 또, 타인을 더욱 아프게 했니

우리의 슬픔,아픔은 "나쁜 감정"이 아니야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정일 뿐이지




들을수 없단걸 안다

이제 없다는걸 안다

하지만,

어쩌면

하늘에서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그 마음 하나야


태형아,있잖아

너는 봄이 좋다고 했어

벚꽃이 좋다며

너가 너무 벚꽃에 집착을 하길래

난 예전에 벚꽃의 꽃말을 찾아봤다



순결,절세미인,담백정신적 사랑,청렴

다 좋더라고

그래서 그냥 별생각 없이 지나쳤어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아봤다?

그런데


벚꽃에는 부정적인 꽃말이 있더라고





















"거짓말"













너가 나에게 전하는 말이었구나














너는 죽기 10분전에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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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에는

웃을 수가 없겠다








































푸르른 넓은 바다는
붉은 피로 물들고

넓디 넓은 하늘에서는
피눈물이 흘리고

잔디 밭에는
피가 튀겨 있고

사람들은 피를 흘려
쓰러져있고

눈에는 눈물이 흘러나와야 돼




이게 진실된 세상이니깐

쓸데없이 예쁘게

때론 예쁜척
하니깐
 
죽기 무섭잖아



그냥 진실되게 보여주라

세상아.

그래야지 미련 툭툭 털고 떠나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