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 01
by 쭈니왕자
” 헤어지자 ”
그 말을 하는데까지 많은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말하고 나선 시원했던 것 같다.
내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게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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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다.
그날은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한창 인원이 몰리는 시간에 그가 나타났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 “
아이스 아메리카노 소리에 환호청 치던 나는
” - 30잔 주세요. “
곧이어 들리는 갯수에 계산대 밑으로
조용히 퍽유를 날렸다.
이 붐비는 시간에 30잔이 말이 되냐고.
“ 네, 곧 만들어드리겠습니다. ”
다행히도 자본주의 미소는 날 배신하지 않았다.
“ D-05번 고객님, 아메리카노 30잔 나왔습니다. ”
기진맥진으로 30잔을 뽑아왔더니
얼레?
난리치는 커플들 사이에서 평온히 자고 있었다.
평소같았다면 놔뒀겠지만 오늘은 직접 깨우러 갔다.
변명: 크리스마스라 회전율이 높아야 해서.
진심: 얼굴이 존나 내 취향이여서.
“ 손님, 음료 나왔어요. ”
“ 아, 감사합니다. ”
“ 수고하세요. “
철컥
문이 닫히는 소리는 미련일랑 없었고
저런 미남이 날 좋아할 이유조차 없었다.
한숨 푹 쉬고 카운터로 돌아가려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
“ 어서오세요 - ”
“ 아, 혹시.. 저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
“ 가끔 예약 주문을 할 것 같아서요. “
그럼 그렇지. 번따는 개뿔.
” 010에 2000-1205입니다. ”
처음 몇번은 분명 예약 전화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본질이 변해가며
어느샌가 나의 일상에 들어와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다음해 크리스마스,
그는 자신의 직업을 들려주겠다며
조심스럽게 티켓 한장을 내 손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날의 인사는 내곁이 아닌,
무대 위에서 남겨졌다.
무대가 끝나자, 나는 무대 뒷편으로 가게 되었다.
내 의지라기 보단 그의 부름에 가까웠다.

“ 누나, 무대 잘 봤어요? “
” 나 어땠어요? “
어땠긴, 존나 카리스마 있었어
” 무대 잘 하던데? “
급히 속마음을 누르고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수빈에게 말했다.
” 아까 저 박자 밀린거 봤어요? “
” 노력 많이 한 솔로곡이라서 좀 아쉽더라고요. “
수빈의 말 뒤에는 조금의 정적이 잇따랐다.
” ..누나, 저는 조금 느려요. ”
“ 오죽하면 엄마도 절 거북이라고 불러요. ”
“ 그래서 항상 촉박하기도 하고,
나보다 빠른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해요. ”
“ 그런데도 누나랑 있으면 저의 세상이 너무 좋아요. “
” 남들보다 느린 제 세상이
누나와의 시간을 늘려주니까요. “
“ 그래서요, 누나. ”
“ ..그래서 누나를 좋아하게 됬나봐요. ”
“ 급하지 않게 제 속도대로. ”
“ 혹시 괜찮다면, “
“ 앞으로도 누나가 제 세상을 같이 걸어줬으면 해요. “
이것은 고백멘트인가,
흔한 팬들에게 하는 팬서비스인가.
헷갈리게 하는 남자는 딱 질색인데도 너라서.
너라는 존재가 모든 기준을 흐려놓았기 때문에.
“ ..혹시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러는데, ”
“이거 고백멘트야..? "

피식,
“ 그렇다면요? ”
당연한걸 물어보는 지민에, 수빈은 기대고 서있던
벽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앉았다.
너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늘 제멋대로이고 과정도 엉망인데,
남들로부터는 질투를 넘어
경외의 시선까지 받는 사람.
느림보이면서도 칼 같고
느린듯 우유부단 하지만 순간의 결단력이
널 팀의 리더로 만들었기에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너란 사람 -
“ 대답은 침묵인가요? ”
너를 정의할 수 없는 말로 머릿속을 꽉 채우다보니
정작 내 앞에 선 너를 놓칠뻔 했다.
"… "
“ ..알겠어요.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요. ”
아니아니아니그거아니야최수빈.
“ ..좋아. “
” ..네? “
” 좋아 나도. 같이 걷자. “
나름 수빈의 감성에 맞춰 대답하려고 노력했지만
이과인의 뇌로는 문과인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쿠당탕
연준:
“ 와! 우리 수빈이 드디어 장가간다!! ”
범규:
“ 아니, 누나. 도대체 저게 뭐가 좋아요? ”
태현:
“ 웩, 오글거려. ”
큰손으로 박수치는 카이까지.
지민만 모르는, 아니 아까 무대에서 본 남자들이
내 이름을 알고, 나이를 알았다.
“ ..네? 누구.. ”
태현:
“아, 저희가 소개를 안 했네요. “
” 저는 태현, 저기 수빈이형 장가보내려는 형은 연준, “
” 제일 시끄러운 사람은 범규, 박수치는건 카이에요! “
” 연준이형은 누나랑 동갑이고요, “
” 저희는 누나보다 2-3살 어려요. “
” 그리고 저희가 누나를 아는 이유는 “
” 수빈이형이 맨날 숙소 와서 저희한테- 읍읍.. “
”태현아, 그 얘기는 하지 말지? ^^ “
급하게 달려와 입을 틀어막는 수빈에,
그들이 나를 아는 이유는 듣지 못했다.
그 이후로 대충 서로 자기소개를 하곤
나까지 콘서트 뒤풀이에 끌려갔다.
나야 술에 쎄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범규가 말술이었다.
그 새끼, 아니 최범규 때문에 사귄지 하루 된 남친 앞에서
온갖 술주사는 다 부리고
필름 끊긴 채로 그들의 숙소에 업혀갔다.
내가 기상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
일어나보니 낯선 침대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 누나, 왜 잘 때도 귀여워요? ”
네? 네? 제가요?;
“ 내가..?ㅋㅋ ”
“ 어제 최범규 때문에 많이 먹었죠? ”
“ 죄송해요, 쟤 흥분하면 통제가 안되서요.. ”
“ 괜찮아! 나 멀쩡해ㅋㅋ ”
나는 멀쩡한걸 티내기 위해 척척 걸어,
문 손잡이를 잡고 방을 나섰다.
나서면 안됐었다.
남정네 둘이 (연준, 태현) 윗통까고
거실 한복판에서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태현과 눈을 마주쳐 버렸다.
나는 가만히 문을 닫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수빈은 그런 내가 이상했는지 밖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그가 거실의 풍경을 보고 경악하는 소리가
지구 반대편까지 들렸다.
“ 아니여기지민누나도있는데이러면어떡해요!!멤버들거의처음보는자리인데도이런첫인상주고싶어요??제짝녀데려오면제기살려준다는사람들다어디갔어요?진짜남의여친한테뭐하는거에요.그쪽들이지민누나남친이에요?나도안보여준맨몸을왜그쪽들이먼저보여주냐고요.조심성이없어요? “
어후, 최수빈은 리더 포지션이 아닌
랩퍼를 맡았어야 한다.
틈만 나면 저렇게 쏴대니
진정 입에 모터가 달린 사람은 최수빈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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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밀스런 데이트를 즐기던 어느날,
수빈이 자신의 연습실로 지민을 불렀다.


“ 누나!!! 왔네!!! ”
저러면서 뛰어오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폭 안아줬z
그랬더니 우리 둘 다 넘어졌고,
그는 아랑곳 안하고 나를 폭 안고 놓지 않았다.
범규:
“ 지랄, 염병첨병 커플 나셨네. ”
그새 친해져서는 범규와 지지고 볶는 지민.
“ 응, 꺼지시고염~ ”
“ 누나아.. 뚜비니 앞에선 예쁜말.. ”
“ 웅웅! 알겠어, 우리 뚜비니 말 들을게!! ”
태현:
“ 안되겠다, 저 둘 내쫓자. ”
평소 모든 걸 피곤해하던 수빈이, 날 만나고 웃음이 많아졌다며
유일하게 커플편을 들어주던 태현도 등 돌렸다.
아무렴 어떤가. 난 우리 뚜비니만 있으면 되는데.
잠시뒤, 연습이 재게됐다.
멤버들은 하기 싫다고 짜증 내면서도
정작 노래가 틀어지면 몰입력이 대단했다.

이래서 아이돌 덕질하는 걸지도..
머글 인생 28년 차에 깨달은 지민이였다.
며칠 후, 투바투가 컴백하고,
음방 일정도 따라 가봤다.
진심 경외감이 드는 하루였다.
무슨 새벽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을 하는데
(물론 방송후 라이브나 다른 스케줄 제외)
저게 사람인가 괴물인가 헷갈렸다.
역시 연예인 아무나 하는 거 아니렸다.
아, 이것 때문에 이 글을 들어온 건 아니겠지.
배경이 대충 쌓였으니 본론으로 넘어가야겠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고도 이별을 결심하게 된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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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