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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인회에서의 이별이란 (수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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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 01

~에 의해 쭈니왕자

 

 

 

 

 

 

 

 

" 헤어지자 "

 

그 말을 하는데 까지 많은 고민은 없었다.

오히려 말하고 나선 시원했던 것 같다.

 

내가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게 된 사유는

말하자면 꽤 길다.

첫째, 모아들에게 미안했다.

아이돌 판이라 한들 주 고객층이 원하는 건 유사연애다.

그런 아이돌이 연애를 해?

돌판에서의 연애는 마약과도 같았다.

물론 들키지만 않았으면 상관은 없었으나,

그 방법이 쉬웠다면 나락간 연예인도 없었으리라.

 

지독한 스토커들과

연예인들의 지인 연락처까지 알아내 괴롭히는 사생팬들.

지민도 예외는 없었다.

카페 주문 전화 인줄 알고 받았다가 하루에만

열댓통씩 살인 협박이 온 적도 있다.

처음엔 수빈에게 말해 조치도 취해보고

연락처도 바꾸는 등 노력을 했지만

해봤자 이제 감정 소모인 걸 알기에

걱정할 수빈 말고 연준에게 한 풀이를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둘째,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의 일이 늘어났다.

연애 초창기 때는 연습실도 자주 놀러 가고

스케줄도 곧잘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뒷감당을 지던 사람은 편집 PD.

비하인드 카메라에 찍힌 지민의 흔적을 지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의전팀 또한 내가 동행하면 여섯 사람의

먹거리나 물품을 챙겨야 했기에

나름대로의 죄책감도 생겼다.

 

셋째,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내가 그를 만난 건 2022년 크리스마스.

그땐 코로나와 무명 시절이 겹쳐, 매일매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창 사귈 2년 뒤부터 투바투가 확 뜨면서

콘서트도 부활하고 해외 투어도 자주 나갔다.

당연히 축하하고 행복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들이 1년에 1/3을 해외에서 보낼 때면,

나로썬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아, 이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그가 요즘 따라 힘들어 보인다.

내가 힘듦의 원인은 아닐 테지만

요새 외로운 탓인지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나보다 더 빛나는 사람을 만나

그 빛을 흡수해 마음껏 뿜어주길,

그 아이가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만나

그 잘남을 닮아 앞으로의 활동들이 순조롭길,

그 아이가 나보다 더 반짝이는 사람을 만나

그 반짝임을 나란히 나누며 걸어가길 바랬다.

 

당장 음방 대기실에만 가도 빛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인인 나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최수빈은 아마 모를 거다.

내가 최수빈을 만나고 우울증 약을 끊었다가

요즈음 다시 먹기 시작 한 걸.

 

네이버에 최수빈 이름 석자 검색하면

사소한 습관과 그동안의 tmi,

세세한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다.

3년을 함께한 나도 모르는 걸 팬들은 다 알고 있었다.

아이돌과 사귀면 이런 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데,

난 그걸 알면서도 자주 현타가 온다.

 

이래서 끼리끼리 만나라는 말이 있던가,

그래서 나는 그를 6개월 만에 보러 간다.

그의 첫 솔로 앨범 단독 팬싸에서,

단출한 이별 멘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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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장에 도착했다.

그는 웃는 얼굴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모아!! 오랜만이야!! "

 

그래, 나도 오랜만이야.

못 본새에 키는 왜 더 큰 건지,

얼굴은 왜 더 잘생겨진 건지,

목소리는 왜 더 낮아진 건지,

너의 미소는 또 왜 이리 예뻐진 건지.

 

너의 멘트를 들으며 넋을 놓고 있을때쯤 내 차례가 왔다.

 

" ..수빈아ㅎㅎ "

 

" 어! 누나!! 모야? 언제 왔어? 연락하지~ "

 

6개원 전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땐 나와 연락하는 것도 귀찮아 했으면서.

 

6개월 전, 그가 스케줄이 있다며 내 전화를 끊은 날에

연준에게 팀 전체 장기 휴가를 받았다며

같이 놀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개인 스케줄이라도 있었겠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연준의 톡을 다시 읽어보았다.

'팀 전체 휴가' 그 말이 왜 이리 속상하던지

결국 그 날은 집 안에 틀어 박혀 술이나 마셨다.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직원은 20초가 남았다고 알려주었고

그는 자신의 근황은 모두 전했다는 듯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이 눈빛이 팬을 대하는 건지,

연인을 대하는 건지 헷갈렸다.

앞에서 말했듯, 헷갈리게 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였다.

다만, 고백 받을 때와의 차이점은

더 이상 너라는 조건이 다른 조건을 보듬을 만큼

나에게 1순위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수빈아. "

 

" 응, 누나. "

 

" 나 솔직히 말하면 많이 지쳐. "

" 수빈이가 해외투어 나가서 반년은 못 보는 거, "

" 연락이 자주 안된다 거나.. 뭐, 그런 것도 이해하려고 애썼어. "

" 다른 멤버들은 다 생일 축하 메세지 오는데 "

" 수빈이만 그날 자정까지 아무 말 없었던 날도

별일 아닌 척 넘기려 했고. "

" 당연히 수빈이 직업 특성상 더 자주 만나는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 "

" 머리로는 다 이해 하는데.. - "

"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성처럼 잘 조절되지는 않더라. "

 

" 아니, 누나 잠깐만 그게 무슨..! "

 

" 이제 그런 너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버텨내려는 마음이 먼저 달아버렸어. "

" 혼자 결정 짓고 통보 하는 거 이기적이라는 것도 아는데, "

 

" 우리 헤어지자, 수빈아. "

 

알람 시계도 눈치가 있었다.

내가 딱 일어날때쯤 시간을 마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 돌아보지 않고 팬싸장을 뛰쳐나왔지만,

그의 표정이 훤히 보이는 듯 했다.

울 듯 하여 혼란스럽지만, 일 하는 자리니까

애써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을 듯한 수빈이,

아니,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최수빈.

 

그나저나 모아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왜 공개된 장소에서 이별을 고했냐고?

팬들은 내 차례가 끝난 뒤, 하나같이 수근거렸다.

 

" 저 팬 컨셉 잘 잡았다. "

" 나도 저거 참고해서 해볼까? "

 

아무래도 다들 팬 싸인회에서 이별하는

또라이는 미처 생각 하지 못했는지

컨셉으로 확신하곤 지민을 추켜세웠다.

 

1등과 칭찬을 좋아하는 지민이지만,

이런식의 추켜세움은 취향이 아니였는지

곧바로 팬싸인회장을 박차고 나왔다.

 

지민이 팬싸장에서 나온 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나의 사이를 알고 있는 유일한 회사 관계자,

의전팀의 지수님이셨다.

아마 최수빈이 따라가라 부탁했겠지.

 

 

" 지민씨, 진심이에요? "

 

" ..네, "

" 저 연락처도 바꿨고 집도 본가로 들어갈거에요. "

" 수빈씨한테 굳이 찾아올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

 

" ..네, 어쩔 수 없죠. 지민씨, 다음에 또 봬요. "

 

" 네, 그동안 감사했어요. "

집에 다다랐을 때,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이별에 있어 큰 도움이 된 사람이자

나를 가장 말렸던 사람

최연준.

 

처음엔 걱정할 수빈을 대신해 연락했고

중반에는 심심해서 거는게 대다수였고

현재는 수빈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눈게 연준이였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너 진짜 수빈이한테 말할거야? "

 

" ..이미 했는데. "

 

" 아이고.. 최수빈 해투 돌때 겁나 힘들겠네.. "

" 너도 참 고생이 많다 "

 

" 야, 수빈이한테 내 바꾼 번호 알려주지 말고. "

 

" 아 나 근데 진짜 최수빈한테는 약한데- "

연준에게 좀 전 상황을 얘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급히 연준의 전화를 끊고 집에 들어갔다.

 

그러고 집에서 혼자 술을 퍼마셨다.

한, 한 달은 꼬박 밤을 세워서

30일째의 밤은 거의 폐인에 가까워 보였다.

 

그 사이에 딸에게 무슨 일 인지 물어보지 않고

묵묵히 뒷정리를 해주시던 부모님과

자주 연락해서 생사 확인해주던 멤버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참 이기적이게도 내가 혼자 생각하고

이별을 통보했음에도

이 꼴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러던 중,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새 남자라도 만나라는

동생의 재촉에 새 출발을 결심했다.

 

그래서 연준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소개팅에 나가보겠다.

라는 짧은 근황 정리를 디엠으로 보내곤

쌓여가던 웹툰을 정주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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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만 더 일찍 잤더라면

그날 밤 감정에 젖어 우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날 밤, 지민의 핸드폰에선 요란한 알람 소리가 들렸다.

 

딴짓하다가 돌아오니 인스타 알람이였다.

무심코 미리보기를 눌렀다가 이내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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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이다.

그냥 누가 봐도 최수빈이다.

내 집주소는 또 어떻게 안걸까..

괜한 한숨만 푹푹 쉬는 사이 연준에게 전화가 왔다.

 

" ..면목이 없다, 지민아. "

" 내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내 핸드폰을 봐버렸어.. "

 

" 그게 왜 니 잘못이냐. "

" 그냥 내가 너무 안일했던 거지.

 

" 내가 내일 수빈이는 잘 말려 볼ㄱ.. "

 

" 아냐, 말리지마. 그냥 내일 수빈이 만나서

말이나 한번 해볼게. "

 

" 괜찮겠어? "

 

" 안 괜찮을 건 뭐야. "

" 걔도 나 때문에 당황스러웠을 거 아냐. "

 

-

 

 

그렇게 연준과 통화를 하다 곧 끊었다.

그러곤 다시 수빈의 메세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차놓고 뭐이리 이기적인지.

인스타 염탐이 아닌, 무대 직캠이 아닌

진짜 최수빈을 벌써 보고 싶다.

 

근데 수빈아 그거 알아?

" 우리 헤어지지 않았다면 오늘 1100일이야. "

- 끝 -

 

 

 

 

 

 

 

 

 

 

 

 

 

단편이랍시고 썼는데 8,500자를 써서

딱히 단편 같지는 않네용

아, 지금 2화 후보만 3개(..)가 있는데

첫번째는 그림 관련 수빈 남주고요

두번째는 수어 관련 수빈 남주,

세번째는 권태기 관련 연준 남주인데

댓글에서 가장 많이 뽑힌걸로 들고오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