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이게 뭔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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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_

“……”
“오랜만이네.”
“응, 그러게.”
“들어와. 들어와서 이야기해.”
5년동안 몇 번이고 왔던 여주의 집이었기에 우리집 만큼 편해왔던 건 사실이었지만, 지금 이 순만만큼은. 나를 매우 긴장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여주는 얼굴을 보지 못한 새 살이 많이 빠진 듯 했다.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ㅇ,”
“미안한데. 너 할 말이 먼저 같은데.”
“……”
“이제 해줘. 네가 누누히 말해왔잖아? 다 설명 할 수 있다고.”
여주의 눈빛이 차갑다. 나를 사랑스럽게만 쳐다보던 여주에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래, 이제 여주도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5년동안 꽁꽁 숨겼으면 이제는 말 해야지.
“우리 아빠, 일 때문에 계속 해외에 있다고 했잖아.”
“응.”

“바람 나서 엄마랑 이혼하고, 딴 여자랑 살림 차렸어.
내가 거짓말 친거야.”
“…….”
“너랑 사귄 지 1년 정도밖에 안됐을 때 일어난 일이라 무작정 숨겼어. 이제 말해서 미안해.”
“…계속 말해줘.”

“우리 엄마는 몇 달 전에 병원 입원해서 간이식 기다리고 있어. 태형이랑 윤기랑 술 마신다고 거짓말 치고 엄마 보러 간 적도 많아…”
“…뭐? 어머니가? 언제부터?”
“너한테도 말하려고 했는데 괜히 너한테 짐만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중에 말하려고 했어. 너도 나도 사회 초년생이라 정신 하나도 없을 때잖아.”
“지금은 괜찮으신거야? 간이식 받았고?”
“…아니.”
“내일 어머니한테 갈게. 어머니는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어제 아빠가 갑자기 찾아왔어. 몇 년만에 아빠 본 엄마는 놀라서 쓰러졌고… 엄마한테 가느라고 너한테 연락 한 통 없이 약속 못 지켰어. 미안해.”
“……”
“아빠가 엄마한테 찾아와서 간 주겠다고 했대. 아무튼 지금… 나한테 너무 힘든 일들이 많아, 여주야.”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말하려고 했는데… 미안.”
“그랬으면 너한테 이렇게 화 내는 일도 없을거고, 네 옆 지키면서 도울 수 있는 거 다 도왔을거야.”
“……”
“나는 이런 건줄도 모르고…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할까봐….”

“내가 자기한테 헤어지잔 소리를 왜 해.”
“지쳤다고 했잖아, 나한테…”
“그것도 미안해. 내가 미쳤었나봐 여주야.”
“…나빴어 전정국.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 다시는 너 힘들게 안할게.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할게. 우리 서로한테 솔직해지자.”
“…웅… 알았어.”
“…나한테 실망 안 했어?”
“했어. 조금.”
“응… 나라도 그럴거야. 5년동안 너를 속였으니까.”
“누가 그것 때문에 실망 했대?
네가 나한테 기대지 않으려 한 거, 그게 제일 서러워.
난 너한테 누구보다 힘이 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미안.”
“됐어, 미안하다는 말 그만해. 그리고 나한테 잘해.
나도 너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줄게.”
“…푸흡, 알았어. 그럴게.”
ㅡ
어정쩡한 끝마무리
하지만 권태기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