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해? 다시 한 번 가자.“
”….나도 이런 전문적인 촬영은 처음이라.“
”연예인인 척 하지 말고.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건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거야.“
”…알았어. 다시 해볼게.“
”5시 반이네 벌써. 어서 끝내자.“
”정국아.“
”…하아, 왜.“

”우리 아버지 회사로 와.“
”…뭐?“
”여기에서 받는 월급 두 배 줄게. 우리 회사엔 너같은 인재가 필요해.“
”…재밌네. 너도 그 회사에선 고작 사회초년생일텐데, 이런 제안하는게.“
”……..“

“촬영에 집중해줄래?
호의로 내 요청에 응해준 건 고마운데,
그걸 권리로 이용할 생각은 하지 말아줘.”
“마케팅부 팀장에 빈 자리가 생겼어. 아버지한테 너를 추천했거든. 여기서 사원으로 남는 것보다 훨씬 이득 보는 장사인 것 같은데, 안 그래?”
“…….“
정국의 눈빛이 흔들렸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취업한 이 회사보다도 더 좋은 회사에서 이 나이에 팀장 자리라… 그걸 제안한 대상이 아무리 서린일지라도 혹 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정국은 이 제안에 흔들리는 자신이 싫었다. 그 회사로 가면 제일 속상해하는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친구 여주일테니까. 그걸 알면서도 순간 고민하며 흔들리는 자신에게, 정국은 스스로 혐오감을 느꼈다.
카톡 10개, 부재중 전화 5통
“쮸😘”
“…벌써 시간이…!“
“내가 괜한 말을 한건가.
분명 너한테 도움될만한 이야기라서 해준건데.”
“…말이라도 고맙다. 일단 얼른 촬영 마무리하자.”
/
“여주야!“
“걱정 했잖아. 무슨 일 있던 건 아니지?”

“계속 NG가 나서.. 얼른 끝내려고 서둘리 하는 바람에
핸드폰도 확인 못했네.”
“그랬구나. 얼른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응, 미안해 진짜…“
“미안하다는 말 그만해도 돼.
최서린이랑은 별 일 없었고?”
“음… 그게 실은…”
“응?”
”최서린이 제안을 하나 했어.
CO그룹 마케팅부 팀장.”
“…본인 아버지네 회사지?
그거 본인이 그런식으로 제안해도 되는거야?”
“그 자리가 지금 공석이라서 채용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최서린이 회장님께 날 추천했대.”
“…….”

“여주 네가 싫어하면 절대 안 갈거야.”
“최서린이 이제 와서 딴 마음 먹고 그렇게까지 하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정국이 네 인생에 있어서 좋은 기회잖아.”
“어차피 걔는 나랑 다른 팀이라 내가 만약 간다해도 마주칠 일 잘 없을거야. 여주 걱정 안되게 내가 잘 할게.“
“그래 ㅎㅎ 우리 정국이 장하네.
이 나이에 팀장 자리 제안까지 먼저 받구!”

“다 여주가 곁에 있어준 덕분이지.
요즘 일들이 다 잘풀리는 기분이어서 너무 좋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

”어이! 뭐 이리 늦게 오시나.“
”그래서 올때 술 잔뜩 사왔다 ㅎㅎ 지각벌로~“
“오 나이스~ 여주, 오랜만이다!“
”윤기 잘 지냈어? 넌 못 본 새에 살이 더 빠졌다.“

”이새끼 여자한테 또 차였거든. 그래서 그래.“
”또 결혼 안한다고 찬물 끼얹었냐?“
”아니, 결혼 할 마음이 없어서 없다고 하는게 그렇게 큰 문제야? 거짓말 하는게 더 별로잖아.“

”그럴땐 빈말으로라도 ‘난 너랑 결혼할거야.‘ 하는거야. 하긴, 민윤기 쟤가 진정한 사랑이 뭔지는 알까…“
”그건 김태형도 마찬가지거든.
야, 너 누군갈 너무 사랑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
느껴본 적 있어?“
윤기가 말을 하는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이상한 기억들이 뭉개뭉게 피어올랐다. 분명… 어디선가 나도 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웅… 내가 더 조아해. 아니,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가타… 하…
너는… 너는 이 기분 잘 모르지?”
갑작스레 떠오르는 정체불명의 기억들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말들을 지금에서야 기억하는걸까. 이런저런 혼란스럽게 돌아오는 드문 기억들로 나도 모르게 인상까지 쓰며 생각에 잠겨있었던건지,

“야, 여주야. 넌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냐ㅋㅋㅋㅋ”
김태형이 내게 웃기다는 식으로 말을 걸었다.
고개를 들어 김태형의 얼굴을 본 순간,
“아니, 잘 알지.”
“실은 있자나 여주야…”
“나 너 좋아한다.”
“엄청 엄청 오랫동안 너 좋아했어.”
어젯밤의 기억이 모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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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려분 :)
1년 2개월만이에요 ㅎㅎ 정말 오랜만이죠!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바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ㅜㅜ
저는 고3, 수험생이 되었답니다 😄😄
조금 느리더라도, 무조건 완결 내겠습니다!기다려주신 분들 감사해요 :)
다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