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과 여주는 결혼한지 3년 된 신혼부부였다.
석진은 임용고시 준비 중이라 한가로운 편이지만 여주는 화가이기도 해서 작품들때문에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이다. 그리고 어느 날, 여주가 멀리로 출장을 가게 됐다.
"자기야 나 걱정하지말고 집에서 푹 쉬어. 출장 한 두번 나가는거 아니잖아."
"너야말로 나 걱정하지마. 나도 그때보단 요리 훨 잘해~ 출장 다녀오면 꼭 요리 해줄게."
"과연 그럴까? 맛없으면 진짜 마지막 데이트가 법원 근처 공원이 될 수도?"
"맛없다고 이혼은 너무 섭섭하잖아... 자기야 꼭 항상 영상통화해~ 알았지?"
"내가 그런것도 못할까봐? 자기 나 걱정 하지마? 응?"
"걱정 안할게. 기차 늦겠다 어서 가."
여주는 씩 웃고 석진의 입에 입을 쪽 하고 맞췄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자기야."
여주는 정말로 현관문을 열고 캐리어를 끌었다.
여주가 문을 열자 보인 풍경은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아파트 풍경이였다. 오래된 아파트라 여주의 집은 현관을 열면 바깥 모습이 탁 트인채로 보였다.
여주는 아파트 밖을 나가 택시를 잡았다.
석진은 여주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바로 임용고시 준비를 했다. 석진과 여주는 미대 출신인데 캠퍼스에서 이어진 인연이 결혼까지 간 케이스이다. 스물 일곱의 이른 결혼이라 둘은 연애로 포장한 결혼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에겐 애틋함이 더더욱 있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석진은 임용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여주 생각에 집중이 잘 안됐다.
*
여주가 출장을 간지 반년이 넘었다.
여주의 말로는 너무 길어져서 몇 년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석진은 여주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버텼다.
왜냐면 석진이 교사로서 취직을 했기 때문이다.
미대 출신의 석진은 일반고가 아닌 예고에 발령 받아 교사 일을 시작 했다.
석진은 사립예고에 발령 받았고, 미술 2반 부담임이 됐다.
“김쌤! 이사장님이 호출 하셨어요!”
“김선생님! 이것 좀 담당 해주시겠어요?”
석진은 김쌤,석진쌤,김선생님,석진선생님 등으로 불리며 교직 생활을 했다.
너무나도 바빴던지라 석진은 여주를 생각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일이 터졌다.
“석진쌤! 오늘 아침에 뉴스 기사 봤어요? 부산으로 출장간 한 젊은 화가가 폭행을 당해서 기억을 잃었대요!”
“네? 그 사람 이름이 뭔데요?”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당연히 공개 안했겠죠. 요즘 세상 참 무서워요... 저번엔 살인사건에... 어우 참 끔찍하다니까요?”
“애들이 당할지도 모르니까 애들한테 밤늦게 사람 없는 곳에 다니지 말라해야겠어요.”
“진짜 나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석진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석진은 여주가 부산으로 출장 간 걸 알기에 여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
“손여주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여주야 지금 어디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제발 연락 좀 해줘...’
석진이 불안해하던 틈에 여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손여주!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지금 부산에 장난아니야. 너 조심해야해.”
“여보세요...?”
“여주야? 너 여주 맞아? 여주야 나 기억안나? 니 남편 김석..!”
“저 남편 없어요. 보이스피싱 같은데 다시는 전화주지 마세요.‘
“손여주, 너 장난치는 거지? 여주야 나 알잖아? 응?”
전화가 갑자기 끊겼고, 석진은 다급하게 여주의 문자로 들어갔다.
석진이 여주에게 문자를 할려는 때, 2022년 4월 17일로 되어있는 문자 내용에 여주의 문자가 와있었다.
-[Web 발신]미래부산대병원에서 손여주 환자 폭행으로 인해 뇌출혈 발생했습니다. 이 문자는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발송됩니다.-
석진이,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인 여주를 무시한 첫 번째 사건이였다.
“내가... 여주의 문자를 씹었어....”
석진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인들도 연을 끊었던 때고, 심지어 여주의 친구들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였고, 여주 말로는 어릴 적 친척들의 도박으로 부모님들은 친척들과 연을 완전히 끊은 사이라고 했기에 석진이 여주를 무시한 이상 거의 알 방법은 없었다. 심지어 부모님들도 석진은 어릴 적, 여주는 최근에 돌아가셨기에 유일한 인연이였던 부모님들에게도 알 방법이 없었다.
*
석진이 주말에 여주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고, 여주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여주야! 손여주!”
“누군데 저한테 손여주 거리세요?”
“뭐..? 여주야 너 왜 그래 너 머리가 어떻게 됐어? 너 왜 그래...!!”
“환자분 남편분 되세요?”
“네 맞습니다만..”
“손여주 환자분 기억상실증이에요. 본인 이름도 모를 정도고요. 결혼도 한지 모를 정도에요. 혹시라도 상태 괜찮아지면 병원에서 연락 갈거에요.”
“그래도...! 제가 간호 할게요.”
“남편분이 있으셔도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거에요. 포기하시고... 돌아가세요...”
간호사의 말은 석진을 더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석진은 눈에 힘이 풀린채로 서울로 올라갔다.
*
몇 년이 흘렀다.
“석진쌤! 이사장님이 부르세요.”
“이사장님이요? 알겠어요...!”
석진은 몇 년간 심아예고에서 교사로 지냈다.
끼익-
“이사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이번에 심아예고학생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심아예고제 다음날에 열리는데 김선생이 전시회 담당을 해주실 거죠?”
“몇 년간 해왔는데 당연히 해야죠. 이번 초대 작가는 누구에요?”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손여주씨를 모시고 싶어요. 몇 년전에 머리를 다쳤긴 하지만 아마도 사회생활은 가능할까봐 싶어요.”
“손..여주씨요...”
석진은 여주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지만, 금방 펴졌다.
“혹시 모르니까 다른 작가도 생각해두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님 심아예고 미술과 졸업생 중 하나를 모시는건 어때요?”
“역시 김선생이네요. 그럼 김선생 말대로 전시회 진행해볼게요. 수고하세요 김선생.”
이사장은 석진에게 칭찬을 하며 자리를 떴고, 석진은 곧바로 힘이 풀려버렸다.
“여주야..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거니... 나 이제 지칠려해...”
석진은 눈물을 꾹 참고 휴대폰에 있던 사진들을 보며 슬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
심아재단 전시회가 열리는 날, 심아예고,심아예중 학생들은 전시회를 구경했다.
“석진쌤, 이거 제가 기증한거 맞죠? 그쵸?”
“맞아. 맞으니까 호들갑 떨지 말고. 니가 그린거 맞아. 2024.04.14. 제 25회 졸업생 배현지 작품.”
“우와... 디따 신기해요!!”
“너 재능있다고 1학년때 말했잖아. 하여간 머리엔 돌만 든거 같다니까?”
“쌤 말이 심하시네요?”
“농담인거 알지?”
“암요암요 알죠”
석진이 전시회를 두리번 거리다 익숙한 실루엣의 여자를 보았다. 처음엔 아닌거 같았지만,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다른 그림으로 갈려하자 석진은 확신이 들었다.
“손..여주...?”
그 여자는 여주였다.
석진의 눈은 빨갛게 변했고, 눈물은 똑똑 떨어졌다.
여주는 석진의 품으로 드디어 복귀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