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전번 달라니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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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주 너 지금 뭐 하냐."

"윤기찡이... 왜... 여기에..."



미자 딱지나 달고 있는 주제 골목에서 담배나 피우는 여주를 발견한 민윤기.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말을 좆도 안 들으니 기가 찰뿐이다.



"뒤질래. 아님 끌래."

"꺼야죠...^^"



여주는 되려 본인이 담배나 피울 거 같이 생겨서는 담배 단속이나 하는 민윤기에 짜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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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 피우더니 헤어지고 나서 계속 피우네. 또."




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최근에 남친과 헤어지고 짜증이 내 온몸에 둘러 싸인 것만 같다. 주위에선 똥차라지만 나는 정말 걜 사랑했거든.



"몰라. 짜증나."

"딴 걸 해. 담배 말고."

"같이 백화점 가자. 쇼핑 좀 해야겠어."

"또 돈 지랄하려고;;"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남는 건 돈뿐이었다. 남아도는 걸 어쩌라고. 전남친에게 쓴 돈만 해도 외제차 한 대는 샀을 거다.



"네가 음악 없으면 시체이듯이, 나는 돈 없으면 시체야."

"어이가 없네..."



미친년 보듯이 쳐다보긴 해도 같이 백화점 가줄 민윤기인 걸 알기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친구가 별로 없는 날 탓해... 윤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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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각 오후 11시. 입이 심심해 담배도 피울 겸 좀 걷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까. 어두운 골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이 골목으로 향했다.



"쯧. 나이가 몇 갠데 요즘에도 이런대서 삥을 뜯는담."



남자애 한 명이 또래 같은 남자애 2명에게 맞고 있었다. 내 알바는 아니라서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저 내일 아침에 누가 여기서 죽었다는 기사나 안 나오길 바랄 뿐.



"돈이 없으면 쳐맞아야지. 안 그래?"

"거지새끼가 노래나 하겠다고 기어오른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남자애 2명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애에게 다가가 물고 있던 담배로 얼굴에 담배빵을 하려고 했다. 이걸 보게 된 여주는 입을 열었다.



"너네 뭐 하는... 엥, 우리 학교 교복이잖아?"

"뭐야 저건."

"야, 쟤 걔 아냐?"

"조여주...?"



여주가 다니는 고등학교 이사장 딸이 바로 여주다.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이런 저러한 일들로 학생들 입에 자주 오르락내리락 거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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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리니까 우리 집 근처에서 이러지 말아 줄래?"

"그냥 가던 길 가지?"

"지랄. 곱게 얘기하면 그냥 곱게 꺼져."

"저 미친 년이!!"



여주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얘네는 근처에 경찰서가 있는 걸 모르는 걸까.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건지.



"쟤가 돈이라도 뜯어 갔니?"

"이 거지새끼가 내 옷 더럽혔거든. 70만원 짜린데 시발."



여주는 재밌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고작 70? 뭐야, 너도 거지네."

"뭐!?"



지갑을 꺼내든 여주는 현금을 싹 꺼내고는 그들에게 던졌다. 불쌍하니까 주는 거라고. 불쌍한 사람들한테 기부하는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얄밉게 미소 지었다.



"미친년이 이사장 딸이라고 존나 설치네. 정작 아무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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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존예."

"...옘병."




그들은 기가 찬다는 듯이 쳐다봤다. 솔직히 웬만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예쁜 건 사실이다. 특히 돈도 많은 여주가 뭐가 부족할까.



"좀 있으면 짭새 순찰 도니까 곱게 가라. 내가 돈까지 줬잖아."

"...넌 시발 얘 때문에 산 줄 알아."



좋아라 돈 주워서 가는 그들이 한심했다. 쟤들은 무조건 이 애를 또 괴롭히려 들 것이다. 아 영상을 찍어서 정학을 먹였어야 했는데.



"죽은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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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지랖이야."

"야."

"...?"

"너 잘생겼다."



어두워서 얼굴을 잘 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나 존나 잘생겼다. 학교에서 한 번도 번 적 없었던 거 같은데... 내가 왜 이 외모를 모르고 있었지?



"뭐라는 거야;;"

"이름이 뭐야?"

"눈깔 삐었냐. 명찰 안 보여?"

"까칠하기는."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명찰에 적혀 있었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름마저 잘생긴 거 같냐, 너는.



"아... 네가 걔구나?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애가."

"....."



안 그래도 구겨진 표정이 더욱 구겨진 거 같다. 저런 표정 나오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네 전번이면 충분하거든."

"누가 준대? 미친년 아냐."

"너 웃긴다. 정작 병신 같은 것들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왜 나한테 화풀이야;;"

"...꼬우면 꺼져."

"됐어. 잘생겨서 화 다 풀렸어."



전정국은 진짜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 봤다.



"비켜. 내가 가고 말지."

"어디 가. 전번 주고 가야지?"

"뭔 개소리야, 자꾸;;"

"친하게 지내면 나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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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친해지기 싫으니까."

"아, 어디 가!?"

"전번 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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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발킵고잉 이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