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전번 달라니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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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오자마자 한 짓이 뭔지 알아? 바로 전정국 찾기야.



"혹시 전정국 몇 반인지 알아?"

"아, 걔 1학년이잖아."



미친. 연하였어?



"몇 반인데?"

"7반일걸?"



솔직히 나는 연하는 안 좋아한다. 나랑 2살 차이기는 하지만, 나도 어린 나이인데... 나보다 어린애를 만나기엔 좀 그렇다.



드르륵 -



"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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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건."



잘생겨서 그런가 주위에 여자애들이 수두룩했다. 저 얼굴에 인기가 없으면 문제가 있긴 해.



"정국아~ 나중에 같이 점심 먹을래?"

"뭐래 ㅋㅋ 쟤가 왜 너랑 먹냐? 정국아, 이 빵 먹을래?"

"혹시 립밤 뭐 써? 되게 입술 촉촉하다~"



아 근데 짜증 나네. 내가 왜 전정국을 이제서야 알았지. 졸업 4개월 앞두고 있는 내가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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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하고 꺼지지."

"아 왜~ 같이 놀자."

"맞아맞아. 맨날 안 놀아줘."

"얘들아, 비켜줄래?"

"...?"



전정국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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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전정국."

"허...?"

"누구야...?"

"몰라..."



전정국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무런 타격도 없지만.



"네가 어제 도망가서 직접 찾아왔어."

"미친년."

"응, 나도 날아."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은 너무 이른데.



"저기요, 저희가 먼저 대화 중이었거든요?"

"어쩌라고?"

"하? 진짜 뻔뻔하네."

"누군데 말을 그따구로···"

"1학년이라 모르나?"

"야... 이사장 딸 조여주 선배 아냐..?"

"...참나.."

"알았으면 꺼져."



아ㅋㅋ 꼬우면 너네도 이사장 딸하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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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꺼지고 말지."



전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따라오면 각오하라는 표정을 짓고선 전정국을 따라나섰다.



"정국아~"

"....."

"정국아, 매점 갈래?"

"좀 시발. 적당히 해."



아무래도 단단히 빡친 거 같다. 들이대는 스타일이 별론가.



"전번 주면 꺼질게."

"꺼져."

"그럼 내일은 줄 거라고 믿고 갈게^^"



적당히 하고 빠지기로 했다. 내일도 전번을 안 줄 거라는 걸 알지만 뭐... 눈 호강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
.
.
.







점심시간이 되었을까. 전정국이랑 같이 먹고 싶어서 급식소로 향했다. 수많은 학생들 사이 눈에 띄는 한 사람. 바로 전정국이다.



이상하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여자애들이 판을 치고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급식을 받고 바로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한국인은 밥심이야. 그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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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 보면서 밥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어?"

"토할 거 같은데."

"뒤질래^^?"

"ㅋ"




순간 얄미워서 한 대 칠 뻔했다. 저 잘난 얼굴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걸 알기에 참았다.



아니 근데 나 안 예쁜가? 나 예쁘다고 그랬는데, 주위에서...




"근데 왜 너 혼자 밥 먹어?"

"....."

"대답도 이젠 싫다 이거냐? 그래, 밥이나 먹자."




묵묵하게 밥이나 먹기로 했을까. 별문제 없이 밥을 먹던 도중, 한 무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야, 밥 먹는 친구가 생겼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존나 예쁘네."

"나도 알아."

"어이없네ㅋㅋ 너 얘 뭔지 알고 같이 밥 먹냐?"

"전정국이지."

"얘 사배자야. 돈도 없는데 뻔뻔하게 이 학교에 들어온ㅋㅋ"



견적이 딱 보였다. 고작 사배자라는 이유로 전정국이 어제 그렇게 맞았고, 지금 이런 상황이 있는 거구나?



진짜 수준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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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물어봤어."

"허? 미친 년이네, 이거."

"안다고, 나도 미친년인 거."

"조심하지? 얘처럼 처맞기 싫음?"



유치하기 짝이 없다. 요즘 누가 이렇게 대놓고 이도 저도 아닌 일진 짓을 하는 건지. 그것도 1학년이 말이야.



"때릴 수 있으면 때려."



여주의 말에 빡친 무리 중 한 명은 여주의 식판을 들더니 전정국에게 집어던졌다.



"너도 이렇게 되고 싶···"

"아 이시발년이."



자신도 아닌 가만히 있던 전정국에게 피해를 주는 그들에 빡친 여주는 그들이 들고 있던 식판을 거세게 뺏들더니 똑같이 던진 놈에게 던졌다. 면상에다가 직빵으로.



"시발!!!"

"야, 닥쳐."



순식간에 조용해진 급식소. 알 사람들은 알 거다. 조여주가 빡치면 어떻게 되는지.



"야??"

"그럼 3학년인 내가 존댓말 쓰겠니?"

"3학...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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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일부터 학교 나올 생각하지 마."



여주는 폰을 꺼내 들더니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들 싹 다 처리해."



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퇴학은 물론, 집안마저 길거리에 주저앉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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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따라와."



여주는 전정국을 데리고 급식소를 벗어났다. 뒤에서 들려오는 욕은 무시한 채.



그저 전정국의 젖은 옷이 신경 쓰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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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