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엄친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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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1





















"야, 너 빨리 가서 지민이 깨워."

"그걸 왜 나한테 시켜어!!"

"빨리 안 가?"

"진짜 짜증 나..."



박지민. 엄마 친구의 아들이자 내 친구. 우리는 평생을 함께 보고 자랐다. 대학생인 지금까지도 한 집에 살고 있으니...



"야, 박지민!! 너 안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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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왜 아침부터 화를 내고 그러냐..."

"언제까지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걍 기숙사를 쳐들어 가던가!"

"또또 저 소리..."



세상 느긋하게 일어나는 박지민이 어지간히 얄미웠다. 우리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이없는데, 아주 그냥 박지민이 아니라 내가 얹혀사는 신세 같아!!



문을 거세게 닫아 버리며 거실로 향했다. 덕분에 엄마한테 잔소리를 엄청나게 들어버렸지만.



"엄마, 내가 친 딸이거든!?"

"네가 하는 짓을 봐라. 네가 예쁜지, 지민이가 예쁜지."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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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음식 솜씨는 어째 계속 늘어나세요? 너무 맛있는데요!?"

"역시 우리 지민이 밖에 없어~"



이걸 지켜보는 나는 기가 찰뿐이다.



"웃겨, 진짜."



밥맛이 뚝 떨어진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빨리 학교가 나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밥 안 먹으면 못 사는 애가 왜 수저를 내려 놔."

"엄마 친아들 박지민이나 먹이세요~ 나는 학교나 갈라니까."



박지민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지만 절대 시선을 주지 않았다. 너도 놀랍니? 내가 밥을 마다하니?



가방 후딱 챙겨서 들려오는 소리 다 무시한 채로 밖으로 나섰다. 인 그래도 오늘 소개팅 있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졌다. 소개팅만큼은 잘 됐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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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연락 싹 씹은 채 피해 다니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딱히 피해 다닌 것도 아니긴 했다. 오늘은 박지민이랑 겹치는 강의가 없을 뿐이었다.



"야, 이여주~!!"



나를 발견한 박지민이 냉큼 달려왔다. 참... 내가 너를 학교에서도 봐야 된다니... 끔찍하다.



"어디 가? 연락은 다 씹고."

"이 언니 바쁘다."

"뭐래.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오늘은 약속 있어."

"약속?"



약속이라 함은 바로 소개팅이었다. 3:3 소개팅인데, 사실 1명이 급히 약속이 생겨서 대신 소개팅을 보게 된 거다. 가서 잘생긴 사람 있으면 최소한 눈 호강은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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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소개팅하러 간다는 말에 나를 내려다보는 박지민의 표정이 변해갔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인 건지.



"너는 그 얼굴 덕분에 고백을 넘치게 받겠지만, 난 아니거든."



언제까지고 내 옆에 박지민을 둘 수는 없다. 애인 아니냐는 개소리를 들을 바에는 진짜 내 남친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내 판단. 집구석에 있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나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야..."

"비켜, 가야 돼."

"....."



박지민을 뒤로하고 소개팅 장소로 떠났다. 이상하게 찝찝함이 느껴졌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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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왔어?"

"내가 너무 늦었나..."



도착을 하고 보니 내가 제일 늦은 것 같다. 약속 시간에 맞게 오긴 했지만 괜스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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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저희도 이제 막 온 거예요."



반대편에 앉아있는 소개팅 상대들 중 한 명이 어서 앉으라며, 늦은 거 아니라며 얘기해 준다. 그런데... 이 사람도 이 사람이지만 셋 다 진짜 잘생겼네.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긴장한 거와는 다르게 소개팅은 순조로웠다. 외모뿐만 아니라 센스도 좋은 분들이었거든.



그런데 자꾸 휴대폰 알림이 울린다. 누가 자꾸 방해를 하나 확인을 해보니 상대는 박지민이었다. 짜증이 난 나는 연락하지 말라며 경고를 줬고, 폰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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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네."

"아냐, 아무것도~"



진짜 박지민은 도움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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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을까. 각자 마음에 드는 사람과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생각보다 잘 맞아서 그런지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이곳저곳 가보며 재밌게 놀았다.



놀다 보니까 이게 소개팅인지, 친구랑 놀러 온 건지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중간중간 나를 설레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음이라도 통한 건지 나와 그는 서로 번호를 교환할 수 있었다.



"박지민은 뭐 이리 연락을 많이 한 거야."



연락이 하도 많이 쌓여 있어서 당황했다. 아직도 안 들어오고 뭐 하냐는 독촉의 연락들이었는데... 지가 왜 이렇게 난리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엄마한테 얘기도 없이 늦게 집 들어가는 거니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빠르게 집으로 들어갔고, 이상하게 조용한 집에 불안함을 느꼈다. 뭐야... 왜 아무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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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몇 신데, 이제 들어 와."

"놀래라; 불은 왜 다 끄고 있냐. 엄마는?"

"...나가셨어. 늦게 들어오신대."

"다행이네. 하마터면 죽을 뻔."



나는 긴장을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불을 켰고, 씻으러 방으로 들어가려 했을까. 박지민이 날 붙잡는 바람에 내 발걸음은 멈춰 섰다.



"뭐?"

"..넌 지금 소개팅 할 시간이 있냐? 시간이 남아 돌아?"

"미쳤냐? 왜 시비야;"

"시간이 몇 신데 이제 들어오냐고."

"야, 네가 뭔 상관이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그래도 꼴보기 싫어 죽겠는데, 다짜고짜 시비를 터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지가 뭔데 나한테 저래?



"웃긴다, 너. 이제 진짜 내 가족 행세라도 하는 거냐?"

"네가 뭔데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

"하...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거라곤 생각 안 해?"

"네 걱정이나 하겠지. 내가 뭐라고 내 걱정을 하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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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말 가려서 안 해?"

"진짜 난 네가 이럴 때마다 짜증 나 죽겠어. 넌 모르지?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뭐...?"

"진짜 싫어, 너. 그냥 시발 우리 엄마고 너고 보기 싫어 죽겠다고!!"



박지민은 여주의 뺨을 때렸다. 힘 없이 돌아간 여주의 고개. 여주의 꽉 쥔 주먹이 잘게 떨렸다.



"그렇게 말하지 마. 네가 어떻게···"

"개새끼."



여주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경멸하듯 박지민을 노려 보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하... 이게 아닌데..."



머리를 쓸어 넘기며 현관문을 바라봤다.



위험하게 집을 나가면 어떡하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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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