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수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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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없습니까!?"



모두가 가면을 쓰고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입은 옷만 봐도 그들의 지위를 알 수 있었다. 귀족들의 놀이. 황법에 따라 경매가 불법이 아니긴 하나 간혹 노예를 상품으로 하여 경매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상품입니다! 귀빈 분들께서 기다리고 기다리신 상품이죠."



철창 안에 보이는 인간. 아니, 저건 인간이 아니다. 수인이다.



"어린 수인을 구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인 건 아실 거라 믿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수인들도 시민권을 가지고 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수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에 평민 그 이상의 신분은 절대 가질 수 없었다.



"김석진. 당장 출구란 출구는 다 막으라고 전해."

"네."



나는 오늘 저 수인을 구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이들을 싹 다 잡아들일 것이다.



"자, 지금부터 경매 시작합니다."



미친 듯이 달려드는 귀족. 모두가 엄청난 돈을 불러내고 있었다.



"170만 크라운!! 더 이상 없습니까?"

"1000만"

"...!!!"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아무리 수인이라지만 1000만 크라운은 백작 정도의 귀족이 한 평생을 놀고먹으며 지낼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까.



"1000만 크라운. 더 부르실 분 계십니까!?"

"이 제국에 황실 말고 나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 있을 리가."



그녀가 가면을 벗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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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을 경매 상품으로 올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나 보지?"



모두가 그녀를 알아봤다. 알아볼 수밖에 없겠지. 그녀는 제 아비를 죽이고 작위를 얻은 대공이었으니까.



"...!!"

"대공... 께서..."

"이거야 원... 귀족이란 자들이 이러고 있으니..."



그녀는 빠른 속도로 이 자리에 있는 귀족들을 잡아냈다. 황실 기사단도 때마침 도착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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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수인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 잊고 있었다. 수많은 귀족들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수인이 갇혀 있는 무대로 올라갔다.



"상태가 영..."



온몸은 상처 투성이었고, 당장이라도 내 목을 비틀어 버릴 것처럼 이를 보이는 수인에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풀어 줬다간 얼마 못 가 죽겠군."

"수인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찾아볼까요?"

"그래. 일단은 내가 데라고 가야겠다."

"예...?"

"눈깔 봐라. 감당 가능한지."



남들에게 맡겼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그녀는 자물쇠를 부숴 버리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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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지 마."



구하러 와준 사람에게 너무하군. 경계심이 너무 높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모두가 그렇게 얘기하지."

"봤을 텐데. 널 사려는 놈들을 처리한걸."

"인간은 믿을 수 없어."



그렇겠지. 인간에게 당했으니.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을 데려가야 한다. 죽게 내버려 둘 게 아니라면.



"이대로 널 두고 간다면 넌 죽을 거야."

"....."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을 거다. 난동 피우는 걸 막기 위해서 그들이 먹인 약이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고 있다는걸.



"선택권을 줄게. 날 따라 올 건지, 혼자서 떠날 건지."



그녀는 수갑을 풀어 주었고, 가만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허튼짓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약속하지."

"...약속 지ㅋ···."

"야!!"



갑자기 쓰러진 수인. 그녀는 곧바로 수인을 안아 달려 나갔다.



"어서 저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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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하도록 만들었다.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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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제를 먹였으니 하루가 지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수인은 회복 속도가 빠르니까요."




신기했다. 보기만 해도 회복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걸릴 것처럼 보이는데 하루면 된다니.



"고맙네."

"제 일인 걸요."

"아, 혹시 저 아이가 잘 지낼만한 곳이 어디 없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애가 깨어나면 다시 부르도록 하지."




급하게 눕히느라 수인을 내 방 침대에 눕혔다. 내 침대에 수인이 누워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떠한 존재든 아직 어린아이였으니까.



"좋은 꿈 꾸거라."



그녀는 방에서 벗어났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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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합니다!!"

"귀족을 감옥에 넣다니요!"



황실 감옥. 모두 억울하다는 소리로 감옥을 채웠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모르겠군."

"대공! 어찌 우리를 감옥에 넣을 수가 있소!!"

"수인을 상대로 경매를 하였지, 그대들은."

"그들은 인간이 아니오. 그러니 불법이 될 수 없지 않소!?"



어이가 없었다. 수인의 인이 어떠한 뜻인지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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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기 따로 없군. 인간이든 수인이든 노예로 삼을 거라는 사실은 똑같지 않나."




노예 제도가 불법인 이곳에서 감히 노예를 목적으로 경매에 참여해?




"그런 표정 짓진 말게나. 죗값을 치르면 그곳에서 나올 수는 있을 터이니."



상대는 귀족. 어차피 금방 각자의 방법대로 빠져나올 인간들이다. 그저 이들은 자신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화가 나는 거겠지.



"전하, 수인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벌써...?"

"그런데 그 수인이 난장판을 부리고 있다고...!"



아무래도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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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