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너는 나의 꽃이야_
짝사랑.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볼 수도 있는 감정. 짝사랑은 달면서도 쓴 것 같다.

"....."
"남준아?"
"...어어!"
또 빤히 쳐다보다가 멍 때리고 말았다. 매 순간마다 변하는 표정을 보는 게 좋았고, 눈웃음이 이쁜 네가 웃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욱신거려 왔다.
"숙제했어? 오늘 제출이잖아."

"어...? 숙제...?"
"너 요즘 왜 그래? 무조건 해오던 숙제를 자꾸 잊어버리고 말이야."
"하하..."
하루 종일 네 생각 하느라 숙제 같은 거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겨늘이 없었다고 말하면 네 반응이 어떨까. 표정이 많은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궁금해.
"내 거 보고 어서 해. 혼나지 말구!"
"고마워."
괜스레 이런 거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 본다. 넌 알까?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만 반응한다는걸.
.
.
.
.
"김남준~!"
여주가 그렇게 보고 싶다던 영화가 개봉했다. 같이 보러 가자는 여주의 제안에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좋다고 했다.
"팝콘 사야 되는데, 무슨 맛 먹을래?"
"너 먹고 싶은 거로 사."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너에 대해 알고 싶다. 너와 친해진 지 3년이나 지났지만 그래도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꾸민 상태. 긴장은 또 어찌나 되던지 단둘이 붙어 앉아서 영화를 볼 거라는 생각이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시간 다 되어 간다. 들어가자!"
여주의 가방과 콜라를 들고선 여주 뒤를 따랐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게 되어서 그런지 몹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여주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영화가 시작되었을 땐 내 시선은 자꾸만 여주에게로 향했다. 집중하고 있는 여주의 모습이 귀여워 자꾸만 나오는 미소를 감추느라 바빴다.
작은 손으로 팝콘을 먹는 모습도 귀여웠을까. 갑자기 나와 눈이 마주친 여주는 팝콘을 먹다 말고 내 입에 팝콘을 가져다 댄다.
왜 안 먹냐며 어서 먹으란다. 영화관이 어두워서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붉어진 얼굴이 여주에게 들켰을 거다.
진짜 미치겠네...
슬슬 영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을까. 그렇게 막 슬픈 내용이 아닌데도 눈가가 촉촉해진 여주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여주를 쳐다 봤을 땐 이미 우느라 바빠 보인다. 휴지도 없는데 서럽게도 울고 있다.
"많이 슬펐어?"
"으응... 서브 남주가 너무 불쌍해서어..."
우는 모습마저 예뻤다. 일부러 더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지 마."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 줬다.
"뚝. 그러다 눈 마카롱 되겠다."
"안돼ㅠㅠㅠㅠ"
어라. 더 울릴 생각이 아니었는데.
"나가자.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 사줄게."
"구랭!"
떡볶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흘리던 눈물 슥 닦고서는 벌떡 일어나지 뭐야.
분식집에 도착한 우리는 음식을 시켰고, 입안 가득 먹기 바쁜 여주에 남준은 물을 챙겨준다.
"다람쥐야?"
"어닌데."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큼큼... 그러는 너는 왜 안 먹어?"

"너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른 기분이야."
"ㅁ... 뭐래...!"
붉어진 여주의 귀. 아, 진짜 너무 귀여워.
떡볶이를 다 먹었을까. 벌써 오후 9시였다. 영화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딱히 한 것도 없는데 헤어질 시간이 되고 말았다.
"데려다 줄게."
"에이~ 괜찮아~"
"너 밤에 혼자 다니는 거 무서워하잖아."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 또 언제 단둘이 놀 수 있을지 모르기에 지금을 즐겨야 된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 떡볶이도 잘 먹었구."
"나도 재밌었어. 늦잠 자지 말고 일찍 자. 알겠지?"
"아, 내가 언제 늦잠을 잤다고···."
"어제도 늦잠 자서 지각했잖아~"
"칫..."
벌써 도착한 여주의 집. 아쉬운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대로 보내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 여주야."
"응?"
"다음에도 데이트 하자."
"어...?"
"너 알고 있지."
"ㅁ, 뭘?"
표정이 다양한 너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대답이 없다. 눈동자만 떼굴떼굴 굴리는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ㄱ, 그래서!"
"다음 데이트는 친구 관계 말고 연인 관계로서의 데이트를 하고 싶어."
"...!"
"대답을 강요하는 건 아니야. 그냥... 오늘 이 얘기를 안 꺼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좋아."
"어?"
"좋다고. 나도 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 채 나 좋다고 말해주는 저 입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나도 너 좋아하니까 오늘 너랑 단둘이 놀자고 한 거야."
전혀 몰랐다. 그냥 정말로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해서 혼자 가긴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한 줄 알았다.
"...바보."

"아, 진짜."
"뭐야! 왜 웃어!?"
"너무 귀여워서."
괜스레 꼼지락거리는 여주의 손을 잡았다. 여주는 잠시 놀라는 듯했지만 손을 빼거나 하진 않았다.
"고마워. 나 좋아해 줘서."
쪽 -. 짧게 여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토끼를 어떻게 해야 될까.
"나도오..."
너는 나의 꽃이야. 절대 지지 않는.
_____
ㅇ... 윽... My he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