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룸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냥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가볍게 인사하고,
빈자리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얼굴이 있었다.
익숙한 얼굴.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자리.
송은석.
정확히 기억하고 있던 이름.
기억 안 나기엔, 그날 이후로 한동안 생각이 많았던 사람.
그가 고개를 들고,
내 시선을 받은 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작은 숨을 들이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옆자리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말은 했지만,
내 목소리가 조금 느렸다.
“오랜만이에요.”
그가 먼저 말했다.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
그게 더 당황스러웠다.
“그러게요.”
나는 짧게 답했다.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터디는 평범하게 흘렀다.
자기소개, 스터디 방향 정하기, 일정 조율.
옆에 그가 있는 걸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종이 넘기는 소리, 펜 끝 움직임,
옆자리의 작은 기척 하나하나가
괜히 더 크게 느껴졌다.
자기소개를 할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이름과 학교, 지원 분야만 말했다.
은석은 그 다음이었다.
변한 건 별로 없었다.
말수도, 말투도.
“송은석입니다. 졸업했고, 공기업 준비 중이에요.”
그냥 그 정도.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더 낯익었다.
스터디가 끝나고 다들 단톡방 얘기하며 떠들었지만,
나는 조용히 짐을 챙겼다.
엘리베이터 쪽이 시끄러워서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은석이었다.
나는 멈췄다.
그는 계단 몇 칸 위에 서 있었고,
빛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괜찮아요.”
내가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가 말했다.
“저도요.”
나는 대답했다.
거기까지.
우리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같이 걸었다.
“다음 주에 뵐게요.”
그가 먼저 인사했다.
그는 돌아서 걸어갔고,
나는 그 자리에 잠깐 멈춰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작된 하루였지만,
머릿속엔 그 얼굴이 자꾸 맴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