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은 16년도 여름이라 하자. 여기서 남주인 정국은 열 여덟 공부는 놓은 지 오래인 날라리 라이더다. 어릴 적부터 집안 사정이 안 좋아 이 알바 저 알바 하며 오토바이를 타다 날라리의 길로 빠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라이더 날라리, 오토바이 타는 퍼런 모자 걔 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그에 반면, 여주는 지독한 범생이다. 야자 없던 중학생 생활 수준에 맞지 않는 그녀의 부모님에 의해 짜여진 플랜을 완벽하게 마치는 것에 모자라 전국 경시대회 수상을 휩쓰는 것이 일상이었을 정도로 그녀는 전형적인 천재의 길을 걸었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흠이었고.
범생이인 여주와 그는 접점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여주가 학교에 남아 악바리로 버텨 야자까지 해내는가 하면, 그 시간에 정국은 그의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며 시내 이곳저곳을 누볐으니까. 살아온 패턴과 성격 취미 모든 게 반대되는 두 명이 처음으로 안면을 튼 곳은 학교 뒷편 주차장이었다.

세상에 제 편 하나 없다고 생각한 여주는 몇 달 전부터 학교 뒷편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유일한 그녀의 편 고양이 한 마리를 비밀리에 보살피고 있었다. 야자까지 모두 마쳐 암흑 깔린 하늘 아래 선 것은 밤 아홉 시. 그녀는 주머니에 있던 츄르 하나를 꺼내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녀의 시선 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검정색 가죽자켓에 찢어진 청바지. 푹 눌러쓴 이니셜 P가 적혀 있는 퍼런 모자의 주인공.
"아, X발. 이거 어떡하지."
전정국이다.
여기서 뭐 하고 있냐는 물음은 제 답을 찾아 허공을 둥둥 떠다니다 끝끝내 침묵 뒤로 자취를 숨긴다. 욕을 낮게 읊조리던 퍼런 모자의 그는 여주를 흘깃 쳐다보고선 제 품에 붉은 무언가를 안고 오토바이 위에 급히 앉는다. 자켓 안 흰 티에 묻은 검붉은 액체의 여부를 묻는다. 여기 있던 고양이 못 봤어? 그녀의 물음을 또다시 침묵 뒤로 숨긴 그의 안색이 어딘가 창백해 보여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가자 보인 것은,
"피?"
"·········."
낑낑대는 고양이 한 마리였다.
그것도 여주가 애지중지 다루던 고양이.
"·········."
"·········."
"니가 죽였냐?"
"지랄 마. 아직 안 죽었어."
"니가 죽였냐 묻잖아."
"······ 사고였어."
"지랄···."
그의 눈 밑에 고인
작은 눈물 방울을 빤히 쳐다보았다.
"가."
"고, 고의는 아니였어. 나는 그냥, 단지·····."
"가라고.
"뭐···?"
여주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
그의 허리를 손으로 두른다.
"아직 안 죽었다며."
"··· 어."
"죽게 내비둘 거야?"
붉게 물들여진 손으로
눈물을 한 번 스윽 닦아낸 그가
오토바이 핸들 옆 손잡이를 당겼다.
부릉-
어스름한 암흑 깔린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고독한 침묵 속에서
한 생명의 영위한 삶을 바라며.

시속 오십 킬로미터를 달리던 오토바이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고양이는 그녀의 품을 떠났다. 병실에 있던 내내 고개를 푹 떨군 그의 귀에 단단히 속삭였다. 네가 죽인 거야, 결국엔 네가 죽인 거라고. 그녀의 행동이 잔인하기 짝이 없었지만 제 편 하나 잃은 여주보다는 덜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잘근잘근 씹어먹는 그의 손 끝만 붉게 물들어간다.
"뜯지 마."
"·········."
그녀 선에서의 호의는
손톱 뜯지 말라며 붙여준
귀여운 캐릭터 밴드가 다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금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야."
"·········."
그가 나를 부른 건
몇 주 뒤 급식실 앞에서였다.
완전한 청춘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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