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여유롭게

5. 처음하는 말

제5화
나의 이야기. 처음 하는 말.



(남주 시점)



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강 다니엘이다.  이름은 개명한 것이다. 본명은 강의건이었다.
다들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단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원한 게 바로 '평범' 이었다.



나의 평범하지 못했던 날들을 말하자면 아주 길다.
태어났을 때부터 평범하지 못했으니까..


나의 평범하지 못한 모습들을 사람들과 친구들은 싫어했고, 그래서 나는 사회에 어울리지 못했다.
학창시절, 나의 다름을 알아버린 친구들을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고, 난 고등학교를 포기하였다.
드라마 속 흔한 찐따 왕따. 그게 나였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난 결심하게 되었다.
의사가 되겠다고, 의사가 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그 뒤로 죽어라 공부하여 서울대 의대를 가게 된 것이다.


이 정도만 말해도 대부분 나를 평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극소수 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을 알아버린 사람들은 너 깊고, 너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하겠지.
그것이 내가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는 이유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 자신보다 못한 인간을 찾아 자신을 높이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니까.



오늘 처음으로 나에 대해 소개한다.
이쯤 되면 다들 내가 남들에게서 버려진 그 '다름'이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나의 다름을 밝혀볼까 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숨기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웠고, 답답했다. 


나의 '다름' 그건 내 능력 중 하나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인간들은 그 능력을 '초능력'이라고 불렀다.


나는 생명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이 마음속에 어떤 마음을 숨기고 있는지 나는 다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있다. 다만 내 마음속에 묻어두고 드러내지 않을뿐. 그 말들은 가끔 나에게 따가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이젠 그런일이 하도 많아서 아무렇지 않다.


또, 나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다. 
내가 겪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복도 끝에서 마주했을 때. 시간은 잠시 멈추어 살짝 지나간다던가, 긴급 상황에서 그 긴급한 상황이 더 진행되지 않게 사용할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능력 중 가장 위험한.
공중부양 능력.
나는 물체를 신체의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능력은 내게 있어서 가장 위험하다.
남들에게 가장 들키기 쉬우니까.

중학교 시절, 내 능력이 들통 난 것도 이 능력 때문이었다.
내가 물체를 띄우는 모습을 보고, 다들 나를 '괴물'이라고 칭했다.
맞다.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괴물 같은 존재였다. 그들과 다른 존재니까..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그것을 틀렸다고 한다. 사실 틀렸다, 맞다, 하는 기준도 없는데.
내 존재는 남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고, 그래서 나더러 괴물이라 하는 사람들에게 난 대꾸할수도 없이 또 내 마음에 묻어버렸다.


이 정도를 밝히면 내 아픈 과거에 대한 의문이 풀릴 것이다. 
'초능력'을 가졌기에 나는 남들과 달랐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나의 부모에게까지..
그 상황에서 나를 보살펴준 사람은 나의 할머니였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내가 자퇴를 한 해. 유일하게 나를 아껴주셨던 할머니마저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할머니께서는 내게 이런 말을 남기셨다.


'의건아, 할머니는 남들이 너를 싫어해서 나쁜 말들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다들, 너를 좋아할 거야. 하지만, 너의 능력이 낯설어서 피한 거 같구나...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그 사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단다. 그건 나쁜 버릇이야.

할머니는 남들은 너를 피해도 너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너의 능력은 아주 유용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단다. 그걸 명심해야 해..

의건아,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 하나 들어주겠니?
할머니는 너의 특별하고 소중한 능력을 다른 사람을 돕는데 사용하면 좋겠구나.'


그리고, 할머니는 영영 떠나셨다.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의사가 되어서 내 능력을 남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심이 그냥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있어서 그 결심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버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라니.. 처음 들었을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를 위해서 그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그것은 꿈을 이룬것과 같았다'




나는 나의 꿈을 놓치지 않고 이루어 냈고, 의사가 된 후에도 여전히 할머니의 소원을 위해 살고 있다.

어린 나이, 버림을 받고 이 세상의 잔혹함을 빨리 알아버린 나는 사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살고싶지 않아했던 나를 보듬어주어 더 살게 해주신 분이 바로 우리 할머니였고, 나는 앞으로 내게 남은 날들을 할머니를 위해 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어느 날 한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저기요! 잠깐만요!"
한 여자가 아침부터 헐레벌떡 뛰어온다.
내가 말했듯이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도, 엮이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모르는 척 한 것이다.


그 여자는 끈질기게도 달려와 기어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대단한건지...'
그 광경이 참 어이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내 뒤통수를 뚫을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웠지만 참았다. 뒤를 돌아봐서, 눈이 마주치면 내게 그 여자의 생각이 보일 테니까.
딱히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남의 생각이란거.


저 여자가 만약 우리 병원 의사라면 참 번거로워 질 것 같다. 
이 생각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여자를 다시 만났다. 


"안녕하세요, 잘부탁 드립니다."


우리 병원 레지던트였다. 그것도 우리 과.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 느낌은 나만 느끼는게 아닌것 같았다.
내가 마음을 읽은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여자는 표정만 봐도 보였다. 마음이.

'완전 똥씹은 표정이구만.. 내가 똥..인가?'
'난 뭐 좋은줄 아나...'





뭐, 이상한 만남이 있었지만, 딱히 변함은 없었다.
내가 이때까지 겪은 일중에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넘겼다.

그리고 다른사람과 다를것없이 일부러 마주치지 않도록했다. 뭐, 의도한건 아니었고, 그냥 마주치는 일이없었다. 
원래 난 연구실, 수술실, 수술실, 연구실인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