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여유롭게

7. 실수

제7화
실수.




(남주 시점)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그 전공의...




아직도 '자살하려던 사연있는 아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듯 했다. 매일 그 병실을 들락 날락 거리는 것을 본것 같다.

'끈기는 있네... 멍청한건가...'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했다. 저렇게 대책없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마음을 연다면서 아무래도 마음을 열기전에 계속 여는 저 병실문이 어떻게 될지도.....


보고있자니 참 답답했다. 저게 저렇게 힘들까..
남의 일에 참견같은거, 제일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난. 
그런데...계속 이렇게 보게되고, 생각하게 되서..
딱히 그 전공의를 도운건 아니었다. 계속 떠올리게 되는 내가 싫어서. 이 시간이 아까워서 그 하찮은일을 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선, 그 아이에게 갔다.


"누구세요?"

예상한대로 말소리가 차가웠다.

"난 의사선생님이야"

"왜 오셨죠?"

진짜 차갑긴 하네.. 빨리 나가라는 뜻이고..


"기분이 안좋아보이네?"

"뭐...좋진 않죠. 무슨일이신데요?"

"의사는, 환자를 무슨일이 있어서 보러오는게 아니야. 그냥 잘있나, 좀 어떤가..이런거 보러오는거지"

"아, 그럼 됐네요. 전 괜찮으니까"


말하는거 보니까 진짜 굳게 닫았더라. 마음을.
정말 개미구멍도 없었다. 막막하긴 하네..


"혜인? 맞지? 네 이름?"

".."

"혜인아, 힘드니?"

".."

"근데 말이야.. 그것도 잠깐이다? 지금 네 힘든감정.
곧 없어질거야"

"맨날 듣는소리네요.."

"그래 맨날 들었겠지. 맞는 말이니까.
근데 있잖아 혜인아, 지나갈거라는 그 힘든감정이 지금 이대로 네가 숨기고, 혼자 아파하면 네가 커서도 계속 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게될걸?"

"무슨소리에요?"

"그러니까, 네 그 아픈마음을 나누라는거야. 다른사람하고..그래야 나을테니까. 상처랑 똑같아, 바람이 통해야 빨리낫고, 약을발라야 덧나지 않아."

".."

"난 말이야, 너처럼 아플때에 혼자 아파했어. 나눌 사람이 없었거든. 그래서 그런가, 아직도 가끔 아파."

"선생님은....왜 .. 아팠는데요...?"


"나...? 아무도 내 옆에 있어주지 않아서...
다들 나를 버렸거든"

"..선생님을요...? 왜요..?"

"내가 그들과 달랐으니까..."

"뭐가요..?"

"그건, 혜인이가 이해하기엔..좀 어려울것 같은데?ㅎ"

"..ㅎ알려주기 싫구나? "

"어유..똑똑하네ㅋㅋ
 이제 혜인이 얘기를 해볼까?"


".....저는요..."

그렇지. 그렇게 천천히 하면 됀다. 서두를 필요 없다.


"힘들었어요. 주변에서 내게 거는 기대가 커서요.."

"기대?"

"발레를 해요.. 근데 너무 힘들고 하기싫은데.... 하루종일 연습만 시켜요..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요..힘들어서.."

"음.. 힘들었겠구나.."

"네?"

"힘들었을것 같아 혜인이가.."


그 아이가 나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본다.
정말 이 작은 아이의 감정을 이 정도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마음 한편이 쓰려왔다. 혼자 힘든걸 감당해 왔구나..





"하~ 옛날 이야기 하니까 기분이 다운되네?~ 후, 그럼 이제 다시 힘 좀 내볼까?ㅎㅎ"

"알겠어요"

"그럼 쉬어~"

"네..."


내가 이 정도만 해놓으면 된다.
내가 마음의 문과 열쇠만 이렇게 찾아주면, 열쇠를 넣고 돌리는 것은 그 전공의와 이 아이가 할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병실문을 열었다.

"선생님! "

"응?"

" ....감사해요.."

"....ㅎ 그래~"

남 일에 참견이라... 하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뜻밖의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
참 오랜만이었다. 이 기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전공의가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하루도 빼먹질 않는구나.'

그 전공의는 나를 놀란표정으로 쳐다봤고, 나는 고개로 인사를하고 돌아갔다.
'나머지는 잘할수 있을것 같네요. 그 쪽이..'








그날 오후, 그 전공의가 내 연구실로 찾아왔다.
노크를 했고, 평소 문을 열어주진 않지만, 그 전공의가 열쇠를 넣는것을 성공했는지가 궁금하여 열어주었다. 처음이었다. 내 연구실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


"1년차 레지던트 정보람이라고 합니다"


나에게로 와서는 나보고 어떻게 한건지 묻는다.
어떻게 했냐고? 이제보니 바보는 아니었네..ㅋ


정..보람? 이라고 했던가?
내게 와서 방법을 묻는 정선생에게 나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열어라고 했다.

내가 내 이야기를 한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마음을 열었으니, 너도 내 성의에 보답하라.
내가 너를 위해 먼저 마음을 열었으니, 너도 내게 마음을 열어달라.
대충 이런 뜻이었다.


내 말을 듣고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알아들은거야?'


어떤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찾으려는 요즘 사람들이라면 아마 이해하지 못했을텐데.









벌써 이해한게 이상하다 했더니 정선생...계속 내 연구실로 왔다.
'역시.. 부족했던건가..'


계속 내 연구실에 온다는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나지 않았다. 계속 대화해주면, 더 계속 찾아올 테니까.. 

'이번이 끝입니다, 정선생. 이번에도 지나쳤었어요.
내 실수였습니다. 거리를 조금도 좁히지 말았었어야 했는데....'










이제 다신 가까이 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요즘따라 되는 일이 없다.

또 내 수술에 정선생이 들어왔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선생은 나를 신경쓰는것 같았지만...

수술에 집중하다보면 주위가 어떻게 되던 모르는게 나였으니까. 그냥 그렇게 무시했다.





'어?! 왜이러지?!'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수술중 당황한적은 없었다. 수술을 실패한적도 없었다.
 출혈이 생긴것 따위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출혈이 멈추치 않아도, 나는 시간을 멈출수 있으니까.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오늘 한 실수.
나는 내가 저지른 실수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선생이 내 실수를 커버했고, 수술이 끝나자 마자 나에게 따졌다. 도대체 왜 그런거냐고.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내 안에서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멀쩡한 정선생에게 화를 내버렸다.



'미안해요. 어쩔수 없었어요. 그것도 실수에요..'









내 연구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그때, 그 상황이 뭐였는지...


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던게 수술이었는데...
심정지도 아닌 출혈이었는데.. 잡지 못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출혈이 많아서 시간을 멈추려했는데,
멈춰지지 않았다 시간이.





바로 제일 최근 수술때에도 한번 썼는데..그 능력.
이상하게 오늘은 능력이 써지지 않았고, 잘못하면 큰일 날뻔했다.


왜일까...도대체 왜 그랬던걸까...



아직도, 내가 능력을 썼는데도 계속되던 출혈이..머리 속에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