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 영화 속, 그 장면 하나
•
•
•
너와 설레였던 그 여름밤,
우리는 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랑하였다.
어느 날 보다 더 햇빛이 쨍쨍한 날
나무에 붙어있던 매미는 오늘따라 더 시끄럽게
울었다. 한편으로 보면 정말 서글프게 말이지.
그때 현관문에서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리자
거실로 나가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보니
아침부터 장을 보고온 엄마가 서 계셨다.
“ 뭘 멀뚱히 쳐다보고 있어? 얼른 이거나 들어! ”
엄마는 나에게 장바구니를 들라고 소리쳤고
그 장바구니 안을 보니 무, 오이, 당근 각종
채소들이 가득했다.
“ 엄마 에어컨 좀 키면 안 돼? ”
창문만 열어놓고 선풍기로만 버티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간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엄마에게 물었고
엄마는 당연히 안 된다며 날 욕실 안으로 밀어넣었다.
“ 야 이놈아! 더우면 차가운 물로 씻어. ”
뭐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엄마도 진짜 너무한다.
엄마도 아침부터 장 보고 와서 무척이나 더워보였는데.이럴 때는 방학보다 학교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니까
나는 엄마 말대로 차가운 물로 씻고 나왔고
차가운 물으로 씻으니까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거실로 나와보니 심각하게 전화를 받고 있는
엄마가 있었고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 아, 방금 씻었는데 어째 또 더운 것 같아. “
그 말을 하고 잠시 뒤, 문 밖에선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걱정가득한 얼굴로 오더니 내가 있는 침대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수빈이네 부모님 돌아가셨대. “
엄마 말로는 최수빈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다
차 사고가 크게 나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 전에는 다 같이 화목하게 밥 까지 먹었는데.
“ 내일 장례식장을 갈 거니까 오늘은 일찍 자 ”
나는 알았다고 엄마를 내 방에서 내보내고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서 전화를 해야하나, 위로를 해주어야 하나
몇 초 였지만 내 머릿속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 지금 전화해봤자 방해되는 거 밖에 더 있겠어,
안 그래도 지금 많이 심란할 텐데 ”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휴대폰을 조금 보다가
침대애 누웠고 생각보다 빨리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오후 8시도 되지 않은 채, 잠든 걸로 기억한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어있었고
엄마는 장례식장을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일어났어? 얼른 준비해 “
엄마는 늦으면 안 된다며 빨리 준비하라고 하였고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지금 나도 많이 심란한데, 최수빈은 어쩌지.
나는 깔끔하고 단정한 검은색 옷을 입고서
엄마와 함께 집 밖을 나섰다.
-
장례식장 주차장을 도착해서
수빈이 누나인 수현이 언니한테 전화를 하고
언니가 데리러 온다고 하였고 수현이 언니의 얼굴에서는
딱히 슬픈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장례식장 들어와 지하로 내려가보니
엄청 울어서 눈이 부어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화목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들어간 방은 4호실이었는데
식탁이 여러게 있었고 그 식탁위에는
미역국, 밥, 문어, 편육, 전 등등이 있었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수현이 언니는 나한테 작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 키 많이 컸네? 이제 나보다 큰 것 같아. ”
수현이 언니가 나한테 이야기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살짝 웃었고 언니는
밥을 먹자며 너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언니랑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데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으니 너무 부담스럽고
채할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고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수빈이는? 갑자기 수빈이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여기 들어오면서 최수빈은 못 본 것 같았는데.
“ 아 최수빈? 저기 있어. 한 번 가봐 “
언니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나는 언니가 가리쳐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그 쪽에는 벽에 기대서 앉아있는 최수빈이 있었다.
내가 최수빈을 쳐다보자 걔도 인기척을 느꼈는 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수빈이 옆으로 가, 앉아서
괜찮냐고 물었다. 수빈이는 괜찮다고 하였다.
옆에 앉아서 수빈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한 2시간 있었나. 최수빈과 이야기를 하니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갔다.
엄마와 수빈이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친했을지라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있었다.
엄마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는 걸 보고
이제 가자고 했다. 신발을 신고 수빈이가 있는 쪽을 보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보니 눈이 조금 부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수빈이한테 손을 흔들었고
수빈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서 천천히 손을 올려
인사를 해주었다.
“ 수고 했어, 수현아. ”
“ 에이 아니에요, 이모가 더 수고 많으셨어요 “
엄마와 언니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엄마는 수현이 언니한테 인사를 하라고 하였다
나는 가볍게 수현이 언니를 앉아주었다.
그러고보니 최수빈은 수빈이네 부모님
액자가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
나는 이번 여름 방학이 그다지 좋은 편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살면서 최수빈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
눈은 공허한데 초점이 없고. 빨리 이 여름 방학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