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 망상으로 이루어진 단편 소설

망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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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믿었고, 그것을 찾아 헤매던 사람이었다.
모든 연애가 나에게는 하나의 가능성이었고,
그 가능성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를 내어주었다.

첫사랑은 따뜻했다.
그 사람의 손을 잡으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우리의 미래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점점 식어갔고,
나는 그가 내 손을 놓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접어야 했다.
그것이 첫 번째 상처였다.

두 번째 연애는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조금 내려놓고,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나는 그가 변하기를 바랐다.
서로를 이해하려던 노력이 점점 힘겨운 싸움으로 변했고,
결국 그는 나를 떠났다.
그때 느꼈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랑은 나를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비워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 번째 연애는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에 가까웠다.
그가 떠날까 두려워 모든 것을 참아내고,
끝없는 인내심으로 버텼다.
하지만 그 인내는 결국 나를 무너뜨렸고,
나는 더 이상 그를 붙잡을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그는 떠나갔고,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찾지 않았다.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슬프고 괴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제 나는 사랑보다는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씩은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사랑이
나를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것이 내가 더 이상 슬퍼지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