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한 죄

마피아 게임

상담자 : ■■■ 

내담자 : ???? 
나이 : ■■ 

[상담 기록 4. 
 녹음 파일 말소

[기록 삭제] 




마지막 내담자 범규는 상담실로 향했다. 
그는 후련한 기분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어차피 질문 내용은 다 알고있고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 캠프가 평범한 캠프가 아니라는 것 쯤은 
눈치챘었다. 이곳은 이른바 '악인 심판 캠프' 였으니까. 
캠프 운영자들은 참가자들의 신원, 개인정보를
캐내고 그 중 법을 어긴자, 남한테 해를 끼친자 등,
말 그대로 인간 말종들을 색출하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질문은 눈속임일 뿐이고.

'그리고! 난 거기에 해당사항이 없지.' 

착하게 살아온게 마냥 병신짓은 아니었다는게 
증명되니 기분도 나쁘지 않다. 
범규는 가볍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그곳에 검은색 염소 가면을 쓴 사람이 앉아있다. 

"범규님. 여기에 앉아주시죠." 

그는 원목 의자를 당겨 앉았다. 

"아. 이거 참, 기분이 묘하네요." 

이미 질문 내용을 파악했다는 듯 범규가 능청스레 
말을 건넸다. 염소 가면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곤 
웃는다. 

"오늘 당신을 부른 이유는 이것입니다." 

그는 탁자에 종이 한장을 올려두었다. 
종이 위로 빨간 글씨가 쓰여있다. 

'경찰' 

범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피아 게임 좋아하십니까? 범규 님." 

"좋아하긴 하죠."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다섯 명의 참가자 중 
 '죽어 마땅한 죄' 를 지은 사람은 한명 뿐입니다." 

순간 손에서 종이가 구겨졌다. 

"오호." 

"범규 님은 '경찰' 역할을 맡으시어 그 죄인을 
 찾아 심판하셔야 합니다." 

"그럼 저를 콕 집어 역할을 배정한 이유는?" 

염소 가면 아래 섬찟한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참가자 가운데 가장 선한 사람이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