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場春夢]

16. - 마지막 화




하민은 예준의 장례가 치려지는 동안 자리를 계속 지켰다.
예준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예준을 찾아와주는 사람 한 명 조차 없는걸까. 영정사진 속 이쁘게 웃는 예준을 바라보며 하민을 혼잣말을 하였다.



“…형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걸까요.”





하민은 예준의 장례식장을 밤새도록 지켰고 다음 날 아침 예준의 피로 범벅된 정장 차림으로 회사를 출근하였다. 
직원들은 하민을 보고 다들 기겁하였고 이미 예준의 소식을 접한 강대리는 어쩔 줄 몰라했지만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하민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과장님, 예준씨 일은 참 안됐습니다..“



”….“



하민은 강대리의 태연한 태도에 화가 나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강대리를 노려보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런 반응이 나올 수가 있는거지?


”어제 강대리가 그런 일만 안시켰어도 예준씨는 죽지 않았어요.“


강대리는 하민의 말에 당황하며 말을 버벅거렸다.


“에이..과장님 전 회사를 위해서 그런거죠..ㅎㅎ“


강대리의 말에 하민의 눈빛은 서늘해졌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예준씨가 죽어도 괜찮다?“


”에이..과장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ㅎㅎ 그냥 뭐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하민은 강대리의 말에 언성이 높아지며 화를 내었다. 처음 보는 하민의 폭력적인 모습은 직원들은 모두 당황하였고 하민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강대리의 멱살을 잡고 말한다.



”희생? 장난해 지금!!! 이 개새끼야! 너가 뭔데 회사를 들먹이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뺏어!!!! 너가뭔데!!!!“



주변 직원들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하민을 붙잡으며 진정시켰다. 도저히 화가 안가라앉는 하민은 강대리에 향해 계속 달려나갔고 강대리는 그저 맞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개새끼..개새끼..!! 너도 죽어 그냥!!!“






결국 직원들 몇명이 더 와 하민을 겨우 진정시켰고 하민에게 맞아 쓰러진 강대리를 향해 하민은 말하였다.


”…넌 지옥이나 가..예준이형이 너 같은 새끼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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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은 회사를 잠시 쉬기로 결정하였고 예준의 장례식에 혼자 찾아가 예준의 영정사진만 바라보고있을 뿐이였다.

늘 자기 옆에서 저렇게 이쁘게 웃어주었던 예준이 이젠 더이상 내 옆에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하민은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말한다.


“사랑해요..진짜 많이 좋아해요 형.”


하민의 입에서 나온 고백은 진심이었다. 하민은 이 진심을 예준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왜 자신의 진심을 이렇게나 늦게 말한걸까. 진작에 말했다면 형이랑 더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띠링-!



하민의 폰에서 울리는 알림 소리.

예준과 기차여행을 같이 가기로 한 날이였다. 예준과의 여행으로 설렜던 하민은 디데이를 설정해놓았었다. 하민은 폰을 바라보며 예준에게 주었던 실팔찌를 품에 껴안은 채 조용히 흐느꼈다. 


“…미안해요 형..내..내가…미안해..”




한참을 예준의 사진 앞에 있던 하민은 잠도 안자며 예준의 곁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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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 끝난 후 하민은 예준의 영정사진을 들고 예준의 집으로 갔다. 하민은 예준의 집으로 가 예준의 짐을 대신 정리를 하였다. 물건 하나하나에 예준의 온기기 담겨져있는 것 같았다. 하민은 예준의 사진을 정리하다 조심히 쓸어만지며 속삭였다.


“…형은 늘 이뻤네요. 보고싶어요 형.”





하민이 예준의 짐을 정리할 때마다 눈물을 흘렀다. 하민은 예준의 흔적이 남긴 물건들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간직하기로 한다. 하민은 늘 자신의 옆에서 영원히 있어줄 것만 같던 예준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예준의 빈자리를 이렇게라도 채우고싶었다. 

하민은 늘 마음속으로 몇 번씩 반복했던 고백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하민은 예준의 사진을 끌어안은 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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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아!!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하민은 눈을 조금씩 떴다. 햇살이 가득한 아래 침대에 누워있던 하민. 하민은 조금씩 눈을 뜨며 앞에 있는 것에 향해 바라보았다. 다름아닌 예준이였다. 예준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민을 바라보며 말한다.


“괜찮아?“

”형..?“





분명 죽었던 예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민을 깨우고있었다. 


”아니..너 식은땀 흘리길래.. 악몽이라도 꾸나 해서 깨웠지..“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던 하민은 놀란 눈으로 예준을 바로보기만 했다. 정말 예준이 형인건가? 내가 정말 꿈을 꾼거야..?


”왜 그래 하민아..?“



하민은 예준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예준은 그런 하민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하민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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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하민아 ㅋㅋ”




하민은 예준의 웃는 모습을 보자 멈칫했다.


‘그래, 예준이 형 웃음. 이렇게나 이쁜 웃음..너무 그리웠어.“







하민은 예준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예준을 껴안았다. 예준을 껴안으니 정말로 살아있는것처럼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졌다.

”..아무것도 아니에요..ㅎㅎ 보고싶어요 형.“



예준은 하민의 포옹에 웃으며 하민을 토닥여주었다.



”ㅋㅋㅋ오늘따라 왜 그럴까 우리 하민이~ 우리 매일 붙어있었잖아 ㅋㅋ“


”저희가요?“

”응 ㅋㅋ 너가 고백하고 우리 동거하잖아~“




하민은 예준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분명 고백한적도 없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그럼 지금 현재 예준이와 사귀는 사이라는걸까? 


하민은 예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형..제가 고백을 언제 했어요?”

“응? 나 회사 퇴근하고 너가 식당에서 꽃이랑 줬잖아..”



하민은 예준의 말에 당황했다. 정말 내가 준비한 그대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예준이 형은 그 장소에 오지도 못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걸까.

예준은 갑자기 신이 난 채 하민에게 말을 하였다.


“얼른 준비해! 우리 기차 여행 가야지~”

“기차여행이요?”

“응 ㅋㅋ 나랑 약속했잖아.”




하민은 예준의 말을 듣자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예준과 약속했던 기차여행. 결국 지키지 못하고 예준이 형이 떠났었는데 내가 악몽을 꾼거였구나. 하민은 신이 난 예준을 안아 들었고 예준은 동시에 아기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행복해보였다.


“ㅋㅋㅋㅋㅋ 뭐야 하민아~”

“형이 너무 이뻐서요. 얼른 가요 우리.”



하민은 예준을 안아들고 거울로 향했다. 우리들의 모습이 비치는 거울을 확인해보니 하민만 비춰질 뿐 예준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았다. 순간 당황한 하민은 그대로 멈칫한 채 거울을 바라보았다. 예준은 그런 하민의 행동에 당황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왜 그래 하민아..?”

“형이..거울에…“




예준은 하민의말에 뒤를 돌아 거울을 볼려고 했다. 하지만 하민은 예준이 안비춰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혼란스러워할까봐 예준이 거울을 못보게 하였다.


”아니에요 형, 거울이 더러워서. 얼른 준비해요.“

”응 ㅎㅎ“


하민은 마음이 아팠다. 


‘아..이거 꿈이구나.”


“..이대로 예준이 형과 행복하게 살고싶어. 영원히 안깨워나고 싶을정도로.”




꿈에서라도 예준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하민은 신이 난 채 준비하는 예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나 행복한데 내가 꿈에 깨버리면 어떡하지. 예준이 형이 다시 사라지면 난 어떻게 살아가지.



예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하민에게 달려와 옷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하민아! 이 옷 어때?”


예준은 파란 체크 셔츠를 입고 나와 빙글 돌며 보여주었다. 
예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하민은 그런 예준을 바라보며 다정라게 웃으며 말한다.



“이뻐요, 형.  정말로..너무 이뻐요.”


“푸하하ㅋㅋ 그래? 이거 입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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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준비가 끝난 둘은 함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엔 예준과 하민 단 둘만 있었다. 예준은 어린 아이마냥 뛰어다니며 즐거워했고 하민은 그런 예준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하민아 이것봐.“


예준은 끊어진 실팔찌를 자랑하듯이 보여주었다.


”팔찌가 끊어졌어!ㅎㅎ“

”그러게요. 소원은 이뤄어졌어요?“



예준은 하민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응“

”소원이 뭐였는데요?“

”너랑 행복해지는거.“






예준은 대답을 한 후 하민을 따뜻하게 포옹하였다.
하민은 먼저 안아준 예준의 행동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꿈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려고 했지만 애써 참으며 예준을 같이 폭 안아주며 조용히 속삭였다.

“사랑해요 형. 정말로 많이 좋아했어요.”

“..나도 하민아. 약속 못지켜서 미안해. 사랑해.”





하민은 예준의 마지막 말을 듣고 꿈에서 깼다. 예준의 마지막 소원인것처럼 하민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진 예준. 하민은 눈물을 흘렸다.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준의 미소. 하민은 예준이 너무나 보고싶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형을 살릴 수 있을까요? 형을..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신이 있다면 한 번만 도와주세요. 예준이 형을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약속 못지켜서 미안해. 사랑해.‘




하민은 예준의 말을 계속 생각하며 예준의 사진을 안은 채 눈물을 흘렀다. 그리고 조용히 작게 속삭였다.



“…저도 미안해요 형. 다음에..다음 생엔 꼭 행복하게 살아요 저희..”



…..




일장춘몽.
 마치 한 순간의 봄날 꿈 처럼.

간절히 바라던 일이 눈 앞에 왔다가
손끝에서 흩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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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장춘몽 』 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많이 쌀쌀해졌는데요.
다들 옷 따숩하게 잘 입고 다니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여러분들에게 늘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전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보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 작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