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좋아해"
"난 너 안 좋아해."
전교 2등의 고백. 그리고 빛의 속도로 차인 이 상황을 보던 이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헉하고 소리 낼 뻔한 입을 간신히 다물었다. 어느새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입이 꾹 닫혀있었다고 누군가 말했다.

01_ 전교 2등의 사랑
동글동글한 안경에 머리를 높게 질끈 묶은 여자아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았다. 소설이나 인소처럼 안경을 벗는 순간 눈이 이상할 정도로 커지냐고 물어본다면 100중에 100은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뭐 쓴 모습만 보다가 안경을 벗으면 생각보다 눈이 커서 놀랄 수도 있긴 하다. 이렇게만 말한다면 엥? 그게 눈이 크다는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지만, 안경 도수가 워낙 높았기 때문일까 안경을 쓰기만 하면 눈을 뜬 것인지 안 뜬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콩알만 했다고 한다.
"좋아해"
"저번에도 말했듯이 난 너 안 좋아해."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줄래?"
손으로 저리 가라는 듯이 밀어내는 이주. 그리고 그런 둘을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들. 연사모(연준을 사랑하는 모임)였다.
자신을 밀어내는 이주의 모습에도 연준은 움직일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이주 앞에 서 있던 연준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유라도 말해줘. 왜 내가 싫다는 거야..?"
"그럼 이유라도 말해줘. 왜 내가 싫다는 거야..?"
힘차게 물어보던 목소리의 끝이 점점 흐려졌다. 마치 진심인 것처럼 애처롭게 쳐다보는 연준의 얼굴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날과 똑같은 기분이었다.
'야 너네 그거 봤냐? 만년 전교 2등이 1등 하려고 전교 1등한테 고백하는 거'
'그게 전교 1등 하려는 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옆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B가 A에게 물어봤다. 그런 B의 모습에 A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기다가 대답했다.
'자신한테 푹 빠지게 한 다음에 계속 어디 놀러 다니고 그런다면 자연스럽게 전교 1등은 공부를 못하게 되고 그 틈을 타 전교 2등은 딱 전교 1등을 차지한다!'
'오... 만년 전교 2등 완전 최연준 이야기 아니냐?'
선생님 심부름이라도 하는 것인지 프린트물을 양손 가득 챙긴 채 지나가는 전교 1등 이주를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무릎을 바닥 삼아 턱을 괸 채 연준이 지나가는 이주를 지켜봤다.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연준을 바라보며 A와 B가 말했다. 너도 전교 2등 탈출하고 싶으면 한번 시도해보자 라며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을 건넸다. 최대한 조심히 말한다고 한 거였는데, 목소리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이주의 시선이 연준을 향했고, 이주와 연준의 눈이 딱- 맞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주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사라졌다.
'전교 2등은 딱 1등을 차지한다!'
시간이 남아도는 것인지 계단에 앉아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이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였다면 그 시간에 영어 단어 1개라도 더 외울 텐데. 마냥 한심하게만 느껴졌고,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 "오... 만년 전교 2등 완전 최연준 이야기 아니냐?" 최연준.. 최연준.. 이주가 알기로는 최연준은 전교 2등이었다. 1,2,3학년을 통틀어 최연준이라는 이름은 전교 2등 한 명뿐이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에 눈길이 자꾸만 갔던 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쳐다본 그 순간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것인지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얼굴만 잠깐 확인하려고 한 건데.. 싶던 그때 자신과 눈이 마주친 연준이 대답했다. "어..." 이상하게도 그 대답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화가 났다. '지금 이럴 시간 없는데..' 어서 이 프린트물을 갖다 놓고 다시 공부해야만 했다. 여전히 기분이 이상했고, 머릿속에 연준의 대답만이 남았다. 발걸음을 점점 재촉했고, 어느새 교무실에 도착한 이주가 숨을 헐떡였다. 언제나 침착하고 차분하던 이주의 모습은 사라진 채 머리가 헝클어지고 가쁜 숨만 뱉는 이주가 몇 분을 가만히 서 있다가 교무실을 들어갔다. 여전히 머리는 복잡했다.
"그럼 넌 날 왜 좋아하는데?"
이주가 공부하던 손을 멈췄다. 딱 봐도 잘생긴 외모에 전교 2등. 머리도 좋고 잘생긴 연준이 이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연준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고백이었다.
※ '너도 전교 2등 탈출하고 싶으면 한번 시도해보자' 라는 말 직후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연준이 '어.....' 라는 대답에 이주의 기분이 이상해진 것입니다.
chapter 라고 써야하는데 chapte라고 써서 수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