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넌 날 왜 좋아하는데?"
이주의 물음에 연준의 귀가 달아올랐다. 달아오르는 귀와 다르게 헛기침을 하는 연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다른 사람이 보면 지레 겁에 질려 미안하다며 도망갔지만, 그 표정은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닌 당황 하거나 부끄러우면 자연스레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런 연준의 험악한 표정에도 이주는 아무 말 없이 연준을 쳐다봤고, 얼굴에 이어 목까지 빨개진 연준이 귀 뒤를 만졌다.

02_ 전교 2등의 사랑
일명 불타는 금요일. 오늘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라는 생각에 신나게 등교하는 그런 금요일!이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그런 마음가짐과는 다른 게 속절없이 숙여지는 고개를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떨굴 때였다. 쿵_ 미약하게 책상에 부딪힌 연준은 놀란 듯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들었다. 체육에 점심을 먹고 바로 수업을 듣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이미 교실은 점멸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수업을 이어나가시는 선생님의 말은 자장가 같았다. 전멸한 교실 속에서 살아남은 연준은 잠을 깨우기 위해 다리도 꼬집고 볼도 꼬집으며 졸음을 쫓을 때였다. 창밖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책상에 드리웠고, 연준은 그런 햇살을 쫓다 보니 창가에 앉은 인형이 보였다. 졸리지도 않은 지 말똥말똥한 눈, 꼿꼿하게 세운 허리, 열심히 필기하는 손 전교 1등이었다. 이미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전멸한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름이 뭐더라..?'
전교 1등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친구랑 있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같은 반이면서 본 기억이 없었고 심지어 이름조차 몰랐다. 아니 까먹었다고 해야 하나..? 살랑살랑_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창문을 통해 살랑살랑 불어왔다. 미약한 바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머리카락이 찬란하게 흔들리기에는 충분했고 햇살이 더해져 꼭 그 아이한테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아,, 기억났다. 이주..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름 예쁘다..'
연준이 자신의 목을 긁적였다. 그날 금요일은 전교 1등이 아닌 같은 반 친구 이주의 모습을 보게 된 날이었다.
"...."
여전히 험악한 인상으로 이주를 쳐다보는 연준. 그날에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첫눈에 반한 것이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이 일을 핑계로 계속 그 아이 아니 이주를 지켜봤고, 입덕 부정기처럼 짝사랑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확신이 생겼다.
"..할 말 없으면 저리 가줄래? 보다시피 공부해야 해서"
이주의 표정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수없이 이주를 쳐다봤음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여전히 이주를 바라보며 서 있던 연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연준의 모습에 이주가 한마디 하려는 듯 고개를 들었고, 이주의 눈에 연준이 들어왔다. 어느새 눈두덩이까지 빨개진 연준의 입이 달싹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어서...."
'아,아니다 머리카락이 찬란하게 흩날리는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예뻤다고 해야 하나?'
왜 좋아하냐는 물음에 확신 있게 이것이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음이 잠시 머물렀다가 쉽게 떠날 마음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이 들었고, 평소의 연준답지 않게 말을 고르기도 전에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말을 뱉어버렸다. 후회를 하고 다시 말을 주워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꿈도 상상도 아닌 현실이었기에 당연히 불가능했고, 그런 연준의 대답에 이주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아.. 고백하길 잘했다.' 이주의 모습을 본 연준의 온 몸이 붉어졌다. 여기서 차이게 되더라도 다시 용기내서 들이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러다 터지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잔뜩 붉어진 연준의 모습에 연사모는 눈물을 머금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