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카다브라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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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카다브라-"

어릴 때, 내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 아빠는 나를 지켜주겠다며 그 사실을 숨기셨지만, 주변에선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집 앞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렸었다. 그 능력 때문에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이리저리 붙잡혀 다녔었지. 아, 특별한 능력이 무엇이냐 하면... 

"김태형이 저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아브라카다브라 를 말한 뒤에 원하는 것을 붙이면 뭐든 이루어진다는 거다. 혹시 다른 이들도 이게 적용될까 여러번 관찰해보았지만 '오로지 나에게만' 이 마법 주문이 효과를 내는 것 같았다. 

살면서 이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원하는 건 뭐든지 이루어주니까. 지금껏 능력을 써서 모든 걸 손에 넣었었다. 돈, 운, 인간관계••• 그래왔는데,


"나 너 좋아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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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군데?"


우리 학교 전교 회장이면서 전교생이 짝사랑하는 김태형.

너는 왜 안 통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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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군데?"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 학교 후문에서 김태형에게 고백하였지만... 보기 좋게 뻥- 차였다. 내 주문이 통하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무엇이 문제인 건지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인상 찌푸리며 날 바라보는 그 눈빛에 수치심이 들었다. 

사실 김태형을 그리 좋아하고 또 원하는 건 아니다. 단지 김태형과 사귄다면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고백하였다. 당연히 고백받는다는 생각으로 스킨십 진도랑 헤어지는 날까지 계획해놨는데,,


"아니, 왜?"

"내가 싫은데."


별문제 없이 세상 편히 살아왔던 내게 너무나 큰 고비가 찾아왔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고장이 난 게. 내 능력은 제멋대로이고, 또... 내 마음도 제멋대로 쿵쾅댄다.

"나도 너 시,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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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아, 좋은 아침"

김태형은 사람 마음을 아는건지, 마는건지 자기가 뻥 차버린 사람에게 해맑게 인사한다. 못본 척도 하고, 대놓고 무시를 해버리는데도 끊임없이 다가온다. 넘지말라는 선을 넘고 너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빠져나오지 못하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번호도 교환하고, 가끔 별거 아닌 일로 연락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새롭다. 내가 정한 시작과 내가 정할 결말로 살았던 것보단 불안정할지언정 살아있단 기분이 든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몰라서 더 재밌고 즐겁다. 


어느덧 다음 해 겨울 늦은 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목도리를 매고 김태형을 마주했다. 희미한 빛을 내는 가로등 아래에서 너는 빛을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야?" 

"김태형, 나 네 덕분에 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마법 주문에만 의지하며 삶의 목적조차 정하지 않고 남의 시선을 보고 무작정 달리던 나를 붙잡아준 사람, 덕분에 주변을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었고, 내 삶의 첫 번째 목적이 세워졌지. 널 알게 된 이후로 더 이상 주문을 외우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진심으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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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히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비처럼 나도 그랬던 걸까.

"이번이 두 번째네,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쓸쓸한 바람에 붉어진 코와 귀와 뺨인 걸 알면서 또 기대해버렸다. 나 혼자 한 착각에 또르륵 쥐똥 같은 눈물이 흐른다. 넌 모두에게 이리 다정한 사람이었지? 지금도 내 뺨을 큼지막한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잖아. 

붉어지는 귓가를 틀어막았다. 혹시라도 네가 볼까봐, 부끄러운 마음에서가 아닌 나에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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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집에서


"아, 그 꿈이야..."

요즘 똑같은 꿈을 자주 꾼다.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고 작은 것들이 달라지는 것 정도? 그 꿈에서 깨어나면 대부분의 기억을 잊어버리지만 달궈진 감정이 느껴진다. 

"나 또 울었어?"

베개에 동그란 눈물 자국은 찍힌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그 꿈을 꾸고 나면 항상 눈물이 났다. 


"평행세계 이런 거 아니야? ㅋㅋ"

...

"밥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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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어지는 귓가를 틀어막았다. 혹시라도 네가 볼까봐, 부끄러운 마음에서가 아닌 나의 귓가에 울리는 유혹의 속삭임을 막기 위한 것. 


아브, 라카다브라, 

아니. 안 할 거야.


나랑 약속했으니까...










"아깝다. 먹을 수 있었는데"



"잘자 이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