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이라는 독에 중독돼(세븐틴 단편 모음집)[휴재]

Fearless[쿱지/단편]

독;Fear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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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건 절대 없단 걸 알 수 있기에 끝낼 수 있어
세븐틴_fearless중


"형, 형...승철이형..."


승철이 죽은 이후 넋이 나가버린 지훈은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도 꼼짝 하지 않고 그의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에 순영과 석민, 찬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특히 석민은 승철이 전해준 편지를 아직 지훈에게 주지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정신 차려봐, 응..?"


"이지훈, 너 이러고 있는거 보면 승철이형이 참 좋아하겠다, 응? 제발 뭐 좀 먹어... 물만 마시고 있잖아.."


"......"


처음에는 그를 타박하던 이들도 이제는 제발 뭔가를 좀 먹고, 잠을 좀 잤으면 좋겠다고 애원에 가까운 설득을 하고 있었다.


며칠동안 그 상태로 있다가 결국 승철의 화장이 끝나고 납골당에 안치된 뒤에서야 또다시 쓰러진 지훈이었다.


지훈시점​


"훈아, 일어나봐. 우지야"


우지, 승철이형이 자신을 귀엽다며 우리 지훈이를 줄여 부르던 애칭. 어떻게 잊을 수 있었을까, 우지라는 소리를 듣자 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이야, 내가 사랑하는,


"..승철이형...?"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밝은 빛에 눈을 깜빡이며 조금의 적응과정을 거친 뒤에야 그의 얼굴이 보였다.


"형, 진짜, 형이다..."


"지훈아, 미안해, 나 이제 곧 가봐야돼.."


"어디, 또 어디 가는건데..."


눈앞에 있는 형을 또다시 놓치는게 싫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잡으려 할 때 마다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걸 깨닫자, 꿈이란걸 알아버렸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거, 꿈..이구나..."


"응..꿈이야.."


형이 확인사살을 해버리자 걷잡을수 없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대로, 다시 사라져버리는건 싫어.


"꿈,이라도 좋으니까...형..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형, 형...제발.."


내가 울며 애원을 하자 형이 날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아까는 분명, 만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졌는데​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그가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훈아..나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아니, 형, 제발 가지 마..."


"석민이나 순영이한테 내가 준거 있냐고 물어봐. 그 말 하려고 온거야."


조금씩 흐려지는 형의 모습이 너무 야속해서, 조금이라도 눈에 더 담고 싶어서....그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하면 조금 더 늦게 갈까봐,


"..안녕, 지훈아.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하지만, 소용이 없었구나.


형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문득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다.


"순..영이랑 석민이... 어디 있지...?"


그 말을 꺼내자 마자 장소가 이동되었다. 내가 바로 알 수 있던건, 내가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 밝게 켜져있는 불, 그리고... 병원..?

너무 많이 울어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려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짚으려 하자 거슬리는 투명한 줄이 보였다. 거기에 연결된건, 수액.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건,


"형..! 일어났어? 석민이형이랑 순영이형 불러올게..."


급하게 뛰어나가는, 내 동생, 우리 막내, 찬이...


"이지훈..!!"


"형..며칠동안 쓰러져 있었는지는 알아?"


"그걸 얘가 알리가 없잖아, 암튼 너, 4일동안 누워있었어."


"4일..?"


꿈에서는 채 1시간도 안된 것 같았는데, 4일이나 흘렀단 말인가, 잠깐만, 꿈..? 꿈에서 분명...


'석민이나 순영이한테 내가 준거 있냐고 물어봐'


급하게 그들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야,야 무슨 일인데..!"


"형, 뭔지 알고 좀 당하자..응..?"


"꿈..꿈에서 그랬어... 승철이형이 네들한테 준게 있다고..."


"어..?"


"빨리..누가 가지고 있어..? 나 그거 빨리 줘..제발.."


내가 울먹거리자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들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석민이가 무언가를 가져온다며 나갔다. 그 사이에 의사가 들어와 내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온통, 승철이형이 남긴, 무언가..


의사가 나가고 들어온 석민이가 봉투에 담긴 무언가를 건네주고는 모두 데리고 나갔다.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 급하게 봉투를 찢었다. 그러자 나온건,


"편,지.."


보낸 사람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나와 편지를 든 손이 미친듯이 떨리는 것을 모른 채, 울음이 터져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갔다.

그 중에서도, 내 눈에 제일 잘 들어오는 마지막 문장,

영원한거란 절대 없고, 난 그 끝이 조금 일찍 찾아온 것 뿐이야. 그러니까 훈아, 너무 슬퍼하진 마

사랑해_

형은, 형이 죽는 상황에서도, 내 기분만을 생각했구나,


급하게 아까 나간 석민을 찾았다.


"석민아..! 민아...나 퇴원 할 수 있어...? 아님 외출이라도.."


"갑자기..? 퇴원은 아직 안될걸..?"


"그럼 외출이라도 할 수 없을까, 한번만 물아봐주라...제발.."


내가 너무 간절해 보였나보다. 나에게 팔을 붙잡힌 석민을 대신해 순영이 외출 허락을 받으러 갔다.

석민은 다시 나를 병실로 데리고 들어와 눈물로 얼룩진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디 가려고, 그 상태로.."


"형, 승철이형한테.."


"왜? 또 쓰러질거잖아, 또 아플거잖아... 또 밥도 안먹고 울기만 할거잖아..."


"..아니야, 형이랑 약속했어, 건강하게 다시 만나기로..."


"..근데 형, 아까부터 궁금한게 있는데, 내가 편지 가지고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


말을 해줘야 하나, 잠시 고민 하다가 나때문에 힘들어하고 마음 졸여했을 석민이 안쓰러워서, 형인 내가 챙겨주지 못한게 미안해서 말 하기로 결정했다.


"...꿈, 꿈에서, 형이 말 해줬어,"


"..응..?"


"꿈에, 승철이형이 나왔어. 잡으려고 했는데.. 안잡혔어.. 근데 사,라지기 전에 형이 너랑 순영이 둘..중 한명한테 자기가 준게 있을거,라면서, 물어,보라고 했어..그리고 다시 건강하게, 보자는 말도..했어..."


"


꿈에서 있던 일을 생각하자 또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석민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휴지를 들고 와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너랑 순영이,한테 그렇게 한거고..."


잠시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석민이가 나에게 다가와, 안아..줘..? 왜..?


"형, 미안해. 다그,치기만 해서... 형이 어떤 심정인지도 모르고, 미안..미안해.."


아, 우는거 안들킬려고 안은거구나. 하여튼 자존심만 세다니까. 너든 권순영이든. 


내가 석민이를 안으려 손을 뻗었을 때 순영이와 찬이가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더니 심리상태가 제일 문제였는데 안정이 됐다면서, 퇴원해서 영양만 잘 챙기면 된다고 퇴원을 해도 된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순영이와 석민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찬이는 가만히 내 옆에 와서 앉았다.


"..형, 나 한번만 안아줘.."


갑자기 어리광을 부리는 찬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안아주었다. 그랬더니 찬이 웃으면서,


"이제야 원래 형으로 돌아 왔다, 그동안..."


서글퍼지는 그의 눈빛을 보며 당황했다. 항상 밝던 아이가, 나 때문에,


"형이, 형이 미안해.."


"이제 안 아플꺼지..?"


"응, 안 아플게."


절대로, 약속 했으니까.


차를 타고 납골당으로 가는 동안 형이 쓴 편지 뒷면에 답장을 썼다. 편지봉투를 하나 사서 예쁘게 넣은 뒤 납골당에 있는 환하게 웃고 있는 형의 사진 옆에 넣어두었다.


'듣고 있지? 이제 안 아프기로 했고, 건강하게 보기로 했으니까...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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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승철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지훈이의 모습입니다!
헤헤
써놓은 글다 써먹었다
방학이라 또 미리 써놓으려나
아닌가 시험기간이라 휴재 걸려나...
음.... 모르게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