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감정 없는 로맨스

01ㅣAI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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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ㅣAI 등장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편의를 더욱 중시하게 되고, 결국 우리 곁에 오게 된 건 인공지능 AI다. 인터넷 안에만 살던 AI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인간과 똑같은 형태로 생성되며 전 세계에 AI 열풍이 불고 있다. AI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에 따라 옛 노예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AI가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라지만 사람 하나를 위해 누군가가 움직인다는 자체가 우습게 느껴졌다. 인공지능에만 의지하게 되면 나의 발전 가능성이 사라지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돕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고난과 시련을 헤쳐 나가며 더 단단해졌다.

이 시기를 거치지 않은 채 고난과 역경을 모두 인공지능이 해결해 준다면 인간은 성숙해지지 않고, 결국 지능이 계속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꿰차게 될 것이다. 나는 AI가 이 세상에 나오는 게 싫었다. 나름 논리적인 근거를 대보아도 사람들은 그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인간의 편의.’

아버지는 매일 내게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도 인공지능을 들이자고. 인공지능 하나만 있으면 생활이 달라질 거라고.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반대했다. 하필 아버지는 인공지능을 생산하는 회사에 계셨고, 계속해서 인공지능을 가장 가까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내가 아닌 아버지였다.

“유은아, 왜 그렇게 AI를 싫어하는 거야?”

“AI가 싫은 게 아니야. AI를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이 싫은 거지.”

“하지만 너도 그런 인간이잖아, 아빠도 그렇고.”

“… 나는 싫어, 전부 AI가 해주면 인간은 발전하지 않잖아.”

“왜 자꾸 인간들은 편한 걸 중시하는 거야? 인생이 편하기만 하면 모두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리석게.”

“하여튼 싫어, 우리 집은 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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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집에 들어갔다. 불 하나 켜지지 않아 칠흑 같은 어둠에 잠식된 집 안,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불빛이 구석에서 반짝였다. 부모님이 주무시기에 전등을 켤 용기는 나지 않았고, 핸드폰 후레시를 켜자 처음 보는 남자가 우리 집에 있었다.

“… 놀라라.”

그는 내가 와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표정의 변화도, 행동의 변화도. 내가 그를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의 머리에는 장치가 달려 있었고, 머리카락에 숨겨진 장치를 통해 충전되고 있는 듯했다. 그걸 본 나는 직감했다. 이 남자는 사람이 아닌 AI라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늦은 새벽이라는 걸 감안해 일단 잠을 청하기로 했다. 나의 완강한 거절에도 AI를 들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아침에 해도 늦지 않기에 잘 준비를 마친 뒤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