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감정 없는 로맨스

02ㅣ낯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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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ㅣ낯선 목소리








“일어나세요.”

낯선 남성의 목소리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낮지만 청아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내 귀를 간지럽혔다. 찬찬히 눈을 뜨니 어제 보았던 AI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제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머릿결, 사슴같이 큰 눈망울과 오똑한 코, 두꺼운 입술에 날렵한 턱선까지. 완벽한 외형을 지녔다.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싱크로율과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외모.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감정이 실린 듯한 목소리까지. 말투는 어색하지만 목소리는 인간이었다.

“현 시각 6시 33분, 지금 일어나서 준비 하셔야 늦지 않습니다.”

딱딱한 말투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더해져 이질감을 생성했다. 그 사이로 파고드는 익숙한 목소리. 아버지는 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나의 타들어가는 속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떠냐, 유은아. 죽이지?”

“… 내가 싫다고 했잖아요.”

“AI 있으니까 얼마나 편해, 응?”

 모든 걸 AI에게 의지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요.”

“너무 막중한 책임감은 조금 내려두고 남에게 맡겨도 돼.”

 너는 너 자체를 너무 무겁게 여겨. 그러면 너만 힘들어지는 거라고.”

“아버지가 항상 말하잖아. 네가 그렇게 말 하는 건 이타적인 게 아니라 이기적인 거야.”

“너무 독립적인 삶이 아니라 가끔은 남에게 의지도 좀 해야지.“

 원래 인생은 나를 위해 사는 거야, 남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네 인생이잖아, 남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너를 위해 시간을 쓰기도 촉박해.“

아침부터 아버지의 걱정어린 쓴 소리를 들으니 어안이 벙벙해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AI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항상 아버지 앞에서는 쓸데없이 자존심을 높였다.

 … 됐어요, 등교 준비 할게요.”

“그래… 아, 참고로 이 AI 이름은 김석진이다.”

 앞으로 잘 대해줘. 네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얘 태도도 변할 거야. 감정은 없지만 지능 하나는 출중하거든.“

 난 AI에게 아무것도 안 시켜요.”

 그냥 없는 것처럼, 평소처럼 지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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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감 드는 그 목소리가 계속해서 내 뇌리를 스쳐갔다. 그 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못할 뿐더러 쉬는시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수업에 집중해 필기한 뒤 쉬는시간에 복습을 했을 텐데. 오늘은 계획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낯설지만 부드러운 그 목소리. 마약을 바른 것처럼 그 목소리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벙쪄 있던 오늘. 왠지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욕구에 독서실을 가지 않은 채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