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익숙한 이름이 귓가를 때렸다.
“이번에 새로 오신 팀장님이 김태형이라던데.”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설마. 그 김태형일 리가 없잖아.
…있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단정한 머리,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그는 아주 잠깐, 정말 잠깐 멈췄다.
김태형이었다.
과거에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고,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나와 최악으로 끝난 악연.
“오늘부터 이 팀 맡게 된 김태형입니다.”
차분한 목소리.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지만 나만은 알았다.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회의 내내 그의 시선이 몇 번이나 스쳤다. 감정 없는 눈빛. 아니, 감정을 숨긴 눈빛.
나도 똑같이 모르는 척했다.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래야 하니까.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자, 그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잠깐.”
도망칠 틈도 없이 회의실 문이 닫혔다.
“오랜만이네.”
그제야 그의 눈에 옛 감정이 비쳤다. 차갑고, 불편한—그날의 잔재.
“회사에서 볼 줄은 몰랐어.”
“저도요. 팀장님.”
그는 그 호칭에 미세하게 웃었다. 비웃음인지, 체념인지 모를 미소.
“걱정 마. 일로는 공과 사 구분하니까.“
잠깐의 침묵 뒤, 낮게 덧붙였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그땐 상상도 못 했지.”
문이 다시 열리고,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먼저 나갔다.
혼자 남은 회의실에서 나는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과거는 끝났다고 믿었는데,
악연은—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