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한정 범생이 선도하기!
01ㅣ전재로 망한 첫인상

겨울을 지나고 이른 봄에는 여자교복이 치마라는게 밉상이었다. 셔츠에 마이를 입던 카디건을 걸치던 다리가 얼어죽을판인데 교복을 입으라니. 세상 가혹한 교칙이었다. 그것도 불구하고 벌점을 피하기위해 핫팩무장이라던가 긴 바지까지 받혀 교복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인터라지만, 그렇게 치면 아연이 다니는 시루고 역시 가혹했다.
교복 안입으면 벌점 3점, 사복은 월요일만 허락되는 지긋지긋한 교칙. 하지만 그냥 힘없는 전교권 범생이 신아연일 뿐인터라 추운 날씨에 치마교복을 입히던 말던 속으로만 욕짓걸일 뿐이었다.
“ 아 미친, 너네 그 소식 들었냐? ”
“ 아 월요일에도 사복제한한다던거? 어제 대전에 올라왔잖냐. 봄인데도 있잖냐. 막말로 패딩을 걸쳐도 다리가 추워서 동상 안 걸린게 다행인데. 혹시 학생 인권인지 뭔지 뒤짐? ”
“ 그거 존재는 하는 거였음? 난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은 줄 알았지. ”
아연이 평소처럼 햇빛이라곤 쥐뿔도 들어오지않는 그늘진 구석에서 책이니 읽고 있을 때였다. 점심 급식 메뉴가 더럽게 맛없었다며 도대체 평소엔 잘만 나오더니만 오늘은 왜 그따위냐고 시덥잖게 구시렁 거리며 지나가는 학생들은 딱히 주의를 끌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 들려오는 이야깃거리는 아연의 주의를 끌고도 남았다. 월요일 사복제한이라니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놀라 돌아갔다. 관심없는 척하면서 시선은 책위로 관심은 무리애들에게 집중해 들었고 말이 끝나자마자 혼자 중얼거렸다.
“ 아침마다 매번 편의점 들리긴 좀 번거로우니깐 핫팩을 상자단위로 사놔야하나.. 아님 전자핫팩을 여러게 사도 괜찮겠다 ”
의미없는 말만 구시렁거리며 중얼거릴때 점심시간 끝종이 치더니 곧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삼삼오오 나뉘어 이야기를 주고받던 아이들은 서둘러 제 자리를 찾아 요란스럽게 앉았고, 호들갑스럽게 덜크덕하는 소리가 여러차레 들리더니 점차 잦아들었다. 선생님은 아직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출석부로 두차례 교탁을 내려치더니 담담한 어조로 조용하라고 말했다.
“ 이제 개학한지 슬슬 두달 넘어가잖아, 근방 다음주부터 중간고사야. 쌤이 말했지? 역사는 무조건 필기, 암기라고. 여기 이 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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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한창 열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은 쿨하게 쉬어라, 말만 두고 자료들을 정리해 교실을 나가셨다. 금방 또 시끄러워지는 반아이들 사이에서 서둘러 당장이라도 피곤해진 아연은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 3학년 2반 19번…. 저기, 혹시 네가 신아연이야?
“ 으응. 무슨 일이야? ”
엎드려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낮게 잡은 어깨에 톡톡하고 미세한 손길이 느껴지더니 아연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만 살짝들어 위를 바라보니 갑자기 밝아진 조명등에 눈이 부시려 미간을 찌풀, 눈이 감겼다. 눈을 감자 드리워진 그림자 양옆으로 남는 잔상이 사라졌을즈음 허리를 치켜 남자애를 쳐다보고 물었다. 동그랗고 큰 눈이 유독 돋보이는 그 애는 뒷머리를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더니 고개를 숙여 책상을 짚었다. 그러더니 무턱대고 본인소개를 하는 그에 어처구니가 좀 없었다.

“ 나는 3학년 5반 김태형. 앞으로 자주 볼테니깐 얼굴이라도 외워둬. ”
“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
다짜고자 제 반과 이름을 소개하며 고개를 들이미는 태형에게 기분이 퍽 나쁘다는 듯 빈정상한 투로 쏘아댔다. 궁금하지도 않은 이유를 굳이 형식적으로 건네자 무식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
“ 설마 몰라서 묻는거야? ”
“ 싱겁게 굴긴. 그럼 아는데 물어보겠냐. 생긴거랑 다르게 머리가 단단한가보네 ”
“ 보기보다 입이 험하네, 아무튼 너 입학부터 쭈욱 전교권에서 논다며? 뭐 좀 부탁하려고. ”
모르는게 당연한거였잖아 개새야. 그래놓고 뭐 몰라서 물어어? 보기보다 입이 험해? 부탁이나 하는 주제에. 전교권에서 노는데 엊저라고! 꺼지라지.
“ .. 씨이 개새끼 ”

“ 나 선도부인데. 내 앞에서 막 욕하고 그러면 안돼는데. ”
“ 아 그러니깐 그.. 뭐! 응 그거 도와준다고 말이 잘못나왔네. ”
태형은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기를 띄우며 필통에서 펜하나를 꺼내 아연의 책상에 끄적였다. 그러고는 또보자며 어깨를 으쓱이곤 유유히 반을 나섰다. 010.. 1995, 1230? 자기 번호인가. 혹시 몰라 필요할지도 모르니 종이 쪽지에 그대로 쪽지적고 책상에 번호를 지우려는데 ..
시발? 이 새끼 지금 네임펜으로 쓰고간거맞지.
.. 죽여버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