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저씨! 제가 방울에 손대지 말라고 했죠!!"
"아아~미안 미안~"
"아 진짜..."
어떻게 된 상황이냐 하면 태형이와 방울이는 동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태형은 집이 없기 때문에 1년 동안 밤에는 도깨비 불로 변해 잠을 잤지만, 지금은 방울이를 지켜주기 위해 방울이네 집에서 지내는 것이다. 거기에 불만을 가진 방울이었지만 태형이가 할머니의 묘지를 알려주기로 해서 흔쾌히 허락했다. 이렇게까지 말을 안 들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네 안울어요"
"왜?"
"이미 1년 전에 다 울었어요 이제 편히 보내드려야죠 제가 못나서 1년 동안이나 그 차가운 바닥에 거 썩고 계셨는데"
"그래"
방울이는 할머니의 장례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사실 때문에 그동안 마음이 불편하고 갑갑했다. 또 할머니를 오다가다 마주치고 썩은 내가 나는 집안에 들락거리는 게 좋지만은 않았다. 근데 이젠 태형이 할머니를 잘 묻어주어서 그간 갑갑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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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알 수 없는 검은 안개가 가득한 밤 태형은 무언가를 느꼈다.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라 문밖으로 나가보니 여러 악귀들이 하나로 뭉쳐져 있었다. 악귀들은 각자 품은 원한을 담아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고 그 엄청난 에너지는 방울이가 사는 마을 전부를 뒤덮었다.
"이것 또한 신의 계획인 것일까.."
태형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후 잠시 기절했다. 그 시각 방울이도 왠지 모를 한기를 느끼고는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에는 쓰러져 있는 태형과 태형의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검은 연기들이 보였다. 곧장 금방울을 들고 나와 흔들어 댔다. 그러자 연기들은 점점 사라졌고 태형도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요?"
"왜 여기 이러고 누워있어요.. 네?"
"악귀들은 어디로 갔지..?"
"네? 악귀요? 방금 그 연기들 말인가요? 제가 방울 흔들면서 쫓아냈는데요..?"
"아..그랬구나 잘했어"
"ㅁ...무섭게 왜 그렇게 쳐다봐요?"
말끝나기 무섭게 방울이의 뒤에서 맴돌던 악귀들을 소멸시키는 태형이었다. 그 모습에 방울이는 확신을 느꼈다. "아 정말로 이 아저씨가 날 지켜 줄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방울이는 겁먹은 채 매일 태형을 껴안고 잤다. 왠지 모르게 방울이네 집 앞마당에는 매일 검은 안개들이 솟구쳤고 태형이는 매.일 그것들을 처리하느라 잠을 잘 못 잤다.
그런 식으로 의미 없게 흘러간 3개월,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던 방울이는 다시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그때 창문에서 떨어질 뻔한 뒤로 학교에 가지 않았었지만 매일 너무 심심한 걸 어떻게, 태형이는 방울이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절대로 아무도 믿지 말고 방울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다음날※
태형은 방울이가 학교를 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벌써 정들어 버린 태형은 방울이랑 잠시 떨어지는 것도 불안해하고 걱정했다. 혹시 전처럼 창문에서 떨어질까 아님 며칠째 이 마을을 뒤덮는 악귀들이 해코지할까 봐
"정말 갈꺼야..?"
"안 가면 안 돼?"
"푸흐.. 아저씨도 참 우리 겨우 몇 시간 떨어져 있을 거예요~ 걱정 마요 방울도 있잖아요 그쵸?"
"그래도... 걱정된다고"
"아저씨 의외로 정 많아..히히 다녀올게요! 집 잘 지키고 있어요!"
"그래..뭐 근데 언제까지 아저씨라고 할 거야!!"
"하아~ 이 맛에 아저씨랑 산다니까? 세상에서 아저씨 놀리는 게 제일 재밌어!"
"아니이..아저씨 말구..."
"네에네에 태형 씨~"
"꼬맹이 너!!"
마지막까지 태형을 놀리는 방울이었다.
※학교※
방울이가 학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방울이를 쳐다보며 수근 거렸다. "쟤 혼자 창문에서 떨어졌다던 애 아니야?" 라면서 그 얘기들을 들은 방울이는 이제 아저씨가 있으니 두려울게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에는 소심하고 할 말 다 못하던 성격을 고치고자 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소리쳤다.
"야!!! 너희 다 조용히 안 해? 내가 왜 창문으로 떨어졌는데 너희들이 날 괴롭히고 방관해서 그런 거잖아! 창문으로 떨어졌는데 찾아오는 새끼 하나도 없었으면서 뭘 떠들어! 나는 뭐 귀신 보고 싶어서 보는 줄 알아? 나도 힘들어! 귀신들도 자꾸 괴롭히고! 너희도 괴롭히고!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신데 혼자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날 괴롭히는 거야! 제발 그만 좀 해!"
내가 소리치니 아이들은 좀 놀란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원래 친하게 지냈던 정국이라는 아이가 제일 놀란 것 같았다.
속 시원하게 소리치고 반으로 들어가 책을 피고 앉았다. 여전히 낙서가 되어있었고 여전히 의자는 높이가 안맞았다. 날 괴롲히던 애들이 한 짓이었다. 사물함은 여전히 본드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내 서랍에는 여전히 냄새나는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었다. 어짜피 기대도 안했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 그 때 정국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며 책상속 쓰레기들을 치웠다.
"안녕"
"...."
"나 기억나?"
"너 그때 어떻게 된 거야?"
"창문 밖으로 떨어져 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는 3개월만에 아무렇지 않게 왔잖아"
"몰라도 돼 넌 왜 이제 와서 친한 척이야"
"친한 척이라니 우리 원래 친했잖아"
"미안.. 못 도와줘서 나도 너무 무서웠어.. 널 도와주다가 나도 다칠까봐..."
"넌 그게 말이라고 해? 됐으니까 저리가"
방울이는 정국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옆에서 쫑알대던 정국을 손으로 밀치려는데 정국이가 잡히지도 만져지지도 않았다. 놀란 방울이는 정국이를 쳐다봤고 정국이는 머리 한쪽에 피를 흘리고 슬픈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너...왜 이래..? 죽은...거야?"

"응 네가 사라진 날 교통사고로... 아니 이제 내가 널 지켜줄게 다른 귀신들이 너 못 괴롭히게 귀신들을 막아줄게 내가 너의 옆에서 도와줄게 이렇게라도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 사실 그동안 너에게 너무 미안했어 무서워서 널 도와주지도 못하고 방관만 했어.. 정말 정말 미안해.. 이렇게 죽어서라도 널 도와주고 싶었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정국이에 방울이는 눈물을 흘렸다. 방울이는 자신이 정국이었어도 자신 같은 사람을 도와주기 힘들었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국이를 용서하고 같이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정국과 방울이는 하루종일 재밌게 수다를 떨며 다녔다. 다른 학생들 눈엔 방울이가 혼잤말을 하며 다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좀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말이다. 학교가 끝나고 정국은 방울이를 따라서 방울이의 집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본 태형이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정국을 쳐다보았고 이미 방울이에게 태형의 존재를 들었던 정국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태형) "꼬맹아 쟤 뭐야? 도대체 뭘 달고 들어온 거야"
"응? 아저씨! 인사해! 여기는 정국이 앞으로 나랑 같이 다니기로 했어! "
정국)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아~"

"마음에 안들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