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내린 3월의 눈이라고 했다.
네가 내게서 떠난 그 날도,
폭설이 내렸었다.
폭설은 잔인했다.
잔인하게, 내게서 널 빼앗아 갔다.
-
”와. 눈이네.“
”넌 눈이 좋아?“
“응. 예쁘잖아.“
”별로…“
”참 나. 또 꼰대같이 굴지마. 어린게.“
“눈은 회색이잖아. 뭐가 예뻐?”
“흰색이구만, 무슨 회색이야.”
“밖에 봐봐. 온통 회색인데.“
”에이, 저건 도로에 자동차들 때문에 매연이랑 섞여서 저 색깔이 된거고.“
”아무튼. 어쨌든 회색으로 보이잖아, 지금 우리 눈에는.“
”내릴 땐 흰색이잖아. 그게 예쁘다는거지.“
”내리는 건 몇 초 뿐인데? 너무 효율성이 없어. 예쁜 시간은 몇 초, 우리 눈에 안예쁘게 보이는 건 몇 시간.“
”너는 그 진지병 좀 고쳐봐. 난 태어나서 눈이 예쁘다는 내 말에 이렇게까지 반박하는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 봤어.“
”푸훕. 알았어. 진지한 건 내 고질병이다, 미안.“
나는 그때 송지훈이 좋았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하나하나 반박하는 모습이 귀여워보일 정도였으니까, 아주 많이 좋아했다.
송지훈도 나를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고3이었고, 나는 대입이라는 중요한 시기 앞에 어떠한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사귄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하는 거니까. 그래서 송지훈의 고백을 거절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0개월이었다. 시간이라는 건 생각보다 너무 빨랐고, 우린 수능을 치며 고3이라는 큰 무게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너와 나의 사이도 정확히 정의되었다.
“나, 생각해봤는데…“
”뭐를?“
”나도 눈이 좋은 것 같아. 이제 좋아졌어.”
“응? 갑자기? 내 말 그렇게 반박하던 10개월 전 송지훈 어디가고?”
“네가 좋아하잖아.”
“…”
“그래서 이젠 나도 좋아.”
“지금 이거 고백이야?”
“응.“
”…“
”뭘 놀라, 처음 듣는 사람처럼.“
”…그냥. 네가 그런 말 하면 들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나 너 엄청 좋아해. 알고 있으라고.“
”…나도거든.”
”응? 뭐라고?“
”…나도라고. 나도 너 엄청 좋아한다고.“
”잘 안들리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너 일부러 이러는거지.“
”푸흡. 그걸 지금 알았냐.
듣기 좋아서. 한 번 만 더 해봐.”
우린 함께 첫 눈을 보기로 약속했다.
예쁘게 눈이 내리는 그 날, 1일 기녑이랍시고 지훈이가
사온 빨강색 니트를 입고 만나기로 말이다.
지훈이가 입은 코트 위로 소복하게 쌓인 눈이 참 낭만적이었다.
첫 눈 오던 그 날,
우리집 대문 앞에서 몰래 나누던 첫 키스가 그렇게 행복했었다.
“있잖아. 나 이제 눈이 정말로 좋아.”
“그럼 원래는 거짓말이었어?”
“조금?”
“이씨. 지금도 거짓말 아니야?”
“아니야. 눈이 내게 너무 소중해졌어.”
“그정도야? 난 눈이 소중한 정도까진..”
“너와 함께 보낸 첫 번째 계절이잖아.
진짜 많이 행복하고 소중해. 지금 이 순간을 다 기억하고 싶어.”
“…지훈아 울어?“
”행복해서, 아주 많이.“
그 날 지훈이에게서 흐르던 눈물, 눈빛, 표정,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래서 눈은 내게 특별했다.
네가 하루 아침에 내 곁에서 떠나버리기 전까지는.
“그게 무슨 말이야? 지훈이가 죽었다니.”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닌가봐. 경찰들은 사체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는데?“
“야, 너 송지훈이랑 사귀던거 아니냐? 진짜 아무것도 몰라?”
하루아침에, 지훈이는 사라졌다.
처음엔 실종 사건이었고,
어떤 이유인지 지훈이가 죽었다고 판단한 형사들은
지훈이의 사체를 찾고 있었다.
지훈이가 사라진 그 날은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우리가 함께 본 첫 눈과는 비교과 안 될정도의
폭설이 내리던 날이었다.
“송지훈 명찰이 발견됐대! 폭설 속에 파묻혀 있었나봐. 눈 다 녹으니까 발견됐다더라, 미친.”
“곧 졸업식 앞두고 이게 뭔 상황이냐 도대체.“
”송지훈 부모님 X나 재벌이잖아. 재벌도 이런 사건엔 힘 못쓰나?“
지훈이의 실종 기간이 길어지며
진위여부가 구분되지 않는 온갖 이야기들이 학교에 떠돌았고, 그렇게 나는 지훈이 없는 졸업식을 했다.
학교를 졸업하니 지훈이에 대해 떠들던 아이들은
모두 사회로 흩어져 잠잠해졌고,
그 뒤로 송지훈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
“진짜 싫다, 눈.”
3월달에 눈이 내렸다.
100년만이라고 했다.
네가 만약 살아있다면, 너도 어디선가 이 눈을 보고
내 생각이 날까.
눈이 오는 날엔
항상 송지훈과 추억이 담긴 도서관에 가곤 했다.
거길 가면 아직도 네가 내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
도서관에 들어가려던 찰나,
누군가 내 팔을 붙잡으며 불렀다.
“안녕.”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네요
이거 엄청 옛날에 쓰다가 임시저장 해놧던건데
진짜 1년정도 전에 쓰던거여서
결말이 기억이 안나서 ㅋㅋㅋㅋ
그냥 이상태로 올릴게요 ㅋㅋㅋㅋ
어떻게 처리하기도 아까워서 ㅋㅋㅋㅋ
이거 보시던 분들 다들 이제 고딩이 되었겠죠.?
앱 다들 지우셨을라나 ㅜㅋㅋㅋ
저 수능 끝났어요!
저 참고로 정시였거든요 ㅋㅋㅋ
정말 죽을 것 같은 1년을 보내고 왔습니다
결과는..!!
잘 치뤘습니다
살짝.. 말하자면
성대나 이대 갈 것 같아요! 물론 합격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르는거긴한데 ㅋㅋㅋ
그치만 목표가 고대였어서.. 가도 반수할것같긴 하지만요 하하하하
제가 알쓸내생을
딱 고등학교 입학하기 직전부터 써왔는데..
참 기분이 오묘하군요 ㅋㅋㅋ
다들 잘 지내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