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m10 탄 발포 준비."
도시 한복판. 수십 개의 검푸른 총신이 소녀를 향했다. 열다섯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는 자신을 향한 총구를 보고도 너무도 여유로웠다.
"발포"
기껏해야 풍선이 터지는 정도의 소음을 내며 총알들이 소녀에게 몸을 날렸다. 소녀는 겁을 먹기는커녕 발포 전보다 여유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녀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총알의 궤도가 보이기라도 하는 듯 춤추듯 곡선을 그리며 총알을 피했다. 스물 가까이 되는 총알 중 소녀의 몸에 닿은 것은—
"쯧."
—단 하나였다. 총알은 소녀에게 상처 하나 내지 않았지만 소녀의 표정에는 성가시다는 감정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그는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후드티에 달린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 직후, 소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크던 후드티가 딱 맞을 정도로 몸집이 커진 것은 둘째 치고, 후드 안쪽으로 보인 얼굴은 - 비록 얼굴 아래는 마스크로 가려 보이지 않지만 -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남성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음, 열일곱 발이라, '우리' 잡으려고 지원 많이 하셨나 보네. 본인밖에 모르는 나으리들께서. 아니지, 본인밖에 모르니까 지원을 해주신 건가?"
열여덟 명의 고유 능력자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다는 듯 태평하게 그들을 비꼬았다. 입이 마스크로 가려져 있는데도 마이크를 쓴 것처럼 또렷하게 들렸다.
"테러리스트 주제에 말이 많아."
"뭐,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썩 맘에 들지는 않네. '우리'는 테러리스트 따위가 아니라서 말야."
"아까부터 '우리'라고 하는데, 그럼 공범들은 어디에 있지?"
"알 바야?"
소년이 날카롭게 비꼬자 설후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왠만한 사람은 잡아내기 어려운, 작은 변화였지만 소년은 그런 설후를 보고 눈매에 비웃음을 담았다.
"참,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말야."
"하, 무ㅅ,"
"'불사의 세라핌'이라고, 들어 봤어?"
'불사의 세라핌'이라는 말이 소년의 입에서 나오자 발포를 명령했던 여자, 알파팀의 팀장인 초설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지?"
"잘 알 수밖에. 뭐, 그건 알 필요 없어."
설후는 저 테러리스트가 껄끄러웠다. 나름 가드의 정예팀에 속하는 알파팀을 앞에 두고 저런 여유를 부린다니? Lm10 탄을 맞았으니 분명 10분간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가드를 상대로 저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지?"
"…뭐?"
"왜? 딱 그 표정이었는데, 아냐?"
혼란스러웠다. 보통 신체 변형 계열의 고유 능력자라고 한다면 능력에 의지해 싸우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하다고?
"설마, 내가 왜 당당하게 서있는 건지 궁금한 거야? 신체 변형 계열의 고유 능력자인데? 표정관리를 그렇게 해서 어떻게 팀장이 된 거야? 맞다, 전 팀장이 해고당했었지, 참."
"그 입 다물어. 전 팀장님에 대해선 입에 담을 생각도 하지 마."
"아, 겨우 이런 거에 흔들리는 거야? 마음이 약하네."
"뭐 하자는 거야."
"당연히 싸우자는 거지. 그보다 내가, 아무 준비도 없이 패기만 믿고 여길 왔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
소년이 눈꼬리를 휘듯 웃으며 스위치를 꺼내 들고 - 눌렀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무슨 수작을,"
"에이, 수작이라니. 말이 심하잖아, 초설후 팀장?"
목에 서늘한 기운이 닿았다. 예리한 선이 목덜미에 느껴졌다. 전신의 털이 바짝 서는 것 같았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설후의 경계심은 더더욱 높아졌다.
"원하는 거라도 있나?"
"응? 뭐, 협상이라도 하려고? 알파팀도 별거 아니네."
"네가 원하는 걸 줄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거다."
"음,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데,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능력인가 봐? 여태껏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그게 무슨."
여태껏이란 것은 분명 설후 자신을 지켜보았다는 말이었다. 확실히 설후의 고유 능력은 직접 전투에 나서기에는 알맞지 않은 능력이었다. 하지만 설후 본신의 전투력이 무시할 수있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 놀란 건 이해가 되는데 말야, 현장 파악이 느려서야. 팀장 하겠어?"
주변을 둘러보고는 설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쓰러져있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당장 불어."
"이렇게 뵙자니 초면이네요, 초설후 팀장님. 저는 능력이 있으면 베풀라는 주의라서."
"그게 무슨 상관이지, 이 상황과?"
"해로운 짓은 안 했어요. 그저 피곤해 보이시기에 푹 재워드렸을 뿐이라고요. 그것도 잘못인가요?"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설후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그런데, 논엘. 뭐 해요? 허공에 얼음 띄워놓고."
"응? 뭐, 꽤나 잘 속더라고. 얼음이 차가우니까 금속같긴 하겠지, 녹지도 않고."
"얼음이라고?"
무시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설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신들 뭐야."
어느샌가 후드티를 입은 소년도 곁으로 다가와 서있었다. 설후를 잡고 있던, 위 얼굴만 검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나으리들께서 잡아 족치려 혈안이 돼있는 반정부 단체. ANGEL이다."
"뭐? ANGEL은 우리 가드의 특수팀이다. 반정부 테러단 따위가 쓸 수 있는 이름이 아냐."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ANGEL을 알고 있었네? 그럼 대화가 쉽겠지. 논엘루, 재워."
"무슨,"
사내의 손짓에 따라 설후의 눈이 감기더니 스르륵 쓰러졌다.
"잘 자요, 초설후 팀장님."
*
이름(나이)-???(??)
코드네임(가면)-논엘 Non-el(위 얼굴만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얼음)
이름(나이)-???(??)
코드네임(가면)-???[?](후드티 마스크)
고유 능력-???(외형 변화)
이름(나이)-???(??)
코드네임(가면)-논엘루 Non-ellu(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수면(상대를 잠재운다.)
이름(나이)-초설후(21)
직책-Guard SABRE 알파팀 팀장
고유 능력-공간 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