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인가 악마인가

25. 상대가 안 돼

W. 말랑이래요




"어우 저 지지배 힘 좀 봐..."



자꾸만 나를 노리며 일부러 얼굴을 맞추려는 저 여학생 때문에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느릿느릿 공을 피하기만 하다가 그 애가 던진 공을 확 잡아 버렸다.

빠르게 공을 날려 다리를 강타했다. 내가 힘 조절을 못 했나..그 애가 털썩 주저 앉았다. 씩씩 거리며 나를 노려보는데 그렇다고 나는 뭐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뭘 봐, 너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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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아 학교 끝나고 시간 돼?"

"나 학원가"

"..너 학원 안 다니잖아"

"오늘부터 다닐려고"




옆에서 듣는 강태현의 대답은 가관이였다. 구라를 깔거면 그럴싸하게 까던가. 다니지도 않는 학원을 다닌다고 그래? 너 쓰레기냐? 속으로 중얼거리니 강태현이 속마음을 들은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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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나고 학원 같이 가기로 한 거 안 잊었지??"

"...나?"

"너 아니면 누구겠어 여주야"

"미안한데 나는,"

"응 수학 영어 너무 빡세지 나도 이해해"




아니 저기요...

앞에 서있는 유지민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강태현은 눈치를 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한테 달라붙어 지민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결국 종이 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일어서자 유지민도 아무 말 없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복도를 걸어가는데 휴닝이가 옆에서 눈치를 줬다. 저 여자애는 뭐야? 아까 체육 시간에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별 생각도 없어. 그냥 승부욕 센 여자애 같던데"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던데"

"뭐? 그러면 아까 대답이라도 해주지 다니지도 않는 학원까지 팔아먹는 건 뭐야"

"귀찮잖아"




결국 강태현의 단호한 대답에 나랑 휴닝이는 얼 빠진 표정을 했다. 혀를 쯧, 차며 울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오빠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너네 반으로 갈게 기다려]




"..야 얘들아! 나 교실 좀 다녀올게 집에 먼저 가있어"

"여주야 뛰지마 그러다 넘어져!"

"으응-휴닝아 먼저 가!"



뛰지 말라는 걱정에도 와다다 달려갔다. 종이 치자마자 잽싸르게 교실을 빠져나왔던걸 후회했다. 오빠랑 같이 집에 갈 생각에 또 두근 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드르륵- 문을 여는 순간 왠지 모를 긴장감에 숨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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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판에 빨간 분필로 '한여주 걸레년' 으로 가득찬 글씨와 
아무래도 그 글씨체의 주인공인 유지민의 멱살을 있는 힘껏 끌어 당기며 매섭게 노려보는 범규 오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