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밥 먹을 기분 아니에요"
"야 한 입만 먹으라니까? 너 그러다 굶어 죽.."
아, 이미 죽었구나..
수빈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다시 숟가락을 들어 여주에게 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눈물이 가득 찬 여주가 보였다.

"..너 또 왜 우냐?"
"오빠 정국이가 곧 죽는데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 난 포기. 야 최연준-! 너가 애 밥 좀 맥여"
그렇다. 사자를 만나고 온 이후로부터 정신을 못 차리는 여주를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챙겨주고 있었다. 수빈의 부름에 후다닥 나온 연준이 수빈과 자리를 바꿨다.
그러던가 말던가 여주는 여전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결국 밥은 못 먹이겠다 생각한 연준이 밥그릇을 치우고 여주 옆에 앉았다.

"사자 말 듣고 많이 놀랐지 여주야"
"오빠는..천사니까 할 수 있죠? 정국이 안 죽게 할 수 있잖아요"
"미안한데 여주야 정해진 수명은 바꿀 수 없어"
"..불쌍 하잖아요. 아직 고등학생인데 하고 싶은 것도 많을텐데.."
"너도 어린 나이에 죽은 거잖아"
"오빠 저는 아직.."
죽는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나봐요. 지금은 이승에서 인간들과 어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죽었다는 게.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오빠가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로 받는 느낌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정국이는 보내줘야 해"
***

"자꾸 왜 이래..내 본분이 저승사자인 걸 잊은거야?"
"할배, 진짜 딜 하자니까요? 약속 들어주면 앞으로 60년 동안 아이스크림 공짜로 줌"
"설마 댓가로 전정국 수명 60년으로 늘려달라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 60년이라뇨!!!"
"그럼?"
한 70년?..
소심하게 대답하자마자 뒤돌아 가버리는 사자새끼였다.
졸졸 쫓아가 팔을 붙잡고 흔드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며 고개를 젓는 사자님이였다.
"괜히 말해줬어 괜히.. 그냥 미리 작별 인사나 하라는 심산으로 알려준 건데.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니 참.."
"솔직히 18살에 가는 건 너무하잖아요 진짜 너무하네!!"
"내가 정하냐? 어? 내가 정해? 사람 수명 가지고 장난 치는 거 아니야"
"장난? 장난은 신들이나 하는 거고- 자기들이 뭔데 인간들이 죽고 사는 걸 정해?"
"저기 미안한데 너도 신이야.."
최하위 직급이긴 하지만.
사자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 나도 신이야
내가 전정국 살릴 수 있어. 시도라도 해보자
뒤에서 사자가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 학교로 향했다.
존나 지각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도 가벼웠다.
일말의 희망이 보이니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학교에 도착 했을 땐 이미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였다. 드르륵 교문을 여니 반 애들의 시선이 집중 됐다. 그 중에 당연 전정국도 있었다. 성큼 성큼 걸어가 전정국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너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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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쥐뫄 전정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