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인가 악마인가

29. 또 다른 이별

W. 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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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네가 공원에서 보자며- 그렇게 쌩까는게 어딨냐?"

"..으, 머리야.. 뭐야 전정국?"

"네가 안 와서 30분이나 기다렸잖아"

"전, 정국.. 너.."

"나 뭐"

"..."

"잘생겼다고? 참나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입 아프게 뭣하러 말 해"

"..너 다리에서 피 나잖아"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가리키자 정국이 시선을 내려 확인 하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거?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 이딴 소리나 내뱉고 있는 정국에게 화가 났다. 아니, 사실 지켜주지 못한 내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났다


"안 아프긴 뭐가 안 아파..너 진짜 어쩔려고 그래"

"이렇게 된 거 뭐 어쩌겠어 별 수 없지. 사실 나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어 저승사자도 가끔 눈에 보이기도 했고"

"흐으.. 넌 그걸, 끕, 말이라고 해?"

"...야아 왜 울어, 나 인사하러 온 거지 달래주러 온 거 아니다?"

"미, 미안해.. 흐엉, 내가 너, 지키려고, 지켜주려고"



아, 어떡해 눈물이 너무 나와서 말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 했다. 시간이 별로 없는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나를 기다려주는 전정국이 너무 미웠다. 



"..지켜주려고 했는데 내가 미안해"

"..."



고마워 한여주. 
묵묵히 내 얘기를 듣던 정국이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알 수 있었다 정국이는 이승에 떠도는 귀인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악귀도 아니기에 저승에 무사히 도착 했겠구나. 

흐르는 눈물을 벅벅 닦으며 주변을 살피니 사자님과 오빠들이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다 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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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배웅하고 올게"

"..."



사자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다 연기처럼 사라지셨다. 너무 울어서 그런가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나를 알았는지 범규 오빠가 나를 들어 올렸다. 평소 같으면 뭐 하는 짓이냐며 어깨를 쳤을텐데 그럴 기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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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 우리 여주 어떡해"

"..들어가서 쉴게요"

"계란말이 해줄까? 너가 좋아하는,"

"오빠는 뭐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지금 한 사람이 죽었어요. 남도 아니고 정국이가 죽었다고요"

"..."

"죽은 사람한테 예의라도 지켜줘요 제발"



..한여주 미쳤네 천사한테 화풀이를 다 하고.
너무 울어서 그런지 몸에 힘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옆에서 나를 부축 해주는 연준 오빠를 쳐낼 힘도 없었다.




"..죄송해요 오빠는 아무 잘못 없는데"

"한숨 자고 나와. 계란말이 해줄게"




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오빠가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켜 멍 때리며 나즈막히 중얼 거렸다.




"..태연 씨, 저 이 일 못 하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기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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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