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인가 악마인가

31. 데자뷰

W. 말랑이래요




Gravatar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안 그래도 학교 분위기 암울한데 왜 너까지 그러냐 인간마냥"

"아 형! 그런 말 하지 말라 했잖아요오!"

죽은 사람은 뭐 생각도 하면 안되나.. 눈을 흘기며 쳐다보니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 수빈오빠다.

지금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저렇게 쳐다보면..나는..

"뭘 봐요"

"..뭐? 너 이게 오빠한테"

"왜 또 싸워요 둘이- 그만하고 얼른 교실 가자"

흥, 하나도 안 무서워 최수빈.

금방이라도 내 목을 조를 것 같았던 수빈 오빠를 휴닝이가 뜯어 말렸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어 내 손에 쥐어줬다.

바나나 우유? 이걸 왜 나한테..




Gravatar


"저 형이 착하게 말 하는 법을 몰라서 저래. 근데 진짜 생각 많아 보이긴 한다 여주야.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좀..."

.

.

"넌 이미 사람이 아니야, 지금 네 주변에 죽은 사람이 전정국 뿐이겠지만 앞으로 몇 십명, 몇 백명이 떠나갈거야. 이 짓 하려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오빠, 제가 못 하겠다고 하면-"

"바쁘다고 무작정 너를 데려온 건 맞아. 맞는데, 이제는 아니야. 우리한테 네가 필요해 여주야"

.

.

"..아무 일도 없어. 우유 잘 마실게 휴닝아!"

"에구.. 그거라도 마시고 힘 내야지. 이따 장례식장도 같이 갈 거지?"

"가야지..당연히"


사실 마음은 기울어져 있었다. 관두는 쪽으로.

난 굉장히 연약하고 여린 신이구나. 약해 빠진 주제에 악귀를 때려 잡겠다고 설치고 다녔었구나.. 했다.

그런데 내가 가 버리면..




Gravatar



"왜 전화 안 받아. 죽을래?"

"..아 미안 못 봤어요"

"걱정했잖아 한여주.. 그 우유는 뭐야 이리 줘"

"이거 휴닝이가 준건데?"

"아침 먼저 먹고 마셔. 따라와"

"저 입맛 없다고 말 했잖아요"

"..한여주"

"안 먹을래요"

"그럼 이것도 버려"




퍽-

바닥에 떨어진 바나나 우유가 조금 찌그러졌다. 오빠-! 인상을 찌푸리며 서둘러 주워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렇게 성질을 부리는 거야.

옆에 있는 휴닝이의 눈치를 보며 범규 오빠를 노려보니 허리와 이마를 짚으며 작게 한숨 쉰 오빠가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이거 안 놔요? 뭘 잘 했다고 지금!.. 작게 뿌리치니 쉽게 물러난 오빠가 입을 열었다.




Gravatar


"야 카이, 네가 얘 밥 먹여. 내 말은 안 들으니까"

"..네? 가만히 있는 휴닝이는 왜 건들여요 나 안 먹는다니까?"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고집 부리는 거잖아 지금"

"..장례식장.. 가기 전까지 말 걸지 마요"

"싸우자는 게 아니라 걱정돼서 이러는 거잖아!"



Gravatar


"하아- 학생이 학교에서 사랑싸움을 하면 쓰나 꼴사납게"

"안 꺼져?"

"네가 꺼져 최범규. 여기 우리 반이야"

"이게 두 번 뒤질려고 작정을 했나"

"아 진짜 시끄러워서 그래! 얘 지금 먹고 싶은 거 낙지래. 이따 사오던가"


..?

그 말에 갑자기 잠잠해진 범규 오빠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주변 맛집을 검색했다. 밀려오는 민망감에 손을 뻗어 말렸지만 내 손을 한 손으로 제지 하더니 교실을 나가버렸다.

조용해진 주변에 만족스러운 듯 잘 준비를 하던 강태현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아니 내 속마음 왜 들어!!!! 이 도움 안되는 자식아!!!


***


Gravatar



"강태현- 오늘도 나랑 말 안 할 거야?"

"..."

"안 할 거냐고오-"

"제발, 조용히 해"


쟤는 태현이가 무섭지도 않나 꾸준히 들이대네. 슬쩍 태현이쪽을 쳐다보니 어디서 의자까지 끌고 와서 태현이 옆에 철썩 붙어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창 밖을 내려봤다.

오늘따라 잡귀들이 많네.. 사자 할배는 저런 애들 처리 안 하고 뭐 하냐




Gravatar


"어이- 내 생각 해?"

"아 씨!.. 놀래라"

"왜 놀래? 나 항상 불쑥 불쑥 튀어 나오잖아. 적응 해야지"

"지금 학교잖아요. 나중에 말 걸어요"

"그렇게 말 하면 더 오기 생긴다? 너 어차피 공부 안 하잖아-"

"..놀지 말고 밖에 있는 잡귀나 처리해요"

"나 일 하러 온 거야-"

"..."

"아 진짜라니까? 안 믿네"

교실에 있던 반 애들이 힐끔 우리를 쳐다봤다. 아니, 나를 보고 있는 거겠지. 애들 눈에는 사자님이 안 보일 테니까.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고 의미 없는 교과서만 내려다 보자 옆에서 칭얼 거리던 사자님이 내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툭툭 건들며 장난을 쳤다.

아, 좀 건들지 말라니까..




Gravatar


"곧 종 치겠네. 태현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나 매점 들릴건데"

"매점이 아니라 담배가 피우고 싶은 거겠지"

"..뭐 겸사 겸사. 대답 안 하면 내 마음대로 사온다?"

"귀찮은 짓 하지 말고 그냥 가"


유지민이 흐흥, 웃으며 꿀 떨어지는 예쁜 눈으로 조금 더 태현이를 바라보다 교실을 나섰다. 쯧쯧, 하필 좋아해도 강태현을 좋아하냐.. 지민이 나가는 걸 지켜보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자님이 손목에 있던 시계를 슬쩍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놀아주기 전까지는 절대 안 갈 줄 알았더니..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니 실실 웃던 사자님이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Gravatar


나 진짜 일 하러 온 거 맞다니까.. 나중에 보자"

"...에?"


잠시만.

불안한 기분에 사자님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또 다시 시계를 보던 사자님이 내 볼을 꼬집으며 말 했다.


"나 지금 바빠. 이따가 놀자"

"자, 잠시만요"

"나중에 봐-"


여유로워 보였던 사자님이 손 인사를 해주며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안되겠다 따라가야겠어.

급하게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태현이 내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Gravatar



"네가 나설 일 아니야. 앉아"

"..태현아 안 돼. 아무래도 유지민이.."

"그 때 들었잖아. 네가 운명에 관여 할 자격이 없다는 거"

"..."


태현이 말이 맞았다. 다시 자리에 앉으니 그제서야 다시 책상에 엎드려 자는 태현이였다. 그래 내가 어떻게 관여를 하겠어. 난 정국이도 막지 못 했는데..

종이 울렸다. 수업이 시작 됐지만 지민이는 다시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바로 느껴지는데 그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몰라 신경 쓰지마. 나도 죽은 팔자인데 누가 누구를 살린다고 설쳐.

어차피 공부는 하지 않으니 책상에 엎드렸다. 집 가면 범규 오빠 볼텐데..아무래도 사과 해야겠지. 오늘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ㅇ,

!..

기운이 느껴졌다. 아주 사악하고 썩어 문들어진 악귀의 기운이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실 밖을 뛰어나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의 소리가 들렸지만 오로지 그 기운만 쫓아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토 할 것 같았지만 떨리는 손으로 옥상 문을 열었다. 주먹을 꽉 쥐어 악귀를 내려치려는 순간 악귀의 기운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정신을 잃어 쓰러진 지민이와 그 옆에 팔짱을 끼며 심란해 보이는 사자님만 보였다.

"악귀는요?! 그 쓰레기 새끼 어디로 튀었어"

"...이상하네"

"어디로 갔냐고요!! 못 봤어요?"



Gravatar


"내 칼에 맞아도..꼼짝도 안 하던 새끼가, 왜 널 보고 도망가?"



____________________


구독 눌러주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