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내 칼에 맞아도..꼼짝도 안 하던 새끼가, 왜 널 보고 도망가?"
"아오!! 미친 튄거야? 이 씨발새끼가!!"
우당탕탕-!
"여주야!!"
"하..악귀 못 잡았어요 죄송해ㅇ, 윽-"
"죽을려고 작정했어? 나한테 연락부터 했어야지!"
"으으..일단 이것부터 놔요 숨 막혀"
옥상에 올라온 건 다름 아닌 범규 오빠와 태현이였다. 빠르게 주변부터 살피는 태현이와 다르게 오자마자 나를 품에 꽉 안은 오빠였다. 정말 놀란건지 떨리는 손을 슬쩍 잡아주자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내 상태를 살폈다. 저 다친 데 없거든요? 그리고 못 잡았다니까 악귀..
"지금 썩은내 진동 하는 거 보여? 보통 놈이 아니라는 소린데.. 하, 씨발 왜 눈치를 못 챘지.."
"지민이는 어때? 죽은 거 아니지? 괜찮은 거 맞지?.."
"잠시 기절 했어. 야 할배, 유지민 명부에 뭐라 적혀있었어"
"명부에? 분명히 '추락사'라고.. 아니 잠시만 내가 왜 할배야 이 새끼야"
추락사?.. 원래 사망 원인이 추락사였다고? 그치만 내가 본 건 악귀의 소행이였다.태현이의 말대로 학교에 악귀 냄새가 잔뜩 퍼져있었다. 이걸 여태까지 눈치 못 했었던 건...악귀가 숨기고 있었다는 건데.
순간의 찰나에 곧바로 눈치 채고 올라오긴 했다만 눈 앞에서 놓쳤다니 죽여 팼어야 했던건데!..
곰곰히 생각하던 범규 오빠가 쓰러진 유지민을 마음에 안 든 다는 듯 내려보다 곧 지민을 안아 들고 보건실로 향하는 오빠였다.
헙,멋있어-
화 풀린지는 오래였다.
***
"그래도 진짜 다행이다.. 오히려 안 덤비고 도망 가서 위험천만한 일은 넘겼잖아"
"환생 좀 빨리 할랬더니 귀찮은 놈이 방해하네.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 필요하다면 나도 도와줄게"
수빈 오빠가 대답 했다. 맞는 말이였다. 환생이 목표인 우리에게 서둘러 끝내버려야 할 귀찮은 일. 차라리 붙어 싸웠으면 공격이라도 했지 치사하게 도망가는 바람에 더욱 골치 아파졌다. 시계를 보니 벌써 6시였다. 정국이가 세상을 떴기 때문에 학교 분위기는 어두웠고 수업도 일찍 끝났다. 다같이 모여 장례식장에 가기로 약속 했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3학년인 연준 오빠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부터 호다닥 뛰어 오더니 내 옆에 붙었다.
"얘들아 늦었지! 미안 미안 얼른 가자. 차 끌고 갈까?"
"아니에요 사복으로 갈아 입기도 귀찮고.. 이 근처인데요 뭐"
"흐흥- 그래 여주야. 근데 분위기가 왜 이래? 악귀 얘기라도 했어?"
응. 아무래도 한여주 지금 쫄았어. 수빈 오빠가 하는 대답에 기겁을 하며 팔을 휘저었다. 아니거든요?! 쫄긴 누가 쫄아!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손을 입으로 가리며 하하 웃던 연준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자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던 범규 오빠가 연준 오빠의 팔을 세게 쳤다.
아프다 범규야- 헤헤 웃으며 말 하는 연준 오빠의 말에도 범규 오빠는 대답 하지 않았다. 으이그 저 성질머리..
"연준 오빠 제가 절대 절대 쫀게 아니라요. 그 악귀.. 못 잡으면 어떻게 돼요?"
"왜? 걱정돼?"
"뭐, 걱정은 아니고..그게.."
하-..사실 진짜 걱정돼요. 옥상 문을 열었을 때 그 악귀가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에..그 생각을 하자 소름이 확 끼쳐오던 감각이 또 다시 생각나 눈을 질끈 감자 연준 오빠가 세상 부드러운 미소로 웃어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못 잡을 일 없어"
"..."
"그러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근데 여주야..그, 저기..일 하는 거 생각은 해봤어?"
"..아, 아직 제대로 생각은 안 해봤는데. 거의 관두기로 마음 먹었어요"
"몇 퍼센트"
"무슨 퍼센트까지 따져요"
"몇 퍼센트!"
"..90?"
"오케이, 나 10프로만 믿고 기다릴게"
"아 부담 주지마요- 진짜 안 할 거라고"
어엉 내가 10퍼의 기적을 보여줄게. 오빠는 그렇게 말 하며 앞서 걸었다.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관두겠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할 짓이 못됐다.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서지 못 하고 도움 하나 되지도 않은 나약한 존재인 걸 알기 때문에..무섭다.
"이제 말 걸어도 돼?"
"..언제 왔어요"
"아까부터 따라 왔는데. 장례식장 가기 전까지 말 걸지 말라길래 참고 있었어"
"그걸.. 진짜 참냐 이 바보야"
"..아니야? 이거 아니야?"
"얼른 와요 정국이 잘 보내주고 오게"
"응"
이리 오라는 말을 하자마자 오빠가 내 옆에 슬쩍 붙었다. 안그래도 내가 억지 부린 것 같아서 사과 하려고 했었는데 진짜로 장례식장 가기 전까지 말 걸지 말랬다고 꾹 참고 있었던 오빠가 귀여웠다.
내가 알던 그 까칠이 맞아?
괜히 마음이 간질 간질해져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 그 감촉에 나를 내려다보던 오빠가 웃음을 참으며 더욱 단단히 내 손을 붙잡아줬다.
***
"오.. 정국이가 살아 생전에 덕을 많이 쌓았나보네- 사람 많다 장례식장?"
장례식장에 오자마자 우리는 모두 얼어 붙었다. 첫 번째 이유, 왜 저승사자가 여기에 있어? 사자면 바빠야 되는 거 아냐? 뜬금없는 사자님의 등장에
어버버 거리며 아무 말도 못 하자 사자님이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며 얼른 앉아서 밥이나 먹으라고 하셨다.
아니..시발 밥이 들어가겠냐고..
두 번째 이유
"형님- 이 집 별론데? 맛대가리 없어요"
"야 야, 어차피 죽은 몸인데 뭘 그렇게 먹고 있어"
"와 이건 맛 없기도 힘든ㄷ.. 어! 한여주 오랜만"
쟤가 왜 여기 있냐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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