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인가 악마인가

33. 슬슬 작전 개시

W. 말랑이래요







"..야 전정국, 네가 왜 여기있어?"


"내 장례식장인데 주인공이 빠지면 안되지"


"아니 미친놈아"



다 같이 추모하는 자리에서 반갑다고 얼싸 안을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심지어 여기 인간들도 많아서 관심 받을 짓 하면 절대 안된다고!..


아무 생각 없이 빵을 먹고 있는 정국이를 한 대 때리려다 참았다. 그래 여주야 여긴 장례식장이야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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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정국 붙잡아 두기로 한거야? 일머리는 없어 보이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정국이를 왜 붙잡아둬? 저승 갔다며. 환생 했다며!"


"...야 사자, 여주한테 말 안해줬어?"


"뭐? 지금 나 빼고 다 알고 있던 내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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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가 말해준 거 아니였어?"


"..."



야!!!!!!!!!



***




장례식장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 우리는 곧바로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정말 나 빼고 다들 알고 있던 사실이였는지 범규 오빠마저 내 눈치를 살살 보는게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하, 참나, 허, 정말. 내가 전정국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데. 

운전하고 있던 연준 오빠도 백미러로 나를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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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음 관둘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 했어 여주야"


"..."



.. 그게 더 너무해요. 서운한 티를 내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그러면서도 존나 존나 속상했다.

아직 관둔다고 확정된건 아닌데 왜 벌써부터 선 그어요. 벌써부터 손절 치네.

속으로 개쌍욕을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가니 뒤에 있던 태현이가 내 팔을 툭 쳤다.



"시끄러워 연준이 형 욕 좀 그만해"


"..."



헉, 여주야 너 내 욕 해? 연준 오빠의 말에 최대한 안 어색한 미소를 보여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그럴리가요. 

아무도 안 들릴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고 창밖을 바라봤다. 저승은 이런거구나..이랬다 저랬다. 운명이랍시고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더니..이번엔 일손이 부족하다며 다시 데려오고.

 신이라는 것들은 뭐 하는 거야. 나쁜놈들 안 잡아가고




"그 신, 지금 운전하고 계신다"


"..아 진짜 강태현! 속마음 계속 훔쳐 듣지 말라고"




우리 중에 계급이 가장 높은 천사 연준 오빠를 까먹고 있었다. 그러네.. 운전하고 계시네. 계속되는 태현의 장난에 재밌는지 신기하게 쳐다보는 정국이 뜻밖의 질문을 했다.




"근데 형님들 어쩌다 여기서 일 하시는 거에요?"


"...야 일손이 부족해서 이러는 거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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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차피 이 바닥에 얼마 있지도 않을 건데 그딴건 왜 궁금ㅎ,"


"..쓰읍 오빠. 말 예쁘게 해요"


"..궁금한게 많아도 그런 사적인 질문은 조금 민감해. 나만 그런게 아니고 다들 그럴거야"



옳지! 곧바로 말투를 바꾸는 오빠를 뿌듯하게 쳐다보니 잡고있던 내 손을 만지작 거렸다. 말투고 뭐고 별 신경 안 쓰는지 대충 고개를 끄덕거린 정국이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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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개인 사정이 있구나.. 저는 생전에 영적 기운도 강하고 힘도 세서 쓸모 있겠다 싶어서 데려온거래요" 


"저승 사자가 힘도 세야돼?"


"아니? 지금 이승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악귀가 있다는데 사자 형님이 그 악귀한테 쳐발렸다길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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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쳐발렸다니. 이 놈이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아주.."


"아 형님- 맞잖아요! 한 명이서 커버 못 친다고 그랬,"


"그게 아니고. 그 놈이 보통 놈이 아닌거야. 지 기운도 숨기는 놈이라서 그래. 알았지 여주야? 나 세다"




어어..굳이 그렇게 강조는 안 해주셔도 되는,

다급한 사자님의 해명에 그냥 고개를 몇 번 끄덕여줬다 . 그 악귀 생각보다 정말 강했었구나.. 어쩐지 기운이 짧게 느껴졌는데도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지.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도착 한 듯 보였다. 한 두 명씩 차에서 내렸고 곧이어 나도 바닥에 발을 더딘 순간 세게 부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휘청거렸다. 넘어질 것 처럼 휘청 거리자 뒤에서 누군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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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라 뒤로 자빠지겠다."


"..고마워요"


"그러게. 고마워도 모자랄 판인데, 네 남친은 저쪽에서 존나 노려보네?"



그게 무슨 말이냐며 뒤를 돌아보니 정말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 처럼 수빈 오빠를 살벌하게 보고 있는 오빠가 보였다.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씨익 웃는 수빈 오빠와 달리 나는 범규 오빠에게 달려가 허겁지겁 손을 잡아주니 그제서야 힘을 풀고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봐줬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요!.. 나 넘어질 뻔 한 거 잡아 준거잖아요"


"..알지"


"답지 않게 질투는 왜 해요. 진짜 웃기다- 귀신도 질투를 하네"


"그게 아니고 저새끼가 은근 슬쩍 네 허리 만지잖아"




야, 웃기네? 내가 잡고 싶어서 잡았냐?

수빈 오빠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에 질세라 범규 오빠도 냉큼 멱살을 잡아 올리며 명색에 천사 부서라는 새끼가 손버릇이 안 좋다며 욕을 퍼부었다.

결국 둘 사이를 포기하고 흥미롭게 메뉴판을 보고 있는 정국이에게 다가갔다.



"야 정국아 너 뭐 마실거냐? 나 아메리카노.."


"연준이 형님이 쏜대. 야 근데 저 둘이 왜 싸우는 거야"


"저거 그냥 둘 다 객기 부리는 거야 신경 쓰지마"


"오키"



대충 싸우고 있는 저 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음료를 주문 한 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난 그동안 정국이가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자세히 듣고 싶었는데 그럴 틈도 없이 우리의 목적, 그 악귀의 얘기만 꺼내는 오빠들에 나는 조용히 음료만 홀짝 거리고 있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딴청을 피우며 창밖을 보던 그 때 연준오빠의 질문에 모든 시선이 나로 향했다.



"내가 봤을 때 그 악귀. 여주만 피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컥, 콜록,콜록- 저요?"


"이상한거 못 느꼈어? 저승사자를 위협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게 널 보고 도망 갔잖아"


"딱히 모르겠어요. 그냥 쪽수 딸리니까 도망 갔을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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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준이 형 말에 동의 해요. 혹시 그 악귀가 여주를 두려워 하고 있는 거라면.. 상황이 달라지죠"


"..그게 맞다면 어떡할건데?'


"네가 잡아야지. 그 악귀"


"만약 아니라면 어쩔건데"


"그래서 말인데, 그 악귀 앞에 여주만 남겨두는 건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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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미쳤냐?"


"..."


"절대 안 돼. 사자 새끼도 쳐발렸다는 소리 못 들었어? 안 돼. 무모한 짓이야"




어허!..쳐발린게 아니라니까 이 자식아아!..

사자님이 헛기침을 하며 작게 호통을 치셨다. 범규 오빠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내 손을 꽉 잡아줬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생각이 다른 듯 했다.

다들 곰곰히 생각을 하다 태현이가 입을 열었다.




"휴닝이 말대로 해보자"


"..야 강태현"


"최범규 너 잊었어? 악마 잡아서 올려야지. 늘 해왔던 일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여주 혼자서 못 해"


"누가 한여주 혼자 보낸데? 우리는 숨어서 대기 타면 되잖아"


"하, 아니 그래.. 잡는다고 쳐. 잘도 도망가는 악귀놈이 또 언제 나오는지. 어디서 나올지 어떻게 알아?"


"왜 몰라? 그 여자애 있잖아"




..아


유지민.


그 뒤로 보지는 못 했지만 아무래도 악귀가 지민에게 들러 붙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붙어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 그 놈을 못 잡으면 또 다시..

죄 없는 사람이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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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어떡해 여주야? 너 일 못 관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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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신작 냈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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