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저승사자들과 작전을 짜게 되었다.
그렇게 내 퇴사(?)도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팀원들과 달리 저승 일을 하는 태형 사자님과 정국이는 밤낮으로 돌아다니며 악귀에 대한 수소문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빨리 악귀 올려보내야 하는데
"여기서 자습이나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왜? 나는 쉬는 것 같고 좋은데"
"휴닝아 나는 여기서 띵가띵가 놀고 싶지 않아.. 하루빨리 잡아서,"

"하루빨리 잡아서 뭐 하게?"
".. 잡아서 올려 보내야 마음이 편해지지"
"너는.. 진짜 거짓말 못한다"
"그게 아니라 네가 내 속마음을!..."
드르륵-

"..한여주. 나랑 얘기.. 얘기 좀 해"
"!.. 유지민"
"제발 나랑.. 아니 내 얘기 좀 들어줘"
"몸을 왜 이렇게 떠는 거야. 너 학교는 언제 나왔ㅇ.."
"얘기 좀 들어달라고!!"
몸을 벌벌 떨며 사복 차림으로 들어온 지민의 모습은 심각했다. 못 본 새 많이 야위었고 안색이 안 좋았다. 곧 죽을 사람처럼..
소란스러워진 탓에 많은 시선이 느껴져 떠는 지민이를 부축하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벌떡 일어선 태현과 카이를 저지했다.
내가 얘기하고 올게.
우선 잔뜩 겁에 질린 지민이를 달래는 게 먼저였다. 그래도 얄미웠던 애가 이렇게 벌벌 떠는 게 마음이 아프네 나이도 어린데..
얼떨결에 자습을 째버린거라 아무도 없는 매점에 데려가 따뜻한 음료를 건네줬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한 모금 마시던 지민이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꿈에.. 자꾸 네가 나와. 아니, 너랑 그 남자가 나와"
"어떤 남자?"
"나 그때 다 기억나. 옥상에서 봤던 남자.. 날 죽이려고 달려드는 그게, 매일 내 꿈에 나와서 같은 짓을 해"
".. 꿈에 그 남자랑 내가 나온다는 거지?.. 그것도 매번. 무슨 꿈인데"
"..."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줘"

".. 꿈에서"
자꾸 너를 죽여.
***
그게 네 목을 졸라. 너는 곧 죽을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었고.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여주는 티를 내지 않았다. 지민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다 택시를 태워 보내주고 나니 벌써 수업은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터덜터덜 교실로 돌아가니 다들 모여서 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여주를 뚫어져라 보던 태현이 곧 놀란 표정으로 여주의 옆으로 빠르게 달려와
어깨를 붙잡았다.
"야, 야 한여주. 별일 아닐 거야. 너 일단 집에 가서!.."
"..."
"유지민이 한 말 신경 쓰지 마. 절대 아닐 거니까"
".. 나.. 괜찮은데"

".. 뭐야 강태현 너 왜 이렇게 당황을 해? 무슨 일인데"
".. 야 최범규, 너 여주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와"
"야 무슨 일이냐니까? 말을 해줘야 해결을 하든 말든 하지"
"연준이 형. 저흰 가야 할 곳이 있어요"
".. 뭐? 야 어딜 간다고 그래"
범규는 곧바로 여주를 살폈다. 확실히 이상했다. 유지민과 얘기하고 오겠다던 여주가 왜 초점 없이 손을 떨고 있냐고.
집에 가자 여주야. 범규의 목소리를 듣던 여주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범규의 손을 잡았다.
어리둥절한 나머지 멤버와는 달리 연준이 흐음... 거리며 머리를 긁적이다 살짝 하늘을 노려다 봤다.
뒷문을 빠져나가는 여주와 범규를 보던 연준이가 한숨을 내쉬며 태현에게 물었다.

"그 악귀, 여주랑 엮여있지?"
"..."
".. 하아- 태연 씨.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김태연이 여주 생전에 기억 지운 것 같아요. 어쩐지 여주만 죽기 전 기억을 못 하더라. 씨발! 왜 이제 눈치챘지?"
".. 얘들아 지금 여주 생각보다 많이 위험한 것 같아. 빨리 뒤따라가"
.
.
.

"아이고- 빨리도 알았네. 그래서, 여주 씨는 괜찮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기억은 왜 지웠어"
태현이 조금 화난 듯 태연의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방금까지 있었던 얘기를 전해 듣던 태연이 곰곰이 생각을 하다 쩝- 하며 입을 열었다.
"맞아. 내가 여주 씨 생전 기억을 지워버렸어. 기억 지우기 전까지 여주 씨 상태가 어땠는지 알아?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악귀.. 하, 그 새끼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네"
"..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그 악귀, 살았을 때 여주 씨 납치하고 감금, 살인까지 했더라고. 여주 씨가 죽자마자 자기도 따라가겠다며 자살한 케이스였어"
"..."
"그때까지만 해도 여주 씨는 환생할 사람 중 한 명이었어. 워낙 선하게 살아서.. 근데 그 악귀 놈이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여주 씨 찾는다고 이승 헤집고 다니다 악귀가 된 거야.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힘도 갖게 되니까 내 입장에선 골치 아픈 상황인 거지."
"그렇다고 해도 여주가 너무 불쌍하잖ㅇ.."
"연준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주 씨만 보면 미쳐 날뛰는 애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 여주를 미끼로 삼아야죠"
"들었지 강태현? 애초에 여주 씨는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고"
"그래도 기억을 지울 필요는 없었다고 보는데"
"어머 그래요? 연준 씨가 그 당시 여주 상태 보고도 그런 말을 했었을까 궁금하네요"
"... 잘 알겠습니다."
"네 그럼 얼른 내려가서 일 보세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밝고 예쁜 애가 납치에 감금.. 살인까지 당했다니.
적잖이 충격을 받은 연준과 태현이 할 말을 잃었다. 이걸 애들한테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야..
꽤나 복잡한 사연에 곰곰이 생각하는 연준을 보던 태연이 조용히 입을 뗐다.
".. 그래도 여주 씨 잘 이겨낼 거예요"
".. 예?"
"내가 일부러 그쪽들 옆에 붙인 거니까 괜찮을 거라고요"
"저희가 무슨.."
"아 좋은 사람들 옆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요!!"
"..크흠, 어, 고마워요"
태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 아니고 귀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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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보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