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낭만주의? -
연준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후 부터
모든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애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다른 여자아이가 말을 걸면 흠칫 놀라며 귀가 빨게지고는,
내심 그 아이이기를 바라는 속내와 다른 결과에 조금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속한 반, 속한 학교의 대부분의 아이들과 안면이 튼 연준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만큼에게는 그 연준도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말 한번 걸어보려해도 금세 피어난 부끄러움이 입을 틀어막고,
먼저 말을 걸어주면 홍당무처럼 빨갛게 익어 머리가 새하얘졌다.
"..어렵네.."
단 한번도 자신이 원하던 것을 다 달성했던 연준이지만, 아직
어리고 모든 것에 서툰 마음만큼은 진심을 다하기 어려웠다.
달라진 연준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졌다. 아주 적나라하게.
"연주니 형 무슨 일 있어?"
범규가 식판을 들고서 수빈의 옆에 앉았다.
"저 형 짝사랑중이야."
"첫 눈에 반했다잖아요!"
앞에 있던 휴닝카이가 거들었다.
"그 연준이 형이요? 연애에 관심없다고하더니 마음이 바뀌었대요?"
조용히 밥을 먹던 태현이도 관심을 보였다.
"몰라. 되게 운명이라고 느끼나봐."
"이요올, 상대가 누구에요? 궁금해지는데?"
범규가 씨익 웃으며 수빈을 닦달했다. 수빈은 잘 모른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하고서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다,
"에이, 아깝다! "
이마를 탁 치는 범규를 빤히 보던 태현이 픽 웃으며 말했다.
"내가 수빈이 형이었으면 알아도 안알려줬을거에요."
"왜에! "
"밥 먹는데 조용히들 해요..!"
수빈을 둘러싼 세명이 시끌시끌해졌다. 조용한 점심시간을 동생들에게 빼앗긴 수빈이 물을 마시려 정수기로 향했다.
하지만 수빈은 거기에서도 커플을 마주해야만 했다.
수줍은 얼굴로장난을 치며 웃는 두 남녀 사이에서
수빈은 열심히 표정관리를 했다. 안그래도 시끄러운 점심시간에
괜한 트러블을 만들고싶지 않은 탓이었다.
'사이 좋아보이네..'
커플이 눈치채지 못하게 곁눈질로만 힐끗 힐끗 보고있던 수빈이
속으로 조금, 아주 조금 부러운 기색을 냈다.
잠시후.
솔로의 앞에서 하하 호호하던 커플의 앞에서도
프로답게 표정관리를 잘하고 있던 수빈이지만,
수빈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적잖이 당황했다.
두 남녀가 잠깐의 만남 후 헤어지고, 유유히 급식실을 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연준이 밥을 먹다말고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수빈은 목격하고야 말았다.
"..설마."
수빈은 당황스러웠다. 임자가 있는 여자를 연준이 좋아하는 것일까?
그러나 수빈은 곧 고개를 젓고서 연준이 그럴리 없다고 단정지었다.
분명히 모르고 있는 걸거야.
그렇게 수빈은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수빈은 다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알려야하나..?"

○●○
연준은 5교시 후 수빈에게 불려나왔다.
"왜? 뭔일이야?"
답지않게 진지한 수빈이 연준을 옆에 앉혔다.
"형. 내말 잘들어요. 한치의 의심도 없이요. 할 수 있겠어요?"
연준이 고개를 갸웃 했다.
"웅..그래 뭐.."
수빈이 한숨을 푹 쉬었다.
"형 짝사랑 상대 있잖아요. 남자친구 있어요."
몇초간의 정적 사이에서 연준은 제 두 귀를 의심했다.
"..거짓말. 네가 그 애를 어떻게 알아.?"
연준이 짖궃은 미소로 거짓말 하지말라며 수빈을 툭 치자
수빈은 그럴줄 알았다며 급식실에서의 상황을 생생히 말해주었다.
"그때 그 여자분 나가기 전에, 다른 남자랑 있는거 봤어요. 그리고
형이 그 여자분 구멍 뚫릴듯 쳐다보는거도 봤구요.."
수빈이 말 끝을 흐리며 연준을 힐끗 살폈다.
연준은 아무런 표정도 짓고있지 않았다. 그러나 수빈은 그의 감으로
연준이 지금 굉장히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형..말해서 미안해요."
몇분 후 수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읆조렸다.
괜히 형 방해하고 눈치준것 같애서요..
연준은 그런 수빈을 바라보다 웃으며 수빈을 토닥였다.
"너 아니었으면 나 되게 이상한 사람 됐을걸. 이제야 알아서 다행이지. 안그래?"
"..그렇죠."
수빈이 베싯 웃었다. 그제야 일어난 연준이 이제 들어가자- 하고
몸을 돌렸다.
정적 속 뒤따라오는 수빈의 발소리를 들으며 연준은 천천히 가슴이
욱신거리는것을 느꼈다.
"남자친구 있어요."
그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은 펑 하고 터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착잡했다. 몸이 떨려왔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 아무리 자신을 달래도 한번에 몰려온 파도는
그의 이성과 멘탈을 무너뜨렸다.
결국 연준은 수빈을 반까지 데려다 준 후 화장실에 처박혔다.
희미하게 수업종이 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반에서 그 아이를 마주한다면 눈물부터 터져나올듯 했다.
그런 상황은 절대 막아야했다.
[첫사랑이 사라졌다.]
그 사실 하나가 연준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연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작은 불씨로 시작된 마음은 커다란 불이 되고,
흐르는 눈물같은 소나기에 불이 꺼져 재만이 흩날렸다.
공허해졌다. 연준이 고개를 들어 메마른 눈으로 허공을 직시했다.
[더는 사랑 같은거, 믿고싶지 않았다.]

조금 급전개인 감이..없지않아 있지만..
단편이니까요^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