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낭만주의 ? -3
정이란건 쉽게 떼어놓을수 없는것이다.
어째서?
연준은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며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그 애에게 임자가 있는 이상 연준은 마음을 접어야한다.
그게 양심에 맞는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미칠듯이 좋아하고 또 혼자 두근거렸던 시간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나 진짜 많이 좋아했구나."
아니,
좋아하는구나.
연준은 계속해서 머리를 꽁꽁 싸맸다. 쥐어뜯어도 봤다.
이러다가는 머리통에 땜빵이 생길것만 같았다.
착잡함을 섞은 한숨을 내쉬고 연준은 다짐했다.
그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깔끔하게 잊어보자고.
말이야 쉽지.
다음날 학교를 가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고 한 다짐은 어디갔는지.
어느새 그 아이를 먼저 찾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새 버릇이 들었나.
연준은 야속한 제 눈을 꾹꾹 눌렀다.
점심시간에도 연준을 옥죄는 버릇은 계속되었다.
혹여나 곁에 앉을까 주변을 힐끗힐끗 살폈고, 그 애와 밥을 함께
먹는 상상도 했다.
"..나 미친놈된것같은데."
연준이 중얼거렸다.
임자가 있는 사람이라 아무리 되뇌어도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그 아이에게 묶여있었다.
연준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항상 점심시간을 기다리던 연준이었으나, 오늘은 유독 밥이 모래알
같았다.
결국 연준은 밥을 남기고서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연준의 옆으로 익숙한 향이 스쳤다.
언제나 바라던 그 아이의 옆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누군가와 팔짱을 낀 채로.
연준은 다시 가슴이 욱신거리는것을 느꼈다.
울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짝사랑을 포기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포기해야함을 알면서도 여전히 두근거린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탄스러웠다.
여름이 지났다. 짧은 가을을 거쳐 겨울이 왔다.
연준은 그동안 짝사랑을 끝낼 준비를 해왔다.
여전히 내면의 갈등이 계속됐지만,
그러면 안된다는것을 아는 제 몸이 스스로 그 아이에게서 멀어져주었다.
그동안 연준은 한참 눈물을 쏟았고,
한참 두근거렸으며,
한참 자신을 원망했다.
모든것은 여전히 그 아이를 가리키면서.
천천히 멀어진 몸과 거리는 연준이 차츰 그 아이를 잊게끔했다.
그 아이의 생각으로 잠 못이루던 밤은 어느새 핸드폰이 차지했고,
혹여나 하는 기대심에 비웠던 급식실 옆자리는 친구들로 채웠다.
점점 그 아이는 그땐 그랬지 라는 추억속의 하나로 남아가고있었다.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곧 새학년이니 잘 준비하라는 선생님의 종례 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연준도 그 아이들 틈에 끼여 몰려나갔다.
"야..! 비켜봐..!"
연준은 이게 아닌데, 하고 자신을 한탄했다.
사실 그는 겨울방학 전 그 아이에게 가 볼 예정이었다.
자신의 마음이 깔끔하게 떨어져나갔다는걸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망할 사람좋은 친구들은 그런 연준을 데리고 놀러가기 바빴다.
연준은 손이 붙들려 끌려나가며 생각했다.
"..안보는게 나았을거야."
잠깐 흔들렸을지도 모르니까.
끝난 짝사랑은 많은 흉터를 남겼다.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다시 그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은 질색이었다.
그 아이를 잊었다.
또,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것이다.
연준은 다짐했다.
애써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꽁꽁 감추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