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지 않고 깎을 건데요?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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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이게 우리 운명이었던 거야_




















쏴아아 -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옷도 얇게 입었기에 추울 수 밖에 없었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은 시퍼렇게 변해갔고 점점 버티기 힘들어져 갔다.



" 곧 저녁인데... "



지민은 온몸을 웅크려 떨고 있는 세라를 쳐다봤다. 이대로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정신 차려, 절대 잠 들면 안돼. "



지민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세라에게 덮어 주었고, 세라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눠 주었다.



" 너나 입지...? "



세라는 지민의 겉옷을 벗으려고 했다. 안 그래도 아픈 사람이었고, 추워 보이는 게 훤히 보였다.



" 됐어, 덮고 있어. "



지민은 세라가 겉옷을 벗지 못하게 팔로 세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 .... "



세라는 생각에 잠겼다. 비는 그칠 기세가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계속 여기에 머물기엔 위험했다.



솔직히 그냥 이대로 편하게 죽고 싶다. 어두운 이 동굴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고 싶다.



하지만 내가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박지민에 잘 수는 없었다. 뭐, 어차피 난 자지 않을 거지만. 박지민을 옆에 두고 내가 뭘 하겠나 싶다.



질질 짜는 박지민의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죽어버리면 박지민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신의 여동생이 눈앞에서 죽어버린다라...



나랑 똑같은 느낌일까



눈앞에서 죽어가던 강이를 지켜본 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으로 느껴봤다.



어쩌면 박지민은 더욱더 괴로울지도 모른다. 난 박지민의 가족이니까.



" 무슨 생각 해? "



" 모든 게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



" ...세라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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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게 끝나면, 그때는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가자. "



" .... "



아아, 난 또 무슨 표정으로 어떤 대답을 해줘야 되는 걸까.



무슨 말을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왜 그런 표정으로 그 역겨운 여자를 보러 가겠다는 말을 해? 우린 지금 그 여자를 피해 숨어있는 거잖아.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세라는 머리만 복잡해져 올 뿐이었다.



띠링 -



{ 선택지 }



1.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2. 끝이 나긴 할까?


3.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3번



아는 게 없으니 입을 최대한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 같다.





.
.
.
.





" 후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



6명은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비가 오는 바람에 시야는 좁혀졌고 홀딱 젖기는 물론, 스산한 숲속이라 몸의 체온은 떨어져 갔다.



이대로라면 6명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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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가 버린 거야. "



자신들의 상태도 상태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을 2명에 속이 타들어갔다.



" 저쪽에도 없는 거 같은데... " 정국



" 이쪽에도 " 남준



"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 석진



" 야, 저기 "



호석은 손으로 좀 멀리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



" 저기엔 가봤어? " 호석



" 아니...? " 정국



" 나도 안 가봤어. " 석진



" 가보자, 비도 와서 저런 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잖아. "



6명은 벌떡 일어나 동굴로 향했다. 길이 비탈지고 미끄러웠지만 서로를 붙잡고 조심히 다가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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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오늘 안에 여기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



지민은 점점 조급해져 갔다. 자꾸만 거세지는 비바람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 어떻게든 되겠지... "



세라는 핑글 도는 머리를 짚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괜찮아? 움직이지 말고... "



" 쉿 "



세라는 지민의 입을 막고는 자신의 뒤로 보냈다. 당황한 지민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세라를 쳐다봤다.



저벅저벅 -



" ...!! "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갔다.



" 누구인 거야... "



세라는 아랫 입술을 깨물고는 지민과 천천히 뒤로 빠졌다.



지금쯤이라면 걔네들이 우리를 찾고 있겠지. 지금 들리는 발소리가 걔네 아니면 그 여자의 사람들...



전자여야 될 텐데...



저벅, 저벅 -




" ...! "



제발...




" 찾았다. 내 인형들 "



아, 씨발... 후자는 에바잖아.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귓가를 찔러댔다. 지민의 표정은 싸해져 가다 못해 창백해져 갔다.



" 찾는데 꽤나 애를 먹었구나. "



" 당장 꺼져. "



" 아가, 이 엄마에게 무슨 소리니? "



" 우리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 같아;;? "



" 너희들의 집이야.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겠니? "



" 감옥 아니고? 말은 똑바로 하지그래? "



" 더 이상 너의 투정을 들어줄 시간이 없단다? 돌아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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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지 마 "



언제 가지고 왔는지, 지민의 손엔 칼이 쥐어져 있었다.



" 우리 아들이 이런 깜찍한 짓을 할 줄은 몰랐네? "



" 우린 네 자식이 아니야. 착각하지 마;; "



" 하... 내가 그딴 개소리는 하지 말라고 경고를 줬던 거 같은데? "



여자가 손짓을 하자, 남자 둘이 세라와 지민을 향해 다가갔다.



" 다가오지 말라고 난 경고했어;; "



지민은 세라를 자신의 뒤로 보낸 뒤, 칼을 남자들에게 향하도록 쥐어 잡았다.



" 도련님,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칼을 거둬 주십시오... "



" 그럼 너네가 물러서던가. "



" 그건... "



" 뭘 망설여? 당장 잡아. "



여자의 말에 남자들은 멈칫하더니, 곧 내 지민과 세라를 잡으려 들었다.



" 세라야, 뒤로 빠ㅈ... "



" 혼자서 뭘 하겠다고? "



세라는 지민이 가져온 가방에서 남은 칼을 꺼내왔다. 지민은 놀라 위험하다며 칼을 뺏으려 들었지만, 세라는 뺏기지 않으려 들었다.



그 동시 남자들이 달려들었고, 둘은 칼을 휘둘러야 했다. 세라는 실제로 사람에게 칼을 휘둘러 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익숙하다 듯 움직였다.



왜...



지민도 수준급으로 칼을 휘두르며 남자를 맞섰다.



" 하... 이럴 때만큼은 도움이 안되네. 내가 이러라고 검술을 배우게 만든 게 아닐 텐데. "



허...?



세라는 어이가 없었다. 로맨스 시뮬레이션 게임인 줄 알았던 이 게임의 세계관은 로맨스가 들어간 게 맞는 건가 싶다. 액션이 더 어울리는데 말이지.



" 한 눈 팔지 마십시오. "



" 그런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잡히겠니? "



세라는 발로 걷어찼다.



" 으윽... "



아주 천천히지만 퍼즐이 맞춰져 갔다.



세라는 저 여자가 먹인 약 때문에 몸이 약해졌을 뿐, 절대 운동을 못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했으면 잘했을 거다. 검술을 배웠다는 거부터가 답이 나왔다.



" 애새끼 2명을 못 잡고 뭐 하는 거야;;!? "



여자는 시간이 없자며 닦달했다.



" 비키지? "



세라는 순식간에 칼을 남자의 목으로 가져다 댔다. 남자 1명은 세라로 인해 멈출 수 밖에 없었고, 다른 1명은 지민과 사투 중이었다.



그러자 여자가 움직였다.



" 얘네는 죽지만 않으면 돼, 고장이 나면 고치면 되는 거니까. "



여자는 지민이 사투를 벌이는 도중을 틈타 지민에게 달려들었고, 세라는 여자를 붙잡으려는 동시 남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 박지민!!!! "



푹 -



" ...?! "



지민의 허벅지에 칼이 박혔다. 지민은 곧장 주저 앉았고, 세라는 팔을 뒤로해 남자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 달려가 여자를 거세게 밀어내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칼을 들고 노려 보니 남자는 난감하다 듯 쳐다봤다.



" 박지민... "



" 난 괜찮, 아... "



누가 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세라는 이를 악 문채로 칼을 들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무서움 따위를 버린 지 오래였다.



죽어도 여한이 없는 지금, 난 그 무엇도 무서울 게 없다.



세라의 독기 가득한 눈빛은 남자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 아, 아가씨...! "



" 얌전히 짜져 있어. "



세라가 칼을 찌르려 드는 순간



" 거기까지 "



여자는 세라의 목을 향해 칼을 가져다 댔다.



멈칫



" 하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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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야... "



지민은 안간힘을 다해 움직였다. 하지만...



" 네 동생 피나는 꼴 보기 싫으면 얌전히 있으렴? "



아무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이럴 운명이었던 거다. 처참히 망가질 인형이 맞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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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쁘기도 하고 글태기로 인해... 늦게 와버렸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오지는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험 기간이 또 이렇게 찾아와 버렸네요🥺



죄송합니다ㅠㅠ





손팅 부탁드려요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