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
아군이 아닌 적군_
세라와 지민은 서로 눈을 쳐다봤다. 별일 없어야 된다고, 마음 단단히 먹자고 다짐하는 눈빛으로
" 인사들 나누시지요. "
" 반가워요. 박세라라고 해요. "
" 전 박지민이고요. "
우리는 지금, 쟤네가 누군지 다 알면서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척 연기를 해야 한다.

" 왜 그렇게 인사해...? "
태형은 불안하다는 표정을 짓고선 물었다.
" 네? 초면에 무슨... "
세라의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불쾌함을 가진 표정에 6명은 놀랐다.
" 뭐야, 너네 왜 그래. 왜 모르는 척 하는 건데...!? " 정국
" 그 여자가 시켜서 그런 거지? " 석진
" 동갑인 건 알고 있는데, 그렇게 먼저 말을 놓겠다면 우리도 말을 놓아도 되겠지? " 지민
" 딱히 나눌 대화도 없는 거 같은데... 가도 되지? "
세라는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피하려 했다.
덥썩 -
윤기는 지민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 박지민, 되지도 않는 연기는 하지 말지? "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지민에게,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소중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연기를 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저들이 세라와 지민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가 없다.
" 무슨... 소리인지... "
" 너 한 번도 우리 눈을 안 쳐다보고 있는 건 아냐? " 호석
" 착각이, 심하네. "
지민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오랜만에 보는 그들의 얼굴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연락 한 번 없이 잠수를 타버린 자신을 미워할 줄 알았다. 아니 그게 맞는 거다. 난 배신을 한 게 맞는 거니까.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굳어있지도, 미움이 가득한 표정도 아니었다.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는 그들은 그대로였다.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그들은 온전히 나를 쳐다봐 주고 있었다.
" 어째서... "
지민의 눈동자가 일렁이고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이걸 눈치 챈 세라는 지민을 자신을 뒤로 보냈다.
탁 - !
세라는 윤기의 손을 거세게 쳐냈다.
" 누구의 몸에 손을 대? "
" 박세라... "
" 어디서 친한 척이야. "
" 뭐...? " 남준
" 눈치가 없는 건지... 자존심이 없는 건지;; "

" 너 왜 그래. 그 여자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집어치워. "
" 풉, 너네 진짜 웃긴다. "
" 그래... 이 거지 같은 연기는 집어치우자. 그런데... 내가 한동안 너네 장단에 맞춰 줬다고 내가 마음을 다시 돌린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
" 뭐...? "
" 난 너네를 이용한 거야. 단지 살기 위해서 말이야. 너네 말고는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그런 거긴 한데ㅋㅎ... "
" 설마... 내가 너네를 용서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 ...! "
" 큭, ㅋㅋㅋㅋㅋ 웃긴다 너네. "
" 지들 멋대로 착각하고서는 내가 너네 편일 거라고, 너네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니? "
세라는 최대한 가소롭다듯이 비웃어 보였다. 마치 악마의 소굴로 다시 걸어 들어간 예전의 세라의 모습으로
" 너... " 호석
세라는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에 움찔한 6명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적군끼리 대화를 나눠봐야 무슨 대화를 나누겠어. 담소 따위는 아군끼리 나누지 그래? "
세라는 연회장을 빠져 나왔다. 지민은 멈칫하더니 세라의 뒤를 따라갔다.
.
.
.
.
" 잠깐 "
지민은 복도를 가로 질러가는 세라를 붙잡았다.
" ...;; "
세라의 표정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긴 할 거다. 지민이 개인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다 티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꼭 그렇게까지 말했어야 했어? "
" 여지를 주지 말라고 했잖아.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어!!? "
" 쟤네가 나한테 어떤 존재지 알잖아. "
" 그래서? 그게 네 목숨보다 중요하니? "

" 너 다음으로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야. 어쩌면 나에게 가족 같은 존재지. "
" 나약해. 넌 너무 나약해. "
" ...그럴지도. "
"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야. "
" 아무리 그래도 네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해...;; "
" 나니까 하는 말이야. "
" 넌 정말... 피도 눈물도 없구나. "
" 이 더러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에선 피, 눈물 따위는 방해꾼일 뿐이야. "
" 걔네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 따위가 아니란 말야... 절대... "
지민은 꽤나 상처를 받은 거 같았다. 하, 정말 이 어린애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 우리에게 꽤 오랫동안 머문 인연이긴 하지. 하지만 그 인연이 운명이 될지는 기다려 보면 알겠지. "
세라는 다시 발걸음을 움직였다.

" ...그래, 그렇겠지? "
지민은 버티기로 했다. 이 지옥 같은 바닥에서 벗어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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