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지 않고 깎을 건데요?

32편

photo

복수

복수야, 단지 좀 잔인한_





















띠리링 -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3일 동안 이 저택에 잡혀 있다. 박지민이랑은 짧게 안부를 전하며 지냈다. 박지민은 내게 최대한 늦게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나만 계속 이 집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 슬슬 돌아갈까 하던 참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런데,



띠링 -



{ 선택지 }



1. 전화를 받는다.


2. 전화를 받지 않는다.



세라는 의아해했다. 모르는 전화를 받는 거에는 선택지가 뜬 적이 없었는데?



[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갑자기 뜬 문구에 세라는 더욱더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게 엉망인 지금, 무얼 바꿀 수 있다는 걸까.



" ··· 여보세요. "



긴장을 한 채로 전화를 받았다.



" ...세라니? "



쿵, 쿵, 쿵 -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이상하게 긴장되었다.



" 아빠야. "



" ...!!!! "



목이 턱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될지 머리가 새하얘졌다.



" ···아빠? "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되었구나."



무슨 말을 꺼내야 되지? 기억이 없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고...! 애초에 나는 아빠라는 존재가 있었던 적이 없는데...



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그래서 난 부모님 밑에서가 아닌 친 할머니의 밑에서 자라났다.



가족과의 추억 조차 없는 주희에겐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할 뿐이다. 세라의 기억조차 없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



"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연락을 해. "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 세라야... "



" 우리를 두고 가버렸으면서... 뻔뻔하게...!! "



" 난 너네를 버린 적이 없어. 아빠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알잖니. "



" 그런 사람이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 "



" 나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구나... "



" 진짜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 "



빠르게 세라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친엄마가 돌아가신지 5년 뒤, 아빠는 반강제적인 재혼을 하게 되었다. 아직 어렸던 지민이와 세라에게는 큰 충격일 수 밖에 없었고,



아빠 앞에서는 친엄마인 척 행동하는 새엄마에 어이가 없었다. 사치란 사치는 다 부리며 해외 출장을 길게 다녀와야 했던 아빠에 새엄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다.



그 여자는 친엄마가 아니었어...



" 미안하구나. "



" ...용건이 뭐예요. "



" 오늘 출국을 한단다. "



세라는 떠올렸다. 그때 그 남자가 한 말이 진짜였던 것이었다.



" 지민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계속 안 받길래··· "



" 네...? "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지금 내가 이곳에서 맘 편히 쉬고 있을 게 아닌 것 같았다.



" 좀 있다가 연락드릴게요...! "



세라는 전화를 급하게 끊었고, 겉옷을 챙겨 빠르게 방을 나섰다.



photo
" 박세라 너 어디 가? "



" 집 가야 돼. "



" 아직 안 된다니··· "



" 이거 놔. "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윤기의 손을 뿌리쳤다. 짧은 침묵, 세라는 아랫 입술을 깨물고는 밖으로 나섰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윤기를 뒤로 하고선.



" 무슨 일이야. 세라 어디 가는데? "



남준의 물음에 윤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
.
.





삐 소리 이후 음성 ···



" 씨발, 왜 연락을 안 받는 거야!? "



불안함은 커져만 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고, 잘근잘근 씹으며 뜯어져가는 손톱.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기사님에게 빨리 가 달라고만 했다.



" 도착했습니다. "



" 여기요! "



지갑에 있던 현금 뭉치를 기사님의 손에 쥐여주고 급하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리만큼 쎄 - 함이 느껴졌다. 경호원은 1명도 보이지 않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까지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박지민? "



조용했다.



" ...아무도 없어요? "



이상했다. 집을 절대 비우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집사는 물론 가정부조차 저택 안에 있지 않았다.



왜 불안한 거야...



쨍그랑 - 



지하에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지하로 향하는 문은 열려 있었다. 세라는 장식되어 있는 권총을 집어 들고 조용히 지하로 향했다.



또각... 또각...



" 아, 아··· "



박지민?



박지민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photo
" 그러게 내가 죽여버린다고 했잖아. "



" 큭... 윽... "



" 박지민...? "



photo
" 아... "



상처와 피로 범벅이었다. 바닥은 축축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바닥에 떨궈져 있는 칼자루,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새엄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 세라야··· "



주춤



" ..... "



세라가 뒷걸음쳤다. 지민은 엉망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들어갔다. 



" 박지민... 너, "



" 더러워... "



지민은 갑자기 급하게 뛰어갔다. 무언가에 쫓기듯.



세라는 새엄마에게 다가갔다. 새엄마는 다급하게 세라의 발목을 잡으며 말했다.



" 아가... 나 좀, 살려, 줘··· "



" ..... "



세라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바닥을 기며 살려 달라는 새엄마를 내려나 봤다.



" 엄마를, 이대로 둘 건... 아니지? 쿨럭, "



피식 -



" 미친년ㅋ 아직도 내가 네 딸로 보이나 보지? "



세라는 칼자루를 집어 들었다.



" 사람을 죽인다는 건 참 쉽고도 어려워. 그런데, 당신을 죽이는 건 죄책감 조차 안 들 거 같아. "



" ...안녕. "



푹 - !



세라는 칼을 단숨에 새엄마의 심장 부근에 쑤셨다. 그리곤 칼을 옆으로 비틀었고, 새엄마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 채 죽었다.




photo
" 더러워. "



기회라고 생각했다. 저 여자에게서 벗어날 기회. 나를 잘도 자신의 딸이라고 부르는 게 역겨웠다. 지가 뭔데? 나를 그렇게 괴롭혀 놓고?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입에 담아? 좆같아서 토가 다 나올 것 같았다.



" ..... "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다. 후련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찝찝하기만 하다. 사람을 죽여서 그런가...



ㅋㅎ... 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아니지 않냐고? 너네도 똑같이 당해 봐.



누구 하나 안 죽이고 베기는지






.
.
.
.






" 박지민은 어딨는 거야... "



얼굴에 튄 피를 옷 소매로 닦으며 지민을 찾았다. 바닥에 피 자국들이 보였고 세라는 그 자국들을 따라갔다.



끼이익 -



" 박지...민? "



화장실 문을 열자 박지민이 보였다.




photo
" 아냐, 아니야... "



미친 사람처럼 세숫대야 앞에서 피를 박박 씻겨내고 있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 때문에 흐르는 피를 그 여자의 피라고 생각 하는지 손톱으로 더 긁으며 씻겨내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처가 더 심해져 피는 더 많이 흐를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새엄마를 칼로 찔렀다는 게 충격이 컸던 거 같다.



" 박지민. "



" 저리 가!! 더러우니까 나한테 오지 마, 세라야... "



" ...오빠. "



" ..... "



" 우리는 복수를 했을 뿐이야. 그 여자의 숨통은 내가 끊어 놨어. 오빠가 아니라 내가 죽인 거니까 이상한 생각 같은 건 하지 마. "




photo
"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어... "



" 그렇지 않아. "



세라는 지민을 안았다. 서럽게 우는 지민의 등을 토닥여 주면서.



세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지금의 생각이 주희의 것일까 세라의 것일까.



그 여자를 죽여버린 건?












____



슬슬 완결을 해야 될 터인데...🤔



손팅 부탁드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