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말고 남자로서

10. 고의적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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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말고 남자로서
10. 고의적 괴롭힘

Produced by. PD























“김비서님.. 그만 두실 거 같지..?”

“아무래도요.. 안 때려치워도 바보다..”


부속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니까 두 사람이 싸우고 일주일 째 석은 아무렇지 않은 트집을 잡아 여주를 ‘고의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거다.










“김비서 제가 부탁한 복사본은 언제쯤 되는건가요. 그냥 문서를 찾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거 복사하는 건데 이렇게 오래 걸릴 일입니까?”

“죄송합니다. 잉크가 다 떨어져서 금방 드리겠습니다. 10분이면 됩ㄴ..”

“잉크가 떨어진 걸 알았으면 빨리 바꿔 놓으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프린터기를 그제도 어제도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써 놓고 그거 하나 확인 안 합니까?”

“죄송하지만 상무님, 이건 제 잘못입니다. 제가 확인을 조금 더 했어야하는 부분입니다. 오늘 갑자기 쓰시다보니 김비서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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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는 부속실 직원 아닙니까?”

“…”

“최부장님 아니에요. 제가 빨리 확인 하는건데. 상무님 죄송합니다. 제가 빨리 잉크 넣어두겠습니다. 프린트는 복사기 돌아가는 동안 다른 부서 가서라도 빨리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석이 한숨을 푹 쉬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부속실 직원들이 우르르 김비서에게 향해 어깨를 토닥여준다.


“진짜 상무님 왜 저러신대요? 서류는 복사본 하나씩 가지고 계신 분이 왜 이걸 시켜가지고.. 으이구..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혹시 박대리님 잉크 좀 새로 갈아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옆 부서 다녀와야할 거 같아서..”

“왜 하필 복사기가 말썽이여서..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오늘이 마무리 회의 맞죠?”

“드디어 마무리..”

일주일 내내 골머리를 썩히던 표절 문제가 마무리 되는 회의였다. 총 2개의 회의. 석이 들어가는 마케팅과 최부장이 들어가는 법무팀 회의.

“윤아씨가 마케팅 회의 들어가시고 저랑 최부장님이 법무팀 회의 들어가는 걸로 하죠. 이거만 하면 끝이니까 화이팅 합시다!”


다들 열의를 다지고서 회의 준비를 하고 두 회의 시작 1시간 전.


“김비서 오늘 회의 일정 말해주세요.”

“오늘 회의는 신제품 관련 마케팅 회의와 표절 관련 회의 두 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법무팀 회의가 더 급하다보니 제가 들어가고 윤아씨가 상무님과 마케팅 회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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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비서는 김여주 비서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지만,”

“정윤아 비서는 법무팀 회의에 들어가면 잘 못 따라갑니까? 그렇다면 선배인 김비서의 책임도 있겠네요. 입사 1년 6개월 간 중요 회의는 들어간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주 비서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고 신경쓰시는 회의에 들어가는 것 뿐입니다.”

“주 비서니까 상무인 저를 보좌하여 같은 회의에 들어가야하는 게 맞는거 아닌가요.”

“…”

“지금 이게 뭡니까? 제가 들어가는 회의를 몰랐던 겁니까. 아니면 김비서님이 저와 회의를 들어가기 싫으십니까.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한 두번 일 합니까? 왜 이런 초짜같은 실수를 합니까.”

“죄송합니다.”

“정비서가 법무팀 회의 들어가는 걸로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석의 눈치를 보랴 회의 내용에 집중하랴 온 몸에 진이 빠지는 여주는 터덜터덜 걸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4시 쯤 들려오는 호출기 소리.



똑똑-

“들어가겠습니다.”


발을 한 발자국 떼어 들어가 필요한 것이 있으시냐 물으니.


“김비서. 인사팀에서 올렸던 서류 좀 주세요.”

“저번 달에 올렸던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이미 처리 된 서류인데 필요하세요?”

“누락 된 사람이 있어서요.”

“제가 인사팀에 말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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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제가 할테니까 가져다주세요.”

“..네.”


말이 안되는 부탁인 것을 안다. 저번 달에 처리 된 서류면 벌써 정보실에 들어가 있을 터. 이를 찾으려면 최소 30분은 걸린다. 더구나 인사팀의 일을 굳이 굳이 하는 것이니..


“하아..”

“김비서님 어디가세요?”

“정보실이요..”

“무슨 정보실? 서류 놓친 거 있어요?”

“한 달 전 서류를 달라잖아요..”

“둘이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진짜  왜 저래!!”

“원래 상무님 심기 불편하면 저러시잖아요.. 이 말 밖에 못하지 뭐.. 김비서님 화이팅..”

















“어디 있는거야.. 인사팀은 여기 뒀다고 했는데..”

처리 된 자료 하나를 위해 찾은 인사팀에서 팀장님이 분명 말해주셨다.

“김비서님! 정보실 K-5 칸 아래서 3번째 박스에 들어있어요. 힘드시겠다.. 사탕이라도 드실래요?”

손에 꼭 쥐어 준 달콤한 포도맛 사탕을 볼 안으로 이리 저리 굴리며 상자를 열어 찾아봤지만 서류는 보이지 않았다.

‘또 깨지겠네… 그냥 그만둘걸.. 이제 연애해서 마음대로 그만 둘 수도 없고 그냥 연애고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워?!’

“하아..”

속으로는 욕을 해대고 입으로는 한숨을 푹 쉬며 상무실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이번에는 무슨 욕을 먹으려나..


















“김비서님 서류 찾으셨어요?”

“아뇨 대리님.. 저 이제 무슨 말을 들으려나 싶네요..”

“저.. 김비서님..”

“윤아씨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아뇨.. 상무님께서.. 탕비실로 오라고 하세요..”

“하아..”


속으로 온갖 욕을 곱씹으며 탕비실로 향하는 여주. 아무리 남자친구지만 아무리 상사라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짜증난다.














“상무님. 서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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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는 만들어서 옵니까?”


석의 손에 찾던 서류가 있었다. 그래놓고 저렇게 말한다고? 그 사실에 여주는 꾹꾹 참던 화가 올라왔다. 

“서류는. 갖고 계셨네요.”

“보통 복사본을 하나씩 갖고 다니니까요. 아시지 않습니까?”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뒤를 돌아 나가려는 여주를 지나쳐 탕비실 문을 잠구는 석. 그에 여주는 놀라고 짜증도 난다.

달칵-


“이게 뭐하는..!!”

“미안해. 미안해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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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위해서 한 말이였을텐데 못되게 굴었어. 너는 다 이해해줄 수 있을거라고 착각했어. 초짜같다는 둥.. 일 못한다는 둥..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어. 사무실에서는 밖이 다 보여서 할 수 없고, 밥 먹자고 해도 나랑 안 먹고. 먹자고 해도 이상한거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말 할 틈을 만들어야했어. 그래서.. 나한테 사과할 기회라도 줄래?”







한편 지금 상황에서 미치겠는 건 부속실 사람들..


“지금.. 문 잠긴거죠..?”

“미치겠다. 김상무 왜 저래요? 김비서님이 뭘 잘못했다고!”

“김비서님 어떡해..”




다시 탕비실 안.



“바보같아.”

“너 괴롭히려고 한 거 아니였어. 이렇게 하면 어떻게든 찾아와서 화라도 내주지 않을까 싶었고..”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해.”

“미안해.. 잘못했어..”

“걱정돼서 하는 말이였어. 예민하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 할 일은 아니였잖아.”

“응..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나만 괴롭히는 게 어디있어..”


순간 울컥해서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고이는 여주. 결국 ‘괴롭히는’ 이라는 대목에서 눈물이 펑 하고 터졌다.


“아무,리끅,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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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응? 울지말고.. 머리 아프겠다.. 일찍 퇴근할래? 오늘 반차내고 집에 가자. 응?”

방울방울 울면서 소매로 눈을 닦자 상처난다며 손을 붙잡고 내려 안아버리는 석. 어지간히 미안하고 떨렸는지 심장이 엄청 크고 빠르게 뛴다.


“진짜,끅,못됐어.”

“미안해.. 울지마..”


여주가 조금 더 서럽게 우니 더 크게 당황하는 석. 이렇게까지 울 거라는 생각은 못 했으니.
꼭 안아서 토닥여주니 곧 울음이 그쳤다. 그제서야 몰려오는 부끄러움..

“고개 들어봐. 응? 얼굴 보고싶어.”

“(웅얼웅얼)”

“응?”

“부끄러워..”

“괜찮아. 고개 들어줘. 응?”


여주가 살며시 석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들자 보이는 촉촉하게 젖은 속눈썹과 방울방울한 눈망울 볼에 올라온 예쁜 꽃까지. 애인의 모습이 씹어먹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뻐 보이는 석.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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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도 돼?”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거야?”


불 같은 다툼 후에 키스는 달콤했다. 탕비실 안 커피 냄새와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한 포도맛 그리고 조금의 스릴감. 삼박자가 완벽했다.


“포도맛 나.”

“사탕 먹어서 그래… 부끄러우니까 말 하지 마..”



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포도맛 키스처럼 달콤해졌다.









기말고사까지
D-6

시험 끝나면 폭업 하겠습니다..
대신 오늘 분량을 엄청 넣어봤어요

손팅은 매너입니다
구독자분들이 300명이 다 되어가는데
설마 눈팅만 하는 사람이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