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3화 _ 나쁜 놈

"저기, 전학 온 3학년 선배 봤어?"
그는 정말 잘생겼어. 완전 네 이상형 같아."

"...내가 그를 봤는데,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더라."

"이게 무슨 일이야? 다들 그를 보려고 난리야. 덕분에 3~6학년 여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어. 저렇게 잘생긴 남자는 정말 오랜만이야. 내일이면 다들 그에게 고백하려고 줄 설 걸?"

그 잘생긴 얼굴을 여자애들이 못 봤을 리가 없잖아. 3학년들뿐만 아니라 김태형에 대한 소문이 우리 학년 전체에 퍼졌고, 쉬는 시간마다 2학년 여자애들이 그를 보려고 위층으로 달려갔거든.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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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나야?"

"너는 내 유일한 친구야."

"저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세상에! 김여주 씨, 태형 선배님이랑 친하세요? 진짜요?"
와! 선배님, 저희랑 같이 점심 드시겠어요?

김태형 선수가 직접 2층까지 내려와서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초대한 건 정말 화젯거리였어요.

"야, 우리 수업에 오지 마."

"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할 거예요.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래서 뭐? 여자애들이 나를 귀찮게 안 하면 좋겠는데."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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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시끄럽게 굴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게 너무 싫어요. 한두 명이 아니라 정말 짜증 나거든요. 소문이 나면 안 그럴 테고, 저한테는 좋은 일이죠."

"저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요."

"왜? 내가 짜장면 사줄게."

"짜장면 때문에 뭐든지 동의하는 내가 어린애인가?"

"이상하네. 예전에는 짜장면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졌는데."

"...그건 몇 년 전 얘기야. 그리고 그 여자애들이 짜증난다면 나도 짜증날 거야. 난 말이 많거든. 그냥 수다 떠는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많이 말해서 청력이 손상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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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정말요?"

사실 난 네가 말하는 게 좋아. 널 위해서라면 청력을 잃어도 괜찮아."

"과장하지 마... 왜 이걸 보고 웃는 거야?"

"어쨌든, 내일 누가 우리 사귀냐고 물어보면 부인하지 마. 그냥 고개만 살짝 저어."

"그럼 짜장면 사다 줘. 그리고 탕수육도 사다 줘."

"흥, 너 좀 봐. 그래도 짜장면은 괜찮잖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아. 김태형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할 거야. 그는 나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고 자신만만하지만, 절대 모를 두 가지가 있어. 그중 하나는 바로 이거야. 내가 짜장면을 좋아해서 동의하는 게 아니라, 그를 좋아해서 동의하는 거라는 사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짜장면 따위는 신경도 안 썼을 거야. 하지만 김태형이니까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번엔 절대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어.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

"여주야, 너 김태형 선배랑 사귀는 거야? 진짜로?"

"

당장이라도 부인하고 싶었다. 소문이 퍼지면 얼마나 큰 소동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초등학교 때도 비슷했다. 고학년, 고학년, 친구들까지 모두 뒤엉켜 난리였다. 어린애들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고등학생들은 어떨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당장이라도 소리 지르며 사실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김태형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꾹 참았다.

삑 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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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문자 보내는 거야?"

"...김태형."

"그가 뭐라고 하는 거야?"

"그가 나에게 같이 영화를 보자고 했어요."

"???????"

"뭐? 왜?"

"그 사람 안 좋아해?"

"무슨 소리야? 걔는 자만심이 가득하고, 아무도 안 좋아해."

"그럼 왜 태형이가 너한테 영화 보자고 했겠어? 태형이는 친구도 많고, 다른 여자애들도 태형이랑 같이 보려고 줄 서 있을 텐데."

"그는 아마 내가 옆에 있으면 편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남자들은 관심 없는 여자에게 돈이나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그제야 깨달았다. 김태형은 항상 나에게 돈과 시간을 쏟았다. 너무 당연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 연인 관계로 생각해 보니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 혹시 그가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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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셨나요?"

"우리 지금 무슨 영화 보고 있어?"

"아, 이건 후배가 준 공짜 티켓인데 오늘 만료되거든. 그래서 낭비하고 싶지 않아."

"...오, 무료 티켓이네."

"응, 근데 요즘 볼 만한 영화가 없네. 보고 싶은 영화 있어?"

"뭐든지 괜찮아요. 아무거나 다 좋아요."

"참, 네가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배우가 영화 개봉했어. 보러 갈래?"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배우가 있었다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정말 많았는데."

"김석진 씨 맞죠?"

"아, 맞다. 나 그때 김석진 진짜 좋아했었지. 어떻게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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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에게 얼마나 푹 빠져 있었는지 기억해. 너와 함께 보낸 모든 순간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무 유치하잖아."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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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미워하지 마."

"뭐라고? 갑자기 뜬금없이..."

"제발 저를 좋아해 주세요."

"...뭐라고? 농담하는 거야? 내가 왜 널 미워하겠어?"

"날 미워하지 않는 거지?"

"당연하지! 내가 널 싫어했다면 왜 너랑 영화를 봤겠어?"

"그럼 왜 항상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나를 밀어냈어?"

"

순간, "널 좋아해서 그래"라고 말할 뻔했어. 그의 행동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고, 답답함에 휩싸여 결국 그런 말을 내뱉었지. 그를 미워해서가 아니었어. 그저 너무 좋아해서였어. 그의 아름다운 눈빛과 목소리에 모든 걸 쏟아낼 뻔했거든.

"그냥 농담이었어. 널 미워한 적 없어. 초등학교 때도 내가 똑같은 말을 했던 거 기억 안 나?"

"네가 내가 다치는 걸 막으려고 그렇게 말한 줄 알았어..."

"어쨌든,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진심이야. 이 정도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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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됐어. 영화 보러 가자."


그의 확신에 왜 그렇게 환하게 웃었는지 모르겠어. 그는 이미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잖아.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하는 걸까? 난 정말… 김태형을 이해할 수가 없어.

"와, 김석진 얼굴 진짜 멋지다."

"내 건 어때?"

"완전히 무시당했어요."

"쳇, 하하하, 내가 너보고 잘생겼다고 하는 말은 절대 안 할 거야. 예쁘다고는 몇 번이고 말해줬잖아."

"글쎄요, 전 잘생기지 않았어요."

"알아, 꼬마야."

삐- 삐-

"윤기 형이에요. 전화 받아야 해요."

"좋아요."

"여보세요? 형!"

"어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어요. 방금 일어났는데 왜 전화했어요?"

"아, 영화표 한 장 공짜로 얻었어. 너랑 같이 보자고 할까 생각 중이었어. 네가 그 영화 보고 싶어 했던 게 생각났거든."

"하하, 기억나? 재밌는 사람이었지. 그래서 영화 봤어? 설마 혼자 본 건 아니겠지?"

"아니, 여주랑 같이 봤어. 혼자 가는 건 싫었거든."

"데이트 신청 같네. 안 받길 잘했네."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하. 어쨌든, 이제 끊을게요, 형."

"알았어, 잘 지내. 나중에 전화해."

바로 옆에 있던 김태형은 당연히 우리 대화를 전부 들었다. 그는 나에게 묻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먼저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나에게 먼저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좀 웃겼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김태형이 나를 여자로 봐주고, 나에게 감정을 가져주길 바랐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마음이 없는 척했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 계속 그러고 있었다.

"윤기 오빠한테 먼저 물어봤잖아."

"응, 지난번에 엑스맨: 어벤져스를 보고 싶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기억해 뒀어."

김태형은 기억력이 정말 좋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는 남들을 매료시키는 재주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늘 사려 깊었죠. 그래서 오늘 그가 한 행동, 제가 하루 종일 곱씹었던 그 행동은 그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일이었던 거예요. 그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겠죠. 5년 만에 그를 보니 그의 예전 모습이 어떤지 잊고 있었어요. 너무 지쳐 있었는데도 왜 그를 포기할 수 없었는지도 잊고 있었죠. 오늘, 그 모든 걸 깨달았어요.

"넌 마치 마약 같아."

"갑자기? 칭찬인가?"

"나쁜 일이지만, 전 그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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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당신이 저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믿을게요. 하지만 이상하게 굴거나 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어색하잖아요."

"진짜예요."

나는 또다시 그 위험한 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