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새끼
W. 라면
#18
“…”
김현수와 사귀지 않겠다는 말을 잠깐 믿으며 기대한 내가 참으로도 바보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화한 것만 보면 김태형이 조금 덜 받아줄 뿐이지, 썸의 마지막 단계였다. 곧 사귄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나쁜 새끼…”
어째서 나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은걸까. 상대는 김태형인데 말이다. 참, 나도 X신이다.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며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아야할 사이인것도, 너에게 내가 가장 소중한 친구이면서도 정말 필요한 순간엔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것도 모두 다, 짜증나 미칠 것 같았다. 나의 길고 길던 짝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이제 진짜 너 안 좋아할거야.”
그 누구도 들을리 없는 고요한 방 안에서 이야기하며 몇 주를 고민해 힘들게 산 향수를 집어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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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김여주.”
“으음…”
“야, 일어나. 나 왔어.”
“…아 나 언제 잠들었지.”

“몇 번을 불러도 모르던데. 너 엄청 피곤했나보다.”
“응… 너 수능은 잘 봤어?”
“생각보다 쉽던데…? 답이 잘 보였어.”
“하… 너한테 쉬운거면 완전 물수능이었나본데.”
“그런가. 상관 없어, 난 후회 없이 쳤어.”
“…그래. 뭐 그러시겠지.”

“너 나한테 짜증난 거 있지.”
“그런 거 없는데.”
“있는데. 내가 널 왜 몰라.”
“진짜 없어…”

“그래? 그럼 나가자.”
“어딜 나가.”
“벌써 잊었어? 나 수능 끝나고 우리 놀기로 했잖아.”
“……”
해맑게 웃으며 책상에서 잠든 나를 일으키는 김태형에 내심 좋으면서도, 아까 김현수와의 카톡 내용이 생각하며 다시 내 감정이라는 것에 현타가 왔다.
“김현수 선배는.”

“? 김현수가 왜 나와?”
“수능 끝나고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거 아니였어?”
“……”
“…아까 청소하다가 카톡 PC 화면 봤어. 고의는 아니고.”
“거절했지.”
“…? 왜?”

“왜긴 왜야. 나 너랑 놀기로 했잖아.”
엄연히 따지고 보면 나와의 선약을 잡았으니 친구 사이로라도 김현수 선배의 약속은 거절하는 게 맞는건데, 나는 또 그게 뭐가 그리 좋은지. 불과 몇 시간전까지만 해도 너를 좋아하지 않겠다는 많은 다짐들과 의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또 나는 바보가 되었다. 영원히 안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포기 못하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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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살 날도 얼마 안남았네.”
“…그러네.”
“아쉽다. 너랑 같이 사는 거 재밌었는데.”
“참 나… 나는 지겨웠어.”
“생각해봤는데…”
"?"

“나 초딩때, 너 좋아했던 것 같아.”
“……?”
“그래서 네가 나 싫다고 했을 때… 진짜 충격먹고 상처 받았던 것 같고. 그때의 김태형은 너를 좋아하는지조차도 몰랐지만.”
“영광이네. 인기남 김태형이 날 좋아한 적이 있었다니.”
“넌 나 초딩때 좋아한 적 없냐? 진짜 단 한 번도?ㅋㅋㅋ”
장난처럼 웃고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하필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김태형 너라서.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이토록 긴 짝사랑의 시초가 다 그때였으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널 좋아하게 된 것도, 그때의 나 때문이었으니까.
“…….”
“아 말해봐ㅋㅋㅋ 어차피 애기 때잖아.”
너의 말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걸 아는 나였기에,
나는 그 질문에 끝까지 대답할 수 없었다.
ㅡ
결말 어떻게 될까요
제일 예상 잘하신 분께는 막화에 선물 하나 드릴게요❤️
➕➕너무 오랜만이죠!!ㅠㅠ
한 3주만이네요… 면목이 없습니다🥺🥺
완결까지 얼마 안남았으니!
최대한 빠릿빠릿 들고 올게요
기다려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