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8)해피엔딩
그로부터 1년 뒤, 공항이었다. 해주가 돌아온 지는 3개월 남짓. 사실 해주는 자신이 돌아올 무렵 정국이 자신을 마중 나올 줄 알았지만, 정국이 맡았던 사건의 해결이 늦어지고 잔당들까지 모두 처리하게 되면서, 오히려 정국이 남아있게 되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지난 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드디어 정국의 잠복근무가 마무리되면서 해주보다 늦게 입국하게 되었다.
"해주야!"
입국장으로 들어서던 정국은 해주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른 새벽 맑은 햇빛을 받으며 밝게 빛나는 얼굴로 정국이 걸어오고 있었다. 굵직한 일들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정국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정국아..!"
입국장 한 쪽에 누군가와 서 있던 해주도 손을 흔들며 정국을 향해 걸어왔다. 해주는 반가움에 종종걸음으로 해주는 두 팔 벌려 달려갔다.
"보고 싶었어. 정국아.."
해주는 짧게 정국이와 포옹을 하더니, 장스럽게 웃으며 옆으로 비켜섰다.
"헤~ 내가 누구랑 왔게...?"
빨리 보라는 듯 눈짓을 하기에 옆을 보니 본국에 홀로 남아계셨던 정국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 덕에 어머니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가득하였다.
"엄마..."
"그래, 너 나는 안보이고 여자친구가 먼저지...?"
반가움이 두배가 된 가운데 정국의 어머니는 장난스럽게 서운함을 내비쳤다. 본국에 먼저 돌아온 해주는 그동안 정국의 어머니를 살뜰히 챙기며 지내고 있었다. 정국이 돌아오지 못하는 기간이 계속 길어지자 어머니를 걱정했었고, 이에 해주가 어머니를 찾아뵙기 시작했었다. 두 사람이 의외로 잘 맞아 친해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같이 오는 줄은 몰랐는데, 정국은 어머니가 반가우면서도 해주에게 고마웠다.
"에이 아니야 엄마, 당연히..."
"ㅎㅎ 아니야, 너 한발 늦었거든...?
어머니, 정국이 막 입국했잖아요...
며칠 동안 잠도 못 잔 것 같던데, 한 번만 봐주세요..ㅎㅎㅎ"
해주는 두 사람의 손을 잡아당기며, 살갑게 둘을 화해 시켰다.
"그래, 엄마 나 한번 봐줘~잉"
정국도 어머니께 장난스럽게 웃으며 사과하자 어머니도 금세 다시 싱긋 웃었다.
"어이구 그래, 사실 얼마나 서로 보고 싶었겠냐...
오느라 수고 많았다."
정국의 어머니는 고생한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눈에 비친 해주와 정국은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처음에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했을 때, 또 같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국의 어머니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정국은 여자친구가 바쁘다는 이유로 잘 보여주질 않았고, 내심 기다려왔었는데, 정작 정국이 없는 시기에 해주가 먼저 자신을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주 찾아오며 자신을 챙겨주는 해주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사건은 잘 마무리 된 거니..?"
"이제 서에 가서 보고까지 해야 완전히 끝나는 거지 뭐.."
정국은 아직 일이 많이 남아있는 듯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찰을 시키는 게 아닌데, 저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말릴 수도 없고 언제나 그렇듯 어머니의 마음은 바쁜 아들의 바쁜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바로 경찰서 가야 해? 우리가 짐 옮겨 놓을까?"
"응, 부탁할께...
서에 바로 가야 할 것 같아.
이제 보고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그 보고서가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
"아우 뭐야... 그래도 큰 일 해낸 거니까, 진짜 고생 많았어.."
정국이 투덜거리며 캐리어를 건네자 해주가 자연스럽게 받아 끌었다. 바닥의 보도블록을 따라 캐리어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정국아, 가자. 서까지 데려다줄게.. "
앞장서는 해주가 정국은 든든했다. 이 여자와 함께라면 정국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주도 옆으로 정국이 오자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이제 두번 다시는 정국에 대한 마음을 의심하진 않을 것이다. 둘은 서로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