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처음이라서

04. 19년 인생 첫 지각

Gravatar

사랑은 처음이라서




W. 꽃서령









무섭냐는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무서워 답하지 못한게 아니라, 다만 그의 눈이 너무 슬퍼보여서 입이 틀어막혔다고 해야하나. 내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이며 올려다보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라는 얼굴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아니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안 무서운데?…”


내가 말하고도 내가 놀랐다. 너무 씁쓸해보여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대답한거 였는데, 자신의 예상과는 달랐는지 살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괜히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니, 무서운 거 보다는 솔직히…


“…잘생겨서 꺼려지는건데.”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 뒤늦게 입을 떠난 말들에 놀라, 나는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먹았다. 방금 전 까지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 다짐해놓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말을 하다니. 나 진짜 미쳤나봐. 요, 입이 방정이지. 하며 손바닥으로 입술을 찰싹- 하고 때렸다.


“왜?.”

“…어?.”

“잘생겼는데, 왜 꺼려지는데?.”


그걸 정말 몰라서 묻나. 관심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르 받는 사람이면 몰라도. 관심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생긴 사람이랑 함께 있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였다. 물론 이건 경험담이였다.

잘생긴 소꿉친구 송강 덕에, 겪은 경험담.


“…그게 내 친구중에서도 잘생긴 애가 있는데, 소꿉친구다 보니까 같이 다녔거든?. 그러다보니까, 너무 주위 관심이 너무 많은거야.”

“응.”


태형은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대곤 나의 얘기를 집중해서 들어주었다. 당시에는 말하는데에 정신 팔려서, 그가 나를 어떤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지는 몰랐는데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는 눈길이 다정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관심 받기 싫은데, 자꾸 여기저기 찾아와서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하니까. 나는 싫은거야.”


길지도 짧지도 않은 스토리를 늘어놓자, 태형은 진지한 얼굴로 턱을 쓸었다. 나는 그런 태형의 태도가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 약간 차갑게 생긴것과 다르게 ‘힘들었겠네.’ 라고 진지하게 들어주는게,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닌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거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Gravatar

“나 여기서 엄청 비호감이거든.”


어제 전학 왔다고 하지 않았나?. 하루만에 비호감이라고?. 그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았으면, 다른 사람에게 내가 비호감으로 찍히면 되게 슬플 것 같고 괴로울 것 같은데. 태형의 표정은 훨씬, 더 홀가분해 보였다.


“넌 오늘 전학와서 모르겠지만. 나 싸가지 없거든.”


아니, 그건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물론, 내가 잘못 한 일이지만 커피를 쏟자마자 욕부터 날리는 그대를 보며, 네 가지가 없다곤 생각하긴 했어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나봐.”

“어?, 아닌데?!…”

“내가 말 했지, 너 얼굴에 다 들어난다고.”


단번에 알 정도로 내 표정 관리가 허술한가?. 손등으로 뺨을 식히며 생각했다. 태형은 그런 나를 보며 옅게 미소지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나는 지금 벌거벗겨진 기분인데. 

잠깐, 지금 저 말은 나랑 앞으로 계속 다니겠다는 건가?.뒤늦게 태형의 말의 의도를 알아챈 나는, 뺨에 대고있던 손을 떨구었다. 그리고는, 저기-… 하며 나도 모르게, 양같은 목소리를 하고선 물었다.


“혹시- 그 말은 나랑 앞으로…”

“응. 같이 다닐거야.”


아니, 왜요!?. 눈치는 어찌나 빠른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답을 한 태형에 나는 입이 쩍- 하고 열렸다. 마음 같아서는 싸가지없는 건 싸가지 없는거고, 저는… 싫다니까요?!. 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또, 그새 내 표정을 알아챈건지 이번엔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Gravatar

“…왜?, 내가 싫어?.”


와, 이놈의 얼빠.

아니요. 그럴리가요. 속으로 생각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저렇게 잘생겼는데 관심 쯤이야. 왕자님이 저런 표정을 짓는데, 안된다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나는 또, 어김없이 잘생긴 얼굴에 속아 넘어가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나도 친구 없으니까, 뭐…”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태형은 금세 아까의 불쌍한 얼굴은 어디가고, 웃음기가 섞인 얼굴로 돌아갔다. 이 정도면 배우 해야하는 거 아닌가. 나는 감탄했다. 상황에 따라 표정의 획획- 바뀌는 거 보면, 이건 천재적인 재능이다. 얼굴도 되겠다. 배우하면, 엄청나게 대성하겠어. 

혼자만의 생각을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태형이 핸드폰을 살짝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상상하는데 미안한데, 너 수업 안 들어도 돼?. 되게 열심히 듣던데.’ 라는 말에 고개를 쳐올린 나는 태형의 핸드폰을 빼앗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 55분.


“시발!… 늦었다!!.”


종이 치고 5분이나 지난 시점. 나는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획- 하고 돌아서서 반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본 태형은 어이없어 두 눈을 깜빡이고 있다가, 뒤늦게 웃음이 터지며 입가를 가렸다.


Gravatar

“욕도 할 줄아네. 병아리같이 생긴게.”





Gravatar





“하… 진짜 첫날부터 미쳤지.”


수업이 온전히 마치고서 집으로가는 운동장길. 뒤늦게 찾아간 교실에선 이미 수업을 하고있었고, 나는 담당 과목 쌤께 연신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담당 과목 선생님은 첫 날이라 길을 잃을 수 있다며 넘어가 주셨지만… 이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이였다.

19년 인생. 첫 지각이였다.

뒤늦게 들어온 태형은 아주 느긋한 얼굴로 들어와, 의자를 끌어 앉았다. 7교시가 끝나던 순간까지, 이름 밖에 모르던 김태형이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 김태형은 공부랑은 담 쌓은게 분명했다. 수업시간 내내 내 얼굴만 보고… 그리고,


“언제까지 따라올거야?.”


하교길까지 따라오고 말이야.

가던 길을 멈춰서고 돌아서니, 한쪽 어깨에 가방을 맨 태형이 보였다. 종례를 하고 학교 정문에 나오던 순간까지 이런다. 처음엔 깜짝 놀라는가 싶더니, 내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바라보자 태형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내 옆에 나란히 섰다.


“데려다줄게.”

“어디를?.”

“집에.”


우리 집이 어디인지는 알고?. 그냥 가볍게 농담조로 얘기한 건데. 태형은 또, 진지하게 대답하고있다. 네가 어딘지 말해주면 되지. 난 이 순간 누군가가 생각났다.


“…너 송강 닮았어.”

“뭐?.”


아니, 내 소꿉친구 있는데. 얼굴이 닮았다는게 아니라, 하는 행동이 꼭 너랑 닮았다고. 가방 끈을 고쳐맨 나는 정문 앞에 다다랐다. 말은 고맙지만 데려다주는건 부담스러워. 몇 발자국 앞서 걷던 난, 돌아서 태형을 마주봤다.


“그러니까, 괜찮아.”

“… …”


잘가, 그리고 내일 보자. 태형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흔들고서 돌아섰다.



……



“도련님, 또 편지가 왔는데…”


뒤에 따라붙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태형을 향해 편지를 건냈다. 쳐다볼 가치도 없다는 표정을 지은 태형이, 아까 낮. 옥상에서 태우려고 들었던 편지를 남자에게 건네주며 낮은 어조로 말했다.


“그거랑 같이 태워요.”

Gravatar

“그리고 이 말도 같이 전해요. 다신 이 따위 편지 같은거 보내지말라고.”